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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5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6편 러시아의 수도승>은 조시마 장로의 임박한 죽음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알료샤에게 말했던 대로 그가 돌아올 때까지 살아 있었고, 자신이 알료샤를 어떤 이유로 사랑했는지, 왜 미차의 발에 입을 맞췄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장로가 죽고 알료샤가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조시마 장로의 생에 있어 중요했던 인물들, 장면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조시마의 형은 착하고 냉소적이었지만 죽음이 임박해 오자 아주 다른 사람으로 변합니다. 그는 세상의 것에 대해서 감사했고, 그를 돌봐주는 하인에게까지 송구스러울 만큼 감사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자신은 죄인 중의 죄인이고, 그것도 가장 극악한 죄인인데, 사랑 받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이었지요. 이 생각은 조시마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칩니다. 형은 조시마에게 자기 대신 살아달라며 숨을 거둡니다.
청년 시절에 그는 어떤 여자에게 반해 그 약혼자에게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결투를 신청합니다. 그러나 정작 결투 전날 밤 하인을 때린 일로 괴로움을 느낀 조시마는 곧 형의 말을 기억해 냅니다. 커다란 감동을 느낀 그는 결투장에서 상대방의 총알을 견딘 후에 자신의 총을 내버립니다.
그 일로 유로지브이 취급을 받게 된 조시마의 앞에 신비스러운 방문객이 나타납니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성공했고 재산도 있으며 좋은 일을 많이 해 존경도 받는 인사였습니다. 매일 밤 밤 조시마를 방문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저지른 일을 고백하고 났을 때 가족들이 당할 고통 때문에 고백하기가 주저된다는 뜻을 비춥니다. 조시마는 그에게 가서 모든 것을 고백하라고 합니다.
마음을 정한 것 같으면서도 계속 조시마를 방문하던 그는 어느 날 ‘정말로 고백하겠다.’고 말하고 나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습니다. 그는 이상하게도 조시마를 껴안고 입을 맞추더니 자신이 ‘두 번 자네(라고 처음 불렀습니다)를 찾아왔었네’라고 말하며 이 사실을 기억해 두라고 합니다.
그는 정말로 그 일을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에게 정신이상 소견이 내려집니다. 그 커다란 일을 한 끝에 그는 병이 나고 맙니다. 사람들은 유로지브이가 사람을 홀려서 이상하게 만들어 놨다고 하면서 조시마를 비난합니다. 그의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 찾아온 조시마에게 그는, 자신이 두 번째로 방문했던 건 그를 죽이기 위해서였다고 고백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숨을 거둡니다.
이어 러시아적 상황에서의 수도승과 하인의 문제, 지옥의 불길에 관한 문제 등 종교적인 견해가 제시되면서 2부가 끝이 납니다.
<7편 알료샤>의 시작은 조시마 장로의 시체가 풍기는 당혹스러운 썩은 내가 장식합니다. 성인이 죽었으니 무언가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을 무지하게 실망시키는 일이었습니다. 동시에 조시마의 적들의 기세를 등등하게 만들어준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장로를 무척이나 사랑한 알료샤는 신앙에 도전을 받지는 않았지만 당혹스러움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역시도 어떤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것입니다. 그는 장로가 뒤집어 쓴 치욕과 불명예 때문에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 때 나타난 라키친은 알료샤를 조롱하더니 그를 데리고 그루셴카의 집으로 향합니다. 오년 전 애인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몹시 긴장한 상태에서 그들을 맞이합니다. 매우 급작스러운 방문이었음에도, 또 그녀나 알료샤의 심리적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두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서로에게 따뜻한 애정을 보여줍니다. 알료샤는 그루셴카의 다정한 마음을 꿰뚫어 보았고, 그녀의 심술 역시 알료샤의 순수한 마음을 뚫지는 못했습니다.
