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잉글리시 - 영어를 삼킨 아시아, 표준 영어를 흔들다
리처드 파월 지음, 김희경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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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지배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영어가 전부인 듯이 여겨지는 한국의 실정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은 여러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원어민이란 누구인가?''모국어처럼 배울까, 외국어처럼 배울까?''아시아의 영어: 침략자? 초대받은 손님?''영어로 가르치는 학교가 더 좋다?' 등등 영어를 둘러싼 우리 사회(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오랜 논쟁거리들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풍부한 예와 근거를 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강점이라고 하면 이런 풍부한 자료와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아시아에서의 오랜 생활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아시아 각국에서 어떻게 영어가 사용되고 있고 어떻게 정책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아주 세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다. 사실 아시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다른 아시아국가들에서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영어가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시선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서양의 어느 나라로만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와 영어사용환경이 다른 나라의 영어발음을 맹목적으로 모방하거나 그들의 문화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나라, 우리 옆의 아시아인들이 어떻게 영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영어를 이용하여 어떻게 우리와 의사소통을 하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을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 알려고 하지 않았던 - 아시아의 다양한 영어사용실태를 살펴보고 그것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시선을 아시아로 -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로 - 이끌어내고 있다.    

저자는 영국인이지만 영국영어 혹은 미국영어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의 영어의 전망을 아시아인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개진하거나 영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소리높여 외치지도 않는다. 다만 영어가 아시아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지금 현재의 모습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비교하고 분석하고 보여줄 뿐이다. 저자가 영어를 모국어로 습득한 영국인인 이상 아시아인의 입장을 대변하기란 다소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의 영어의 역할에 주목하여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분석한 점은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의 주인은 누구인가? 영어는 더이상 처음으로 영어를 사용한 그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몇몇 나라의 언어가 아니다. 지금 현재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언어이다. 몇몇 나라의 틀에 맞추어 우리의 것을 희생해야 하는 그런 언어, 우리의 문화와 언어를 모두 포섭해 버리는 단 하나의 '세계 영어'가 아니라, 현재 영어를 사용하는 우리자신과 아시아인의 삶과 생각을 반영하는 언어, 다양한 문화와 의견들을 반영할 수 있는 '세계 영어들'이 존중받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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