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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1편 어느 집안의 역사>를 통해서는 앞으로 등장하게 될 인물들과 그들이 다음 편에서 만나기 전까지의 대략적인 상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탐욕스럽고 멍청하지만 영리하기도 한 지주입니다. 그의 결정적인 특징이란 자기 자신의 수치를 동네방네 앞서서 자신이 떠벌리고 다니는 광대의 퇴폐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연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자기 자신과도 관계를 맺는 듯합니다.
그의 큰 아들이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입니다. 그는 어머니가 죽고 나서 아버지의 관심 밖에 방치되어 하인 그리고리의 손에 자라다가 어머니의 사촌인 표도르 알렉산드로비치 미우소프에게 넘겨집니다. 이런 저런 손을 거쳐 성년이 된 드미트리는 방탕한 생활로 큰 빚을 지게 되었는데, 외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빚을 청산하려고 했지만, 그 재산을 맡고 있던 아버지로부터 그에게는 재산이 남은 게 없고, 심지어 아버지에게 빚까지 지고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둘째 아들인 이반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는 일찍부터 그 자신이 다른 사람의 돈으로, 다른 사람의 자비로 양육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의식이 매우 발달했고, 지능도 뛰어나며, 학문적인 소양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다소 냉소적이고 오만하기도 한 캐릭터입니다. 그는 한 잡지에 교회 재판에 관한 논문을 써서 세간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는데, 그 때를 맞춰,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막내아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는 작가에 의해 주인공으로 선포된 인물입니다. 유로지브이라고 하는 ‘성 바보’ 캐릭터에 가까울 만큼 순진무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힘들이지 않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재능을 타고 났습니다. 그는 말이 없고 수줍음도 많지만 소심하거나 침울하지 않았고 사색적인 박애주의자입니다. 작품이 시작할 즈음에 김나지움을 그만 두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무덤을 찾은 후,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조지마 장로 밑에서 견습 수도생 비슷한 생활을 시작합니다. 광신도나 신비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마자, 그 자신의 온 존재를 바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도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잡다한 집안 구성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모여서는 재산 문제로 신경전(표도르 파블로비치와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사이의 대립)이 극에 달하자, 표도르 파블로비치와 드미트리, 이반, 드미트리의 외가 친척인 미우소프 등은 조시마 장로의 암자에서 모이기로 합니다. 조시마 장로와 함께 암자에 머물고 있던 알렉세이는 몹시 당황하고 말았지요.
<2편 부적절한 만남>에서 드디어 가족 회견이 시작됩니다. 물론 결정적인 당사자인 드미트리 표도로비치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장로의 암자에 모인 표도로 파블로비치는 장로를 상대로 광대짓을 벌이고, 그 광대짓에 자극을 받은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는 장단을 맞추며, 두 사람을 차분히 바라보던 장로는 표도로 파블로비치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얘기한 뒤 그를 기다리는 신앙심 깊은 아낙들과 신앙심이 모자라는 귀부인을 만납니다.
장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입을 다물고 있겠다던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막 입을 열어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를 자극하기 시작한 그 때 장로가 암자로 돌아옵니다.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는 이반 표도로비치와 수도사제의 대화에 끼고 싶었으나 무시당하고 있던 상태였지요. 장로까지 끼어 이반과 사제들은 교회와 사회 재판에 대한, 그러니까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시작합니다. 이 논의는 사회주의자들과 기독교 신자가 종종 혼동된다는 지적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등장한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때문에 중단되고 맙니다.
다시 이야기를 잇고자 했을 때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는 이반이 어느 자리에서 말한 '인간에게 불멸이 없으면 선도 없으며, 무신론자에게는 악행이 허용되어야만 하는데, 그 까닭은 그의 처지에서 불가피하고 현명한 출구라고는 악행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장로는 이반이 축복받은 사람이거나 불행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불행한 사람일 것은 그의 사상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 처해 있는데, 어쨌거나 그의 사상은 그로 하여금 해결될 때까지 그를 편하게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이것은 높은 곳을 향해 가는 여정이므로, 그러한 능력은 감사할 만한 것이라고 말하며, 장로는 이반을 축복합니다.
이반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자 표도로 파블로비치는 장로에게 드미트리 표도로비치의 악행을 고해바치며 그를 비판합니다. 곧 두 사람 사이에 여자와 재산을 둔 지저분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 앞에 드러납니다.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이 질척한 싸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장로였습니다. 그는 말없이 일어나 드미트리의 발바닥에 머리가 닿도록 절을 한 것입니다. (이 장면이 일어난 시점에서, 표도르 파블로비치에 의해 '드미트리가 아비를 죽일 놈이다'라는 이야기라 선언됩니다.) 충격을 받은 드미트리는 얼굴을 가린 채 달아나고, 다른 사람들도 때를 틈타 모두 빠져나옵니다.
