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뎐 - 시대를 풍미한 검은 중독의 문화사
양세욱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짜장면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짜장면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저자는 먼저 중국의 전반적인 역사, 지리, 사회문화적인 내용으로부터 글을 시작하여 서서히 중국음식, 그리고 짜장면, 그리고 이어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 역사까지 아우르면서 글을 진행하고 있다. 짜장면을 매개로 하여 중국과 중국문화에 관한 아주 많은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중어중문학을 전공하였다. 그리고 그 중에 또한 저자의 구체적인 전문연구분야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거기에만 그치지 않고 중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짜장면같은 '비학술','비학문'적으로 보이는 분야에 대한 연구 또한 치열하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공학문분야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분야 - 정치, 사회, 문화, 음식 - 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한 권 낼 정도로까지 열심히 연구하고 파고드는 것이 과연 전문가의 모습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처음은 저자가 중국지형도를 구입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하나도 아닌 여러 개를 구입하여 여기저기 걸어두거나 선물한다. 그리고 중국학 연구원으로 중국에 가게 되면서 연수의 절반 이상을 북경에 머물러 있지 않으리라 결심하는 내용이 나온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강의실에서 확신 없는 목소리로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타인벡의 말을 인용한다.

 

"미국에 관해서 글을 쓰는 미국 작가이지만 나는 실은 기억에만 의존해왔다. 그런데 기억이란 기껏해야 결점과 왜곡투성이의 밑천일 뿐이다. 나는 참된 미국의 언어를 듣지 못하고 미국의 풀과 나무와 시궁창이 풍기는 진짜 냄새를 모르고, 그 산과 물, 또 일광의 빛깔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오직 책이나 신문을 통해서 미국의 변화를 알았을 뿐이다. 허나 어디 그뿐이랴. 25년 동안이나 내 나라를 몸으로 느껴보질 못했다. 간단히 말해서 알지도 못하는 것을 써왔던 셈이다. 이른바 작가라면 이것은 범죄에 해당될 일이다..."

 

어떤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한다는 것은 단순히 몇가지 지식을 얻어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것을 몸으로 느끼고 실지로 체험하는 것이다. 그것의 냄새를 맡고 아름다운 빛깔을 보고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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