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산책 딱따구리 그림책 19
레이첼 콜 지음, 블랑카 고메즈 그림, 문혜진 옮김 / 다산기획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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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달만큼 신기하고도 매력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
시시 때때로 모양을 바꾸기도, 깜깜한 밤을 환하게 비추기도, 그리고 어디를 가든 계속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달.
어린이 뿐 아니라 옛 선인들도 달을 보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풍류를 즐겼으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달은 신비함과 호기심, 그리고 영감을 자아내게 하는 존재이지 않을까 한다.

유독 달을 좋아하는 우리 집 아이들은 달이 나오는 그림책이라면 무조건 찾아 읽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장 많이 읽었던 그림책은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 안녕>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잘 자요, 달님>.
커다랗고 둥근 달의 표정을 보며 울다가도 방긋 거리는 아기 시절과,
잠자리 의식으로 모든 사물에게 인사를 하고, 달의 시간에 따른 움직임도 발견하게 한 그림책들이었다.
<달빛 산책>은 <달님 안녕>과 <잘 자요, 달님>을 좋아하던 어린이들이라면 분명히 좋아하게 될 그림책이다.

빌딩 숲 사이로 커다랗고 둥글고 환한 달이 보이고, 그 달을 보며 손잡고 걸어가는 엄마와 아이.
달 밤에 산책을 나선다. 달이 뜬 밤에 아이를 재우기는 커녕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엄마를 보며 든 생각은 굉장히 근사 하다는 것이었다.
첫 장을 넘기고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도 엄마는 멋지다.
아이가 바라보는 곳을 함께 봐주고,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 친절한 답을 해준다.
엄마와 함께 달을 보며, 밤거리를 걷는 아이에겐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할 것이다.
달처럼 생긴 것들도 아주 많다. 그 경험과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알아간다.
“엄마, 여기에도 달이 또 있어?” “ 아니, 같은 달이야. 세상에 달은 딱 하나 거든.”
밝고, 환하고 둥실 떠오른 달은 정말 멋지기만 한데, 사람들은 이 책의 엄마와 아이처럼 달을 쳐다보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달을 보지 않는 것인지 묻는 아이의 질문을 통해 그제서야 보인다.
땅을 보며 바쁜 듯 걸어가는 사람들. 제각기 자신들의 일에 빠져있는 사람들 어쩌면 나도 이들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달이 예쁘게 뜰 것 같다. 바쁜 일을 접어두고, 아이들과 오랜만에 밤 산책을 다녀오고 싶다.
<달빛 산책>은 재능있는 신인 작가들에게 주목하고 수여하는 에즈라 잭 키츠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어린이 책 출판사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는 레이첼 콜은 처음 글을 쓴 그림책으로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고 한다.
블랑카 고메즈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단순하지만 감각적이다. 구석구석까지 그림을 들여다 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번역을 한 문혜진 작가는 제 26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고, 우리말의 리듬을 살린 동시들도 꾸준히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장이 매끄럽고 리듬감이 느껴진다. 어린이의 입말을 살린 문체가 다정하게 느껴진다.
일상에서 무언가 놓치고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날 꺼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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