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1장 - 개정판
윤봉선 글.그림 / 여우고개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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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잔뜩 기합이 들어간 아이가 신나게 발차기를 한다.
차례차례 입장해서 차렷, 경례! 구령과 함께 주인공과 동물 친구들은 가장 멋진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태극 1장 준비~잇”, “고양이 부터 시~작!” “지르기 얍” 시작되는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구령에 맞춰 동작을 취하는 그림을 보는 어린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세를 취할 것이다.
몸통 안막기, 아래막기, 얼굴막기 등의 동작은 태권도를 배우는 어린이라면 가장 처음 접하는 태권도 기본 품새이다.
태권도의 태극 1장을 그림책으로 만들어 졌다니, 태권도를 아는 어린이들은 신기해 하고 한편 우쭐한 표정으로 해당 동작을 멋지게 해낸다.
“우아, 잘한다.” 라는 문장은 각 동작을 멋지게 보여준 독자에게 던져진 말이 되기도 한다.
단순한 문장과 반복되는 표현들이지만 “태극 1장”은 어른도 여러 번 넘겨 보고 또 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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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문지아이들
하세가와 슈헤이 글.그림, 김영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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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가와 슈헤이 작가는 “하세가와군 싫어” 라는 그림책으로 1976년 창작 그림책상을 받으며 화려하고 강렬하게 데뷔했다.
(“하세가와군 싫어”는 당시 비소가 든 분유를 판매했던 모리나가 유업의 사건을 다룬 그림책이다. 약 2만명의 유아의 몸에 이상이 생기고,
125명이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 이었다. 그림책에서는 비소가 든 분유를 먹고 자라 또래보다 발달이 느린 하세가와 군을
학급 친구의 입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굵은 선과 투박한 그림으로 강렬하게 담아 내었다. 한국에서도 곧 출간 예정이라고 함.)

이 작품은 2009년의 작품으로 기존 그의 작품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파랑, 빨강, 노랑의 삼색의 수채물감을 이용하여 서정적이고 그리움이 물씬 풍겨나오는 작풍이다.

잦은 외국 생활로 인해 엄마와 단 둘이 함께 했던 시간이 길었던 아들. 어떤 이유인지 갑작스런 엄마의 부재로 이젠 아빠와 아들 둘 만이 지내야 한다.
이야기는 “아빠, 난 아빠가 엄마 역할까지 하는 거 바라지 않아. 아빠는 그냥 아빠였으면 좋겠어.” 라는 아들의 말로 시작 된다.
아빠와 아들의 미묘하게 어려운 관계를 리얼하게 표현했다. 일만 하는 아빠여서 집안일도, 아들과의 관계도 편해보이지는 않는다.
서로의 거리를 느끼면서 아빠는 “큰 배”라는 시대를 이야기 한다. 그것을 들으면서 아들도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결국엔 저마다 가슴에 담고 있는 엄마의 추억을 나누며 거리는 좁혀지고 있다.

아들로부터 아내가 결혼 전에 불던 휘파람을 들은 아빠.
그 노래는 세계적인 샹송 가수 샤를 트레네의 라 메르 라는 곡이다.
라 메르는 바다를 뜻하지만, 프랑스어에는 엄마라는 뜻도 갖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일본어의 바다는 “우미” 海。한자를 보면 그 안에 엄마를 뜻하는 母자가 들어 있다.
낳다라는 동사는 신기하게도 “우미마스” 한자는 다르지만, 우미라는 말이 겹친다.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어쩌면 가족을 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림책이 출간 된 직후 하세가와 슈헤이 작가가 부인인 군짱과 함께 나눈 대담이 인상 깊다.

- 의도한 건 아니지만, 면지를 하늘색으로 한 것은 물망초 꽃 색이 어울릴 것 같아서 정한 건데,
그림책이 나온 후 보니, 이 색깔은 성모님의 옷 색깔이었어. 이 그림책 마치 성모님이 감싸주는 느낌이야.
-사실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이기도 해.
나는 아직까지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처럼 조용하고 서정적인 책을 쓴 적이 없지만, 언젠가 꼭 그런 이야기도 써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말이지.