그루셴카의 집에서 나온 알료샤는 곧장 수도원으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낭독되는 성경을 읽으며 반은 졸고 있었는데, 꿈에서인지 환상에서인지 예수가 물로 포도주를 만든 그 잔치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조시마 장로가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고통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그는 조시마 장로의 관을 들여다보다가 밖으로 나가서는 열락에 사로잡혀 땅에 입을 맞춥니다. “그 시각, 누군가가 내 영혼을 찾아 주었던 것이다.”라고 훗날 말하게 된 것처럼 이 장면은 알료샤의 생애에 커다란 방점이 됩니다.
<8편 미챠>가 되어서야 드디어 우리의 드미트리가 등장합니다. 그는 새로운 삶을 위해 3000루블이 필요했는데, 이 돈을 구하러 쿠지마에게 갔다가 그만 속임수에 넘어가 랴가브이를 찾아 떠납니다. 중요한 일-그녀가 자신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 일어날 밤에 멀리 떠나는 게 저어됐지만 돈을 구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떠났고, 생각보다 먼 곳에서 그만 밤을 새우고 맙니다.
한편 스메르쟈코프는 비열하고 야비한 계획대로 그 중요한 밤에 간질을 일으키고, 쿠지마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드미트리는 호흘라코바 부인에게 돈을 꾸러 갑니다만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합니다.
그루셴카는 드미트리를 따돌리기 위해 자신을 쿠지마의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고, 그가 떠난 즉시 자신의 집으로 달아났습니다. 그녀를 데리러 온 드미트리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광분해서 그녀의 집으로 쳐들어갑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모크로예로 떠나버린 뒤였습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드미트리는 그녀가 표도로 파블로비치의 집으로 갔다고 생각했지요. 그루셴카의 집을 나서면서 드미트리는 절구의 놋쇠 공이를 들고 나왔습니다.
과연 그는 아버지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그러나 아직 그녀는 오지 않은 것이 틀림없는, 아버지를 보자 드미트리는 혐오감을 참지 못하고 ‘그루셴카가 왔다’는 신호로 창문을 두드립니다. 표도르가 내다보는 사이 드미트리는 호주머니에서 공이를 꺼냅니다.
장면은 끊어지고 그 시각 잠에서 깨어난 그리고리 노인은 쪽문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것을 기억해 내고는 정원으로 나옵니다. 그러다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방에 창문이 열린 것을 보았지요. 그리고 달아나는 그림자도 보았습니다. 그는 그림자에게 달려들며 ‘아비를 죽일 놈’이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드미트리는 놋쇠 공이를 꺼내 그리고리의 머리를 내려치고는 피를 흘리는 그의 머리에 손수건을 대주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그루셴카의 집으로 갔고, 피투성이가 된 그를 보고 놀란 그녀의 하녀에게서 그녀가 어디로, 누구를 향해 떠났는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녀의 집에서 나온 드미트리는 표트르 일리치 페르호친에게 가 그의 말에 따라 손을 씻고, 갑자기 생긴 돈으로 아까 저당 잡혔던 자신의 권총을 찾았으며, 꼬마 하인을 시켜 엄청난 양의 파티 음식을 장만하라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마차에 잔뜩 싣고, 미차는 그루셴카가 있는 모크로예로 떠납니다.
모크로예에서 드미트리는 그루셴카와 그녀가 사랑했던 장교와 그를 지키는 다른 한 폴란드인과 지주 막시모프, 그리고 칼가노프를 만나 카드놀이에서부터 술 파티를 즐기고, 그 와중에 그루셴카와 폴란드 장교, 드미트리와 폴란드 장교가 대립각을 세우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그녀는 자신의 옛 사랑이 변했다면서 드미트리에게 희망을 주는 말을 합니다. 그는 이미 손에 피를 묻힌 지경에 이르렀지만 기대도 할 수 없었던 희망에 -그는 그녀를 놓아주러 모로코예에 왔으니까요- 기뻐하는 한편으로 깊이 절망하기도 합니다.
아침이 오고 술을 많이 마신 그녀를 진정시키는 드미트리에게 드디어 경찰서장과 검사시보, 예심판사가 들이닥칩니다.
