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22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6
조지프 헬러 지음, 안정효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르는 미쳤나?”  

“확실히 그렇지.” 다네카 군의관이 말했다. 

“자넨 그에게 비행 근무를 해제시킬 수가 있나?”  

“물론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우선 그가 신청을 해야지. 그것이 규칙의 일부이니까.”  

“그럼 왜 그는 신청을 하지 않는 거야?”  

“그야 미쳤으니까 그렇지.” 다네카 군의관이 말했다. 

“그렇게 여러 번 죽음의 위기를 당하고서도 계속해서 출격을 나간다니 미쳤을 수밖에 없어. 그럼 난 오르의 비행 근무를 면제시킬 수 있어. 하지만 우선 그가 신청을 해야지.”  

“비행 근무의 면제를 받기 위해서 그가 할 일은 그것뿐인가?”  

“그것뿐이야. 나한테 신청을 하라고 해.”  

“그러면 자네가 그의 비행 근무를 해제시킬 수 있나?” 요사리안이 물었다.  

“아니. 그러면 나는 그의 비행 근무를 해제할 수가 없어.”  

“그런 속임수catch가 있단 말인가?”  

“물론 함정catch이 있지.” 다네카 군의관이 대답했다.  

“캐치-22가 있으니까. 전투 임무를 면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누구라도 정말로 미치지는 않았어.” 

함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캐치-22였는데, 그 규칙은 긴박한 현실적인 위험의 면전에서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행위는 합리적인 심리의 전개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오르는 미쳤고 그래서 비행 근무를 해제 받을 수 있었다. 그가 할 일이라고는 신청하는 절차뿐이었는데, 그가 신청만 하게 된다면 그는 더 이상 미친 상태가 아니어서 다시 출격을 계속 나가야 한다. 출격을 더 나간다면 오르는 미치게 되며, 그러지 않는다면 정상적인데, 정상적이라면 그는 출격을 나가야 한다. 요사리안은 캐치-22의 이 구절이 내포한 절대적 단순성에 깊은 감동을 느껴서 존경스러운 휘파람 소리를 냈다.  

 

비행 대대에 근무하는 요사리안과 그의 부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 요사리안에 병원에서 만난 사람이 누구이고 그들은 또 어떤 사람인지, 병원에서 나와 자대로 돌아간 요사리안이 재회한 부대원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또 어떤 사람인지, 각각의 챕터로 작가는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챕터에는 마치 그럴 것처럼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실제 챕터에서 다루는 내용은 빈번하게 그 인물이 아니기도 하고 때때로 그 인물이기도 하며 간혹 그 인물과 관련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요사리안이 비행 대대에 근무하고 있는데, 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근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격 기준은 날마다 계속해서 늘어나게 되어 그들의 근무 역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전쟁은 어쨌거나 계속해서 수행되고 있고, 그들은 그들이 누구와 싸우는지도 개의치 않고 그저 내려오는 명령에 따라 출격을 나가고, 때때로 명령에 따라 사격을 하기도 하며, 빈번하게 요사리안처럼 무능을 가장한 채 명령을 어기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요사리안에게 가장 커다란 목표는 이 미친 전쟁에서 살아 돌아가는 일이니 말입니다.  

병원에서 퇴원해 천막으로 돌아갔다가, 바에서 싸우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명령을 조르듯이 기다리기도 하며, 열병식에 열도 올려보고, 말귀를 못 알아들어 유죄 판결을 받기도 하며, 죽기도 하고, 미치기도 하고, 미친 줄 알았는데 안 미친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 등,  

이 비행 대대에서는, 가만 지켜보고 있자니 사람 환장하게 만들 만큼, 강렬하고도 괴상한 ‘사이코 드라마’가 온갖 버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 커다란 줄거리가 있기나 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소설로 꾸려진 부조리극 - 어떤 한 문장의 시작 부분을 보면, 앞으로 그 문장이 어떻게 매조지어지겠다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캐치-22에서의 문장들은 빈번하게 그 기대를 배반합니다. 이 배반은 정상적인 논리나 흐름으로 잡히지 않는, 말 그대로 모두가 미친 사람들만 버글버글한 비행 대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무도 그 이상한 배반을 문제 삼지 않고, 그들 자신도 그러한 배반을 아무런 이물감 없이 생산해 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 과연, 이 전쟁은 미치광이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구나, 아니 전쟁이 사람들을 모두 미치광이로 만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터져 나오는 웃음 사이로 얼핏얼핏 들게 되는 것이지요. 

인물들이 처해 있는 상황만큼이나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 또한 부조리극다운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단 매우 논리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우 비논리적인 ‘조항 22’라든지, 워싱턴 어빙/어빙 워싱턴이 누구인가를 두고 내리는 범죄 조사원의 결론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첫맛은 매우 우스운 코미디이지만 그 끝 맛은 매우 씁쓸한 비극의 뉘앙스를 지니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 코미디와 비극 사이의 아찔한 감각은 인물들이 처해 있는 부조리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이야기가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또 그려내는 상황은 얼마나 더 어이없을 것인지, 저는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2권으로 가면 조금 더 나아질까요?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다음 권으로 넘어가 보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