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
페마 초드론 지음, 구승준 옮김 / 한문화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고 난 후 책 속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아서 그대로 마음 속에 새기고 싶을 때가 있다. 책 속의 어느 한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통째로 가슴 속에 넣어서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페마 초드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 또한 그런 책 중의 하나이다. 내가 읽었던 책 중 몇 권 안되는 가슴에 새기고 싶은 책, 통째로 외우고 싶은 책, 내 인생의 책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내용이 그렇게 어렵게 쓰여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쉽거나 가볍게 다루어지지도 않았다. 간혹 이런 종류의 책을 보면 너무나도 난해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진 않고 적당히 이해하기 쉽게 씌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란 나에겐 아주 먼 아니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런지도 모른다.) 

나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것과 동시에 지금까지 뭘 읽었는지 도대체 기억해내지 못하고 내용을 깡그리 다 잊어버리곤 하는 나의 얕은 기억력을 원망하곤 한다. 한 번 쓱 읽는 것만으로도 책의 모든 내용 심지어 깊이 숨어있는 의미까지 다 흡수하여 때때로 한문장씩 끄집어내어 음미해보면서 나의 기억력과 지적인 능력을 과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보곤 한다. 하지만 그런 희망이 무의미하다는 것 또한 나는 안다. 그래서 이렇게 잊어버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기억을 간직하고자 몇 자 끄적여 보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다른 비슷한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기억을 다른 책에서 다시 느끼면서 그 느낌을 사라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다지고 또 다지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페마 초드론의 "지금 여기에서 달아나지 않는 연습"을 곧 읽어보려고 한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어린 아이와 같다. 예쁜 조개껍데기와 파도에 실려 떠내려온 나뭇조각, 형형색색의 깨진 유리조각으로 우리는 성을 멋지게 단장한다. 그 성의 주인은 오직 나다. 다른 사람은 절대 출입할 수 없다. 누군가 성에 흠집을 내겠다고 위협하면 우리는 당장이라도 싸울 태세를 갖춘다. 하지만 그런 애착과 상관없이 언젠가 밀물이 들어와 공든 모래성을 휩쓴다. 우리도 그것을 안다. 따라서 그 모래성 놀이를 한껏 즐기되, 결코 집착하지 말며, 때가 되면 바닷물에 휩쓸리도록 두는 게 삶을 사는 지혜다." 

"우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움에 휩싸일 때 나를 구원할 뭔가를 통해 탈출구를 찾는다. '외로움'이라는 메스꺼운 느낌이 찾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절망에서 나를 구해줄 동반자를 찾으려고 마음이 소란스럽게 미쳐 날뛴다. 그 모든게 '불필요한 행위'다. 그것은 자신을 계속 바쁘게 만들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사랑에 병적으로 집착해 백일몽을 꾼다거나 가벼운 흥밋거리를 '아홉 시 뉴스'의 주요 이슈처럼 바꾸는 식이다. 혼자 황야를 찾아 떠나는 모험도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불필요한 행위'다.....이런 행위로 마음을 분주하게 만들지 않고, 자신을 존중하고 스스로에 대해 자비심을 가지면 어떨까? 혼자라는 사실에서 도피하는 습관을 그만두면 어떨까? 두려움이 다가올 때 피하지 않고, 스스로 의지할 뭔가를 붙잡으려고 매달리지 않으면 또 어떨까?" 

"우리는 완벽함을 원하지만 스스로에게서 계속 불완전함을 발견한다. 여기서 달아날 여지나 탈출구, 피난처는 없다. 하지만 그 때야말로 화살이 꽃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내가 보는 것에서 달아나지 말고, 내가 느끼는 것을 느낄 때 거기서 마음 깊이 자리한 근원적인 지혜와 연결된다....우리에게 화살이나 칼이 날아오거든 그것들의 본질을 열린 마음으로 살펴라. 아울러 자신이 그것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보라. 그러면 우리는 근원적인 지혜의 마음으로 언제든지 되돌아온다. 뭔가를 차단하고 통제하지 마라. 외부적인 뭔가가 우리를 공격한다는 이원적인 세계관도 버려라. 대신 우리가 지쳐 힘들 때 어떻게 마음을 닫는지, 그것을 알아차릴 기회로 삼아라. 그것이 바로 '열린 마음'으로 나아가는 비결이다. 우리 지성으 일깨우고, 부처의 본성을 만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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