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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다니구치 지로 지음, 신준용 옮김 / 애니북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주인공처럼 고향을 외면하고 살아왔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서일까. 이유는 다르겠지만 고향을 떠나온 후 여러가지 이유로 찾아가기를 꺼려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저자는 크게 움직임이 없는 잔잔하고 정적인 그림을 통해 독자의 가슴을 크게 울렁이게 한다. 큰 소리로 외치지 않지만, 말없는 속에서 잔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 크게 가슴에 와 닿는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고 부모님과 고향을 생각나게 하고 우리 모두의 삶을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
"따뜻한 봄 햇살의 온기가 한가득 머문 마루...
사람들이 건네는 말이 이토록 따뜻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고향과 가족과 아버지를 버리고 떠나버렸던 나를... 그 누구도 추궁하려 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자기 감정에 솔직했던 것뿐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어머니는 내가 계속 기다려온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 재회를 통해 나는 어머니와의 이별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코로의 존재는 아버지와 누나에 대한 왜곡된 감정을 조금씩 풀어 주었고... 내가 외톨이가 아니라는 마음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다...
오래달리기... 자신의 몸을 학대해서 우울한 마음으로부터 도망치려 했는지도 모른다...
부모를 생각 안하는 자식은 있어도 자식을 생각하지 않는 부모는 없는기다. 니는 항상 아부지의 그런 마음으로부터 도망갈 생각만 안 했나? 니가 언제 돌아오더라도 기뻐할 수 있게 해주려고 했던기라...
코로의 죽음 앞에서도 마음의 동요가 일지 않았다. 고향을 떠나 살아온 날들이 그런 감정을 조금씩 무디게 했던 것이다..
도시에서는 나만의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도시는 정신없이 돌아간다.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무의식 중에 고향을 잊어가고 있었다. 나는 도시의 소음 속에서 고향에 대한 기억을 끝내 잊고 말았다.
아버지는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의 이혼 후, 아버지와의 대화를 피해온 내 자신이 미웠다. 고향을 버리고 가족을 등지며 떠났던 내가 미웠다. 아버지의 슬픔과 고충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나는 자신의 어리석음이 한없이 미웠다. 굳게 마음을 닫은 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단 한 번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내 자신이. 지금까지 아버지와 가족의 따스함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살아왔던 내가 이제 와서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고향이 있다는 사실이 큰 행복임을 깨달았다.. 나는 생각한다.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고향이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돌아오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