<9편 예심>은 그들이 드미트리에게 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가를 보여주면서 시작됩니다. 표트르 일리치가 페냐에게 갔던 일, 호흘라코바 부인을 거쳐 경찰서장의 집까지 가게 된 일, 다친 그리고리를 발견한 그의 아내가 죽은 표도르 파블로비치 역시 발견하고 경찰에 알리게 된 일 등을 독자에게 알려줍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괴상할 정도로 오래 가는, 그래서 내일을 넘길 수 있을 지 알 수 없을 만큼 심한’ 스메르쟈코프의 간질에 의사가 주목했다는 사실입니다.
장면은 다시 드미트리와 그들이 만난 모로코예로 돌아옵니다. 드미트리는 자신이 아버지 살해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자신이 죽인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그리고리라고 항변합니다. 아버지 피에는 무죄요, 노인의 피에는 유죄라고 강하게 주장하지요. 그러나 그리고리가 죽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드미트리는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환희를 느낍니다. 그 피 때문에 그루셴카와 새로 시작할 삶이 끔찍한 것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피가 죽음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하늘이 자신을 도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는 급격히 친절해져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려고 정원에 들어가 창문을 두드렸지만 죽이지 못했고 자신을 본 아버지는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으며 그 때 그리고리가 나타나서 달아나는 자신의 다리를 잡았고, 그는 놋쇠 공이를 휘둘렀으며, 그가 죽은 줄 알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세부적인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또는 기억하지 못할 만한 순간에서 매우 세부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등 그의 상태는 매우 기묘했습니다. 게다가 예심판사와 검사시보의 집요한 질문은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어 하는 드미트리의 이야기를 자꾸만 끊었고, 상호 신뢰하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던 드미트리의 생각을 회의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는 커다란 슬픔에 잠기지요.
심문이 끝나고 그들이 조서를 작성하는 사이에 드미트리는 잠이 들었다가 괴상한 꿈을 꿉니다. 울고 있는 애기가 나오는 꿈인데 그 애기와 어머니는 찢어지게 가난한 상태에서 집에 불이 나 꼼짝없이 굶어죽거나 얼어죽거나 혹은 둘 다인 상황에 몰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막무가네로 그들을 도우려는 드미트리의 귀에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그루셴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는 새로운 빛을 향해 가다가 잠에서 깨어납니다. 상황에 맞지 않도록 그의 영혼이 투명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 꿈 덕분이었습니다.
그랬어도 그는 기소되어 마차에 실린 채 호송됩니다. 그에게 인사를 한 유일한 인물인 칼가노프는 ‘정녕 사람들이란 이것밖에 안 된단 말인가, 이러고서도 과연 진정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라며 절망에 빠져 웁니다.
♨ 매우 러시아적인 인물 -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처음에 드미트리의 발 아래 엎드려 입을 맞춘 조시마를 보았을 때에는 그저 그가 겪을 고난 때문에, 그 고난에, 조시마가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예심 편을 통해서 그의 영혼이 드러나고 나자, 그가 얼마나 고결한 인물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광증이란 고결함에서 나오는 지나친 예민함 때문인 것이지요.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는 방탕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언뜻 보면 지극히 모순적인 두 요소를 동시에 아무렇지 않게 지니고 있는 것이 드미트리라는 캐릭터입니다. 동시에 도스토예프스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지극히 러시아적인 캐릭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1편에서 이해할 수 없게 굴었던 행위들의 맥락이 드러나는 2편에 이르러서야, 그의 진가를 알아보게 된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미챠 편에 이르러서 조금 지루해지기도 했지만 (쿠지마에게 속아서 랴가브이에게 가 있었던 일이나 돈을 구하러 다닌 일이나, 모로코예에서 농민들을 데려다가 파티를 하는 장면 등) 예심판사, 검사시보 등이 도착하고 나서 사건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또 정신없이 빨려 들어갑니다.
이 기세를 몰아 3편으로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