이반과 미우소프는 수도원장과 점심 식사를 하러 갔고, 알료샤는 장로를 부축해 그의 방에 있는 침대에 눕혔습니다. 장로는 알료샤에게 형들이 있는 수도원장의 점심식사 자리로 가서 수발을 들라고 합니다. 그곳에는 평화가 없기 때문에 알료샤가 그곳에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곁에 머물고 싶다는 알료사에게 장로는 유언을 남깁니다. 그가 죽으면 곧장 수도원을 떠나 세속으로 돌아갈 것이며, 그곳에서 결혼까지 하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에게 숱한 방황의 길이 있을 것임을 예언하지요. 무거운 마음으로 수도원장에게 달려가는 알료샤에게,
라키틴이 나타납니다. 그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던 카라마조프 가에 대한 일대 분석을 들려줍니다. 호색한과 강탈자와 유로지브이가 있는 그 집안에서 범죄의 냄새가 난다는 말로부터 살인자가 나올 것이며, 그루셴카를 둘러싼 표도르 파블로비치와 드미트리 표도로비치의 줄다리기, 드미트리의 약혼녀 카체리나를 두고 벌이는 이반의 저열한 강탈 작전 등, 더 이상 악을 향해 나아갈 곳이라고는 없는, 집안의 요지경을 조망해 주지요.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수도원장이 있는 곳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그들은 놀라운 장면을 목격합니다. 수도원장의 암자에서 미우소프와 칼가노프가 뛰쳐나가고, 뒤를 이어 표도르 파블로비치와 이반 표도로비치가 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물러가면서 진정되었던 미우소프가 수도원장과 함께 식사를 하려던 찰나, 광대짓을 마무리 짓겠다는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등장해, 조금도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인 광대짓을 즐긴 것입니다. 그는 미우소프와 수도원장, 수도사들을 비웃었고, 알료샤를 데리고 가겠다고 선언을 하지요. 그러고는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3편 호색한들>에서 알료샤는 카체리나의 쪽지를 받고 그녀에게 가는 길에, 놀랍게도 드미트리를 만나게 됩니다. 드미트리는 그를 불러서는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집 근처의 어떤 여주인의 집 정원에, 사람들로부터 떨어진 곳에 앉아서는 그에게 그간의 일들, 그러니까 카체리나와 그가 약혼하게 된 사정을 들려줍니다. 그리고는 알료샤에게 카체리나를 찾아가 그가 이별을 고하더라고, 이제 다시 안 보겠다고 하더라고 전하라고 합니다. 그 전에 그가 그녀에게 횡령해서 쓴 돈 3000루블을 갚기 위해,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비치에게 돈을 융통하라고 부탁하기도 하지요. 그 자신은 그 자리에서 그루셴카가 아버지에게 가는 걸 막기 위해 감시하겠노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알료샤가 집에 들어갔을 때, 집안에서는 막 스메르쟈코프가 표도르 파블로비치와 더불어 논쟁 중이었습니다. 스메르쟈코프와 그리고리가 나간 후 이반과 알료샤,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나누던 이야기를 중단시킨 것은 이성을 잃은 상태로 쳐들어온 드미트리 표도로비치였습니다. 그는 그루셴카가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말리는 그리고리를 때려눕힌 후 담판을 짓기 위해 쳐들어온 것이었습니다. 드미트리를 본 표도르 파블로비치 역시 그녀가 집에 온 것으로 생각해, 오두막 안은 일대 소란이 일어납니다. 그녀를 찾아 온 방을 뒤지는 드미트리와 그를 쫓아가 그녀를 빼앗으려는 표도로 파블로비치, 그러다가 엉겨붙은 두 사람을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이반과 알료샤까지. 드미트리가 떠나고 표도르를 침대에 눕힌 후 알료샤는 정원에서 친근해서 이상해진 이반을 만난 후 카체리나를 만나러 갑니다.
카체리나는 알료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그녀 혼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카체리나를 방문한 그루셴카 역시도 알료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드미트리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그루셴카의 연극에 넘어간 카체리나는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지만, 곧 그루셴타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이 소동극 끝에 밖으로 나온 알료샤는 어두운 골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드미트리를 만납니다. 알료샤는 그에게 그동안 일어난 일 모두를 이야기 해주지요. 그는 알료샤에게 자신의 치욕에 대한 고백을 하고는 사라집니다. 알료샤는 장로의 암자로 돌아가 리즈의 편지를 읽고는 잠이 듭니다.
