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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 -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ㅣ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1
성석제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란 부제와 어울리게 이 책에는 음식과 그에 얽힌 삶의 향기가 가득하다. "허기란 그저 물리적인 배고픔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사랑에 배고프고, 우정에 배고프고, 시간에 배고프고, 진짜 배가 고픈 것이므로 우리 삶에 대한 가장 거대한 은유다." 이 책에는 허기를 채우고, 사랑을 채우고, 우정을 채우고, 우리 삶을 채우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은 가볍게 쓴 에세이집이다. 여러 명의 작가가 나름대로의 문체와 필체를 가지고 자신만의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섬세한 감정, 따뜻한 느낌, 세밀한 결이 느껴졌고,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훈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담담한 백초차와 스님의 꾸밈없고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는 그 시절 내가 운좋게 누릴 수 있었던 영혼을 위한 신령한 차 같은 것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사람에게는 각자 잘 모르는 아름다움과 신비와 선의가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비틀즈를 들으며 먹은 오늘의 점심식사 수제비에는 한 끼니의 식사이기도 하고 내 인생을 들여다보는 핀홀이기도 했다.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삶은 늘 한 끼의 식사일 뿐이다."
"한낱 된장찌개 하나 먹는 일에 내가 보이는 이런 수선스러움은, 엄마에겐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식솔을 거두던 지난 일생을 알아주는 자식과의 찰나이기도 하다. 이윽고 포만하게 이어지는 모자의 대화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풍경이라는 사실을 서로 배우고야 마는 것이다."
"내 마음에 폭우가 쏟아져 흙탕물로 얼룩진 날이나, 예기치 않은 돌멩이가 남긴 파문으로 몸과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날이면, 나는 한밤중에 깨어나 히말라야 롯지의 그 달밧을 생각할 것이다. 오로지 두 다리로 히말라야를 넘으며 신의 침묵을 받아들였을 인간의 고단함을 위로해주는 달밧, 그 에너지를 기억하며 마음을 내려놓겠지. 그리고는 죽음처럼 고요한 잠으로 빠져들 것이다. 눈을 뜨고난 후 비 갠 후의 맑은 하늘이 내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일깨워준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친구의 커피에서 원두에 "하나의 의미를 불어넣는" 일이 친구가 하는 작업의 목적인 것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낱낱의 커피들은 낱낱의 의미로 새롭게 생성된다. 생산지를 떠난 커피는 먼 한국땅의 누군가에 의해 그 맛이 해석되고 또 누군가는 이를 마시며 그 생산지를 그리는 것이다. 모든 음식이 그렇다. 어떤 음식이든 다 제각각의 의미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그 제각각의 의미로 먹게되는 음식은 또 제각각의 사람들의 영혼을 움직일 것이다...
우리 각자의 영혼을 채우는 음식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