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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 - 김언수 소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작가의 작품에는 아마도 작가의 삶이나 사고방식, 생활이 그대로 들어있을 것이다. '잽'에도 작가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이 그대로 들어있을 것이다. 작가는 지나친 묘사나 감상주의, 자기 감정에 치우친 설명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아주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주변의 삶을 꾸밈없이(?) 묘사하고 있다. 마치 장난기많은 남동생의 장난을 보는 듯하고 대학시절 남자동기들의 자기들끼리의 농담을 옆에서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우리가 뭔가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시인이나 소설가가 자기들도 모르는 말들을 책에다 마구 떠들어대기 때문인지도 모르는 일이며, 만약에 그렇다면 자기들도 모르는 말을 대체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165)는가?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인체 하면서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작품을 장식하거나 난해하고 어려운 말로 꾸미곤 하는 그런 것 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문장은 짧게 써. 그래야 명료해 보이고 읽는 사람이 이해도 잘 되지. 쓸데없는 수식어는 붙이지 말고, 참으로 광택이 나고 보기에도 무시무시해보이는 검은색 소음기 장착 토카레프 권총이라고 쓰지 말고 그냥 간단하게 토카레프, 이렇게 쓰란 말이야." "그리고 닥치는 대로 묘사하지 말란 말이야. 워커힐 호텔 주차장에 어떤 차들이 있었느니, 쓰레기통은 무슨 색깔이었느니, 호텔 직원들 복장은 어떠했느니 하는 것들은 전혀 필요 없는 거잖아? ... 왜 모든 걸 다 쓰려고 하나. 그러니 별말도 아닌데 분량만 이렇게 많아지지. 진술서의 핵심은 경제성이야, 경제성. 경제적인 문장 말이야. 알겠어?"(139)
마치 작가 자신의 글쓰기 스타일을 묘사하는 듯 하다. 간결하면서 군더더기없이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다.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은 절반쯤 읽을 때까지도 왜 제목이 글짓기교실인지 참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나중에 그 의미를 이해하고서는 참 기발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단순히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희망적인 자세 또한 잃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잽을 날리고 싶은 현실 속에서도 '은행 잎사귀를 둥글게 감아올린 회오리바람'에 감탄하고, 모든 걸 잃고 도망치듯 하구로 온 알코올중독자의 이야기는 '눈부시고,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같은 느낌으로 마무리짓는다. 절망적이고 통속적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삶의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 - 이런 것들이 아닌가 싶다, 작가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