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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햇빛 일기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평점 :
수도자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따스한 사랑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님의
'서로 사랑하면 언제나 봄' 이후 8년만에 전하는 신작 시집
<이해인의 햇빛 일기>
[혼자 웃는 날]
아무도 몰래
혼자서 가만히
웃어볼 때가 있어요
내가 누구를 진심으로
용서했을 때
본성적으로 화나는 일을
언성 안 높이고
침착하게 참아냈을 때
그리고
먼저 내게 도움을 청하진 않았지만
눈치껏 알아듣고
구체적인 도움으로
어떤 한 사람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살려낸
위로천사 몫을 했을 때
난 스스로 대견해
성당에서 마당에서
혼자 웃어봅니다
하늘에 보화를 쌓는
작은 기쁨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닌
사랑의 수고임을
오늘도 새롭게 공부하면서!
어릴 때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용서한 일
아이들의 말도 안되는 투정을 받아내는 일
난치병으로 우울해 하는 분에게 직접만든 샌드위치를 가져다 드린 일
힘들 때마다 꺼내보며 혼자 웃어봅니다.
[좀 어떠세요?]
좀 어떠세요?
누군가 내게 묻는
이 평범한 인사에 담긴
사랑의 말이
새삼 따뜻하여
되새김하게 되네
좀 어떠세요?
내가 나에게 물으며
대답하는 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평온하네요'
좀 어떠세요?
내가 다른 이에게
인사할 때에는
사랑을 많이 담아
이 말을 건네리라
다짐하고 연습하며
빙그레 웃어보는 오늘
살아서 주고받는
인사말 한마디에
큰 바다가 출렁이네
온 세상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만 슥 둘러봐도 고난이라 할 만하게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속수무책이어서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데요. 실제로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게 부질없고 무의미하다 싶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세상이 점점 외롭게 식는 거라는 생각이 퍼뜩 드네요. 괜찮지 않은 사람은 자기의 괜찮지 않음을 누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크게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덜 외로울 것입니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아파서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릅니다. 스스로도 말하는게 무슨 소용이냐 싶어 혼자 삭이면 더 서글퍼 져요.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으며 위로 받습니다. 혼자가 아님을 깨달아요. 감사합니다.
*작은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직접쓰는 후기 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