시대, 가족, 항해, 인생, 각자의 역할, 상실이 주는 의미, 새로운 시작...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그림책을 내려놓고 난 후에도 쉬이 덮을 수가 없는 아쉬움에 면지를 한참 들여다 본다.
마치 하나의 시대를 빠져 나가는 듯한 아버지와 아들, 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한 권의 그림책이 마치 잔잔한 가족영화 한 편을 보고 난 기분이 드는 것은,
역시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험하는 작가 하세가와 슈헤이의 힘이 아닐까 한다.
작가는, 그림책에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시각 요소를 이 한 권의 그림책에 담아 냈다.
화면 구성, 색깔의 사용, 글과 그림의 공간 배치, 주인공들의 시점 변화, 줌인 줌아웃등의 기법을 유심히 살피며 읽다보면 작품이 조금 더 심도 깊게 다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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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산책 딱따구리 그림책 19
레이첼 콜 지음, 블랑카 고메즈 그림, 문혜진 옮김 / 다산기획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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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달만큼 신기하고도 매력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
시시 때때로 모양을 바꾸기도, 깜깜한 밤을 환하게 비추기도, 그리고 어디를 가든 계속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달.
어린이 뿐 아니라 옛 선인들도 달을 보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풍류를 즐겼으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달은 신비함과 호기심, 그리고 영감을 자아내게 하는 존재이지 않을까 한다.

유독 달을 좋아하는 우리 집 아이들은 달이 나오는 그림책이라면 무조건 찾아 읽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장 많이 읽었던 그림책은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 안녕>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잘 자요, 달님>.
커다랗고 둥근 달의 표정을 보며 울다가도 방긋 거리는 아기 시절과,
잠자리 의식으로 모든 사물에게 인사를 하고, 달의 시간에 따른 움직임도 발견하게 한 그림책들이었다.
<달빛 산책>은 <달님 안녕>과 <잘 자요, 달님>을 좋아하던 어린이들이라면 분명히 좋아하게 될 그림책이다.

빌딩 숲 사이로 커다랗고 둥글고 환한 달이 보이고, 그 달을 보며 손잡고 걸어가는 엄마와 아이.
달 밤에 산책을 나선다. 달이 뜬 밤에 아이를 재우기는 커녕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엄마를 보며 든 생각은 굉장히 근사 하다는 것이었다.
첫 장을 넘기고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도 엄마는 멋지다.
아이가 바라보는 곳을 함께 봐주고,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 친절한 답을 해준다.
엄마와 함께 달을 보며, 밤거리를 걷는 아이에겐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할 것이다.
달처럼 생긴 것들도 아주 많다. 그 경험과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알아간다.
“엄마, 여기에도 달이 또 있어?” “ 아니, 같은 달이야. 세상에 달은 딱 하나 거든.”
밝고, 환하고 둥실 떠오른 달은 정말 멋지기만 한데, 사람들은 이 책의 엄마와 아이처럼 달을 쳐다보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달을 보지 않는 것인지 묻는 아이의 질문을 통해 그제서야 보인다.
땅을 보며 바쁜 듯 걸어가는 사람들. 제각기 자신들의 일에 빠져있는 사람들 어쩌면 나도 이들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달이 예쁘게 뜰 것 같다. 바쁜 일을 접어두고, 아이들과 오랜만에 밤 산책을 다녀오고 싶다.
<달빛 산책>은 재능있는 신인 작가들에게 주목하고 수여하는 에즈라 잭 키츠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어린이 책 출판사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는 레이첼 콜은 처음 글을 쓴 그림책으로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고 한다.
블랑카 고메즈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단순하지만 감각적이다. 구석구석까지 그림을 들여다 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번역을 한 문혜진 작가는 제 26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고, 우리말의 리듬을 살린 동시들도 꾸준히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장이 매끄럽고 리듬감이 느껴진다. 어린이의 입말을 살린 문체가 다정하게 느껴진다.
일상에서 무언가 놓치고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날 꺼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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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가 나를 부를 때
수잔 휴즈 지음, 캐리 소코체프 그림, 김마이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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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B라는 아이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
B는 나를 가로 막고, 이상하다고 하고, B의 친구들은 함께 비웃는다. 다른 애들은 그걸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학교에서 어땠는지 묻지만 나는 그냥 좋았다고만 한다.
어느 날 엄마는 산책을 가자고 한다. 나는 달렸고, 언덕에서 굴렀고, 땅을 끌어안았다. 엄마도 같이. 그날 밤 나는 엄마에게 B에 대한 모든 것을 털어 놓았다.
엄마는 피해자인 딸의 심리를 공감해 주면서, 가해자인 B의 마음을 들려준다.
그리고, B가 바라보는 법을 바꿔야하고 그것을 어쩌면 내가 도와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B가 나를 부를 때>는 스크립트 형식으로 적힌 단순한 문장과 단조로운 파스텔 톤의 색과 선을 이용한 그림으로 표현된 그림책이지만,
긴 문장과 다채로운 색깔, 섬세한 표현보다 등장인물의 감정이 더욱 잘 표현한 그림책이다.

