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은 너무해 너무해 시리즈 2
조리 존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김경연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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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기린은 너무해>는 칼데콧 아너 상 수상 작가 레인 스미스의 그림, 미국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 조리 존의 글로 구성한 작품이다. 레인 스미스의 대표작으로는 <에릭 칼과 친구들의 친애하는 동물들>, <친구가 있어, 앞으로 앞으로>, <미국을 세운 다섯 개구장이> 등이 있다. 뉴욕 타임스 최고의 그림책을 네 번, 케이트 그린어에이 상을 받았다. 조리 존 작가와는 <펭귄은 너무해>에서 같이 작업했다. 글 작가 조리 존은 <곰아, 괜찮아?>, <곰아, 자니>, <나쁜 씨앗>등이 있다. 미국 어린이 서점 협회에서 수여하는 E. B 화이트 얼라우드 상을 수상했다.

그림책의 첫 페이지 왼쪽엔 기린의 긴 목과 함께 "너무 길어, 너무 잘 휘어, 너무 가늘어"와 같이 불평하는 말들이 10줄에 이른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기린의 몸통과 목이 나오는데 긴 목 때문인지 머리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볼 수 있다. "모두 쳐다봐"라는 말과 함게 머리를 숨기고 싶어 하는 기린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길게 늘어선 목으로 기린은 숲속의 모든 동물이 자기를 살피고 있다고 걱정한다. 기린은 긴 목을 가리기 위해 스카프를 "셀 수 없이 많이 둘"러 보지만 가릴 수 없다. 덤불에서 숨어 보고, 우뚝 솟은 나무 뒤에 서 보고, 강물에까지 들어가지만 어디서나 목이 드러난다.

기린은 줄무늬가 보기 좋다며 얼룩말의 목을 부러워하고, "굵고 힘차면서 우아하다"라고 코끼리의 목을 바라봅니다. 풍성하게 물결치는 갈기를 가진 사자의 목을 보면서 "나도 저런 목을 가졌으면"하고 가슴 설렌다. 그런 기린에게 엄마는 "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친구들이 내 목을 부러워할 거라고" 말한다. 죄송하다고 말하는 기린은 "아무도 이런 목을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숨어 있고만 싶어 한다. 어느 날 기린 에드워드는 "목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북이 사이러스를 만난다. 사이러스는 에드워드의 목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다면서 "내 목도 너와 같았으면 하루에 아주 많은 일을 할 것 같다"라고 말한다. 먹고 싶은 바나나를 쳐다보면서도 짧은 목으로 어찌할 수 없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이러스를 도와주기 위해, 기린은 긴 목으로 쉽게 잘 익은 바나나를 따준다. 사이러스는 에드워드에게 "네 목은 진짜 대단해 놀라운 일을 해내잖아"라고 감탄한다. 고맙다고 말한 후 에드워드는 "사이러스. 네 목도 근사해. 우아하고 품위 있어. 등딱지하고 잘 어울려"라고 특별한 말을 한다.

목이 길어 불만스러운 기린은 수많은 이유를 찾아서 불편을 늘어놓는다. 긴 목을 가리거나 숨기는 어떤 방법도 무용지물이다. 단점을 싫어하고 가리려고 온갖 방법을 쓰는 일반인의 모습이다. 에드워드는 어떤 위로의 말도 거부한다. 친구들이 부러워할 거라는 엄마의 말을 들었을 때도 "엄마만 좋아하는 목"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에드워드가 변화하는 순간은 목 짧아 슬픈 사이러스를 만날 때이다. 목이 긴 엄마의 응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지만 목 짧아서 한심해하는 거북이의 한탄을 마주하자 자신의 목을 달리 본다. 사이러스는 에드위드 앞에서 목을 뻗어 보이려고 하지만 "윽"하면서 더 내밀지 못하고 "후유"한다. 에드워드는 "너도 목 때문에 속상해"라고 말하면서 처음으로 마음을 연다. 자기와 같은 모습이 아닌 목 짧은 거북이의 괴로움이 기린을 구한 셈이다. 사이러스도 마찬가지로 비교를 통해서 위안을 받는다. 둘이 만나지 않았다면 기린과 거북이는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우리 "둘 다 목이 썩 괜찮지"라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기린 와 거북이의 모습은 평화롭지만 이 방법밖에 없을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목의 길고 짧음으로 장점이 단점, 단점은 장점으로 보이는 두 동물, 기린과 거북이를 소재로 한 점이 흥미롭다. 자신이 가진 부분은 싫어하고 다른 이를 부러워하는 에드워드와 사이러스의 모습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태도이다. 동물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은 어떤 성향이지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스카프로 목을 가리거나 기다란 나무 뒤에 숨으려는 기린의 행동은 웃음을 주는 포인트다. 거북이가 목 빼는 장면도 위트 넘친다. 목을 빼서 잘 익은 바나나를 보려고 하는 사이러스의 몸놀림이나 눈동자를 굴리는 부분도 재미를 안겨준다. 에드워드의 긴 목을 표현하기 위해 두 페이지가 이어진 그림은 그림책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준다. 목 부분만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 장면도 긴 목에 대한 불편함을 잘 전달하고 있다. 그림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으로 페이지를 여러 번 들춰보게 한다. 기린과 거북이의 마음을 표현하는 문구와 몸짓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를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다. 남과 다른 어떤 특별함으로 인해 상처를 가진 사람이 본다면, 자신에게 집중하는 화살표를 밖으로 돌려 시선을 옮겨주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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