<4편 파열들>는 이른 아침에 잠이 깬 알료셔가 조시마 장로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수도사들에게 마지막 설교를 하던 장로는 알료샤를 불러 그에게 집으로 가라고 일러둡니다. 그 자신은 그가 올 때까지 죽지 않겠다고 말이지요.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그를 위한 유언을 남겨두었다는 장로의 약속에 따라 알료샤는 아버지의 집으로 향합니다.
술이 깬 표도로 파블로비치는 드미트리에게 얻어 맞아 엉망이 된 얼굴로, 심드렁하게 알료샤를 맞이합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알료샤에게 자신은 앞으로도 계속 추잡하게 살 것이며, 그루셴카를 절대 드미트리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더불어 이반이 얼마나 야비한 놈인지를 폭로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헤어지는 길에 알료샤는,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의 어깨에 입을 맞춥니다. 표도르는 깜짝 놀라 '다시 보지 못할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인사를 하느냐'고 합니다.
리즈의 집에 가는 길에 알렉세이는 어린 학생들을 만납니다. 한 아이를 두고 여섯 아이가 돌멩이를 겨두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은 저 아이가 몹시 비열한 아이이며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만약 알료샤가 그를 따라 가게 되면 다치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요. 과연 알료샤는 그 아이를 따라갔고, 약이 바짝 오른 아이는 계속해서 알료샤를 자극하며 그가 자신에게 덤벼오기를 기다렸으나, 그가 끝내 덤비지 않자, 제가 더 약이 올라 알료샤의 손가락을 깨물어버리고는, 덤비지 않는 알료샤를 보며 울음을 터뜨린 채 달아납니다.
리즈의 집에서 알료샤는 뜻밖에도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와 이반 표도로비치를 모두 만나게 됩니다. 카체리나는 자신이 드미트리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의 곁에 영원히 머물겠다고 선언했고, 그 말을 들은 알료샤는 그녀가 이반을 사랑하면서도 의무감과 명예 때문에 드미트리에게 남겠다고 선언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역시 그 말을 들은 이반은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는 있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드미트리일 뿐인데, 단지 그녀는 자신이 드미트리와 처음 만난 날의 치욕에 대한 복수를 위해 자신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이반을 붙들어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후, 자신은 이제 그녀 곁을 영원히 떠나겠다고인사를 고하며, 그 자리에서 벗어납니다.
카체리나는 알료샤에게 드미트리가 저지를 광증으로 인해 수염을 잡힌 채 모욕을 당한 2등 대위 니콜라이 일리치 스네기료프에게 200루블을 전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알료샤는 자신의 손가락을 깨문 소년이 스네기료프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스네기료프는 알료샤에게 자신의 아들 일리치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카체리나가 전해준 200루블로 그들이 엄청나게 많은 일, 그것도 꼭 필요한 일들을 할 수 있지만, 아들을 위해서 그 돈을 거절하고는 눈물에 젖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5편 Pro와 Contra(찬반贊反)>의 시작은 알료샤가 스네기료프의 일을 보고 하기 위해 리즈의 집애 간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카체리나는 발작을 일으켰고, 알료샤는 그래서 리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그들은, 알료샤가 수도원에서 나오는 대로, 그리고 성인이 되는 대로,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맙니다. 두 사람은 행복했지만, 리즈의 어머니 호흘라코바 부인은, 여기에 매우 반대했지요.
드미트리를 찾으러 갔던 알료샤는 스메르쟈코프를 통해 그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갔는데, 그곳에서 알료샤는 드미트리를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이반을 만나게 됩니다. 이반은 알료샤를 불러서는 친근한 태도로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를 알료샤 앞에 펼쳐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단 이반은 알료샤가 잘못 알고 있는 사항-카체리나에 대한 것-을 바로 잡아준 후, '신의 존재와 영원, 불멸'에 관한 이야기를 엄청난 분량으로 하기 시작합니다.
이반은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상 받을 길 없는 고통이라는 부당한 희생을 통해 진리를 구축해 나가는 방식, 그러니까 이것이 신이 세계를 구축해 놓은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고, 또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알료샤는 이것이 '반역'이라고 말하지만, 이반은 반역을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가 지은 서사서 '대심문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두 사람은 헤어졌고, 이반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우수를 느낍니다. 그러고는 곧 그것이 스메르쟈코프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에게 독특한 태도, 즉 뭔가 한 편이라든가 내밀한 사이라든가 하는 관계를 암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지만 이반은 그와 이야기를 나눴고, 그 이야기 속에서 아버지에게 일어날 '계획된 일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 잠이 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반은 귀를 쫑긋 세우고 어떤 기대 속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스스로를 인식합니다.