때로는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아이가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엄마,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해 주는 엄마,
가해자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도와주고, 멀리서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엄마.
이 아이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엄마의 모습이 돋보인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아이.
더이상 이상한 애라고 불리지 않고, 주인공도 B를 이름으로 부르게 되는 점.
이제는 학교가 진심으로 좋아지고 있음을 말하는 점이 인상깊었다.
친구관계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둔 엄마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가 터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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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7
로렌 톰슨 글, 조나단 빈 그림, 최순희 옮김 / 마루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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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지금부터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는 반드시 애플 파이를 미리 준비하기 바람.
왜냐하면 읽은 후 못 견디게 애플 파이가 먹고 싶어 질 테니까.

표지를 넘기면 새빨간 면지가 눈을 자극한다. 이것은 본 사람은 빨간 사과를 연상할 것이다.
그리고 본문으로 넘어가면 모든 바탕색이 사과의 과육을 나타낸 것이라는 것을 눈치 챌 것이다. 밝은 갈색과 검정 색으로만 그려진 파이가 그려진 장면에서는 마치 달콤한 사과파이 향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이것은 아빠가 구운 달콤하고 따끈따끈한 애플파이 입니다.” 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군침이 흐르며 아찔해 질 정도이다.
이 문장으로부터 이 달콤하고 따끈따끈한 애플파이가 주인공 나에게 오기까지의 여정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같은 꼬리 잡기 말놀이 노래처럼 이어진다.
점층적으로 쌓아 올려져 가는 나무 블럭을 쌓는 기분으로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니, 원서의 리듬이 궁금해 졌다. 역시 원서는 운율과 글자수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라임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일본어번역서 역시 두 세 페이지만 읽어도 다음 문장이 절로 외워지도록 구성이 되어있다.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번역이었다.
일본에서는 2008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최고의 사과파이 그림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사랑 받고 있다.
한편 한국어판은 절판이 되었고,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문장의 리듬감이 결여된 번역과 사과 파이에 대한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말놀이 그림책의 부재가 안타깝기만 하다.
번역을 다듬고, 원문의 재미를 살려 다시 재 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렌 톰슨은 자신의 아들에게 슬픈 일도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만한 멋진 곳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이 그림책을 썼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 조나단 빈은 이 그림책이 데뷔작이지만 시골의 작은 과수원에서 자란 경험을 여지없이 담아냈다. 농장에 아침해가 밝아 오는 순간 부터 해가 지는 순간 까지가 역동적이고 유머러스하다. 1950년대 풍의 멋진 그림을 방불케 하는 그림을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는데, 작가는 버지니아 리 버튼과 완다 가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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