아침이 밝아 오자 이반은 짐을 꾸리고 아버지에게 모스크바로 떠난다는 통보를 합니다. 표도르는 이반을 설득해 그를 체르마쉬나로 가도록 만듭니다. (모든 것이 스메르쟈코프가 이야기 한 대로 굴러가고 있었지요.) 야비하고 반역자인 이반은 스메르쟈코프에게 자신이 체르마쉬나로 떠난다는 사실을, 자기도 모르게 고백했음에도, 체르마쉬나로 가는 길 앞에서 돌아서서 모스크바로 떠나버립니다.
한편 스메르쟈코프는, 그가 말한 대로 지하실에서 굴러 간질 발작을 시작했고 그리고리와 아내는 병 때문에 표도르의 수발을 들 수 없게 됐으며, 표도르는 한편, 스메르쟈코프로부터 오늘 밤 그루셴카가 올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흥분을 느끼며 그 시간이 오기만을 마음 졸이며 기다립니다.
처음 시작부터 암시된 바였고, 조시마 장로가 예언한 바였으며, 카라마조프들과 유사 카라마조프인 스메르쟈코프가 무의식중에 불경스럽게 떠올리거나 어쩔 수 없는 무언가로 예상하고 있던 그 일이, 무시무시하게 벌어지기 위해 모든 것이 세팅 된 상태에서,
♨ 잔인하게 1권은 끝이 납니다.
이 정도면, 이 책을 여기서 잘라야겠다고 생각하고 편집한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카라마조프'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런 죄가 없이 이런 잔혹함과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하는 독자들의 고통은 대체 무엇으로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2권을 읽음으로써 '아, 확실히 쪼이는 맛이 있었어! 책 읽는 즐거움이란, 짜릿함이란 바로 이런 거지!'라는 최후의 조화를 느끼기 위해,
그러니까 죽도록 갈증을 느낀 끝에 마시는 달콤하고 시원한 구원의 맛 같은 한 모금 물을 위해,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한 아이 같은 독자의 눈앞에서,
심지어는 겉면까지 송글 송글 물이 맺힌 시원한 컵을 깨뜨리는, 다시 말해 (가장 커다란 고통은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피할 수 없는 비극의 고통을 면전도 아닌 코앞에 둔 상황에서 끊어버리는,
그래서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자유를 2권 앞에다 <스스로> 갖다 바치며 '열망의 노예'로 자처하는 처지로 독자를 <전락>시키는 간악함을 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저는 솔직담백하게 편집자를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어떻게 이 상황에서, 그러니까 아무런 죄가 없고 잘못이라고는 없는 독자가 고통으로 뚜껑이 열릴 수도 있고, 그가 그 자신의 고결한 자유를 갖다 바치면서까지 전락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부분>에서 1권을 끝을 내버릴 수 있겠는가,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무슨 수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이 잔혹함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어린 양처럼 죄가 없고 무력하며 순진한 독자들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물론, 독자들이 결국에는 '올레'를 외치며 '편집자가 옳았어, 그의 결정이 짱이었어!'라고 외치는 순간들이 반드시 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기를 진심으로 갈망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바로 이 순간, 독자들이 당하고 있는 피가 마르는 고통은, 이 보복할 길 없는, 아니 보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는 없는, 이 고통은,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 어쩜 이렇게 허튼소리를 남발할 수 있을까요! 혹 이것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 하나, 혹 어떤 한 부분이라도,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쨌거나 그랬어도 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면 세상은 설 발판을 얻지 못하고, 어떤 일을 벌일 수도 없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알 뿐이니까 말입니다.
네, 저는, 이렇게 광증을 부리며, 어릿광대처럼 2권으로 달려갑니다. 카라마조프를 이끄는 대지의 광폭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힘이, 또 하나의 어릿광대인 저를, 부르고 있는 까닭입니다. 소(小)우주가, 어찌 감히, 대(大)우주의 부르심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제 아무리 배은망덕한 반역자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다른 그 어떤 소우주보다도 먼저 거기에 닿기 위해, 광속으로 치달아 갈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혹은 우리 중 어떤 이들은,
카라마조프들이니까 말입니다.
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