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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상처받지 않는 아빠의 대화법
신용일 지음 / 미다스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쓴 작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전업 작가도 아니고, 전업 교육자도 아니다. 일반 직장다니며 평일은 바빠서 주말은 피곤해서, 마음과는 다르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주지 못했던 우리와 같은 보통 아빠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며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우리는 뭐가 옳은지 뭐가 그른지 사실 잘 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잘 몰라서라기 보다는 잘 안되인 경우가 더 많지 않던가. 누가 긍정적이면 좋은 줄 몰라서 부정적이었고, 화 내는 게 나쁜 줄 몰라서 화 내던가. 이 책에서 나오는 아빠 대화법은 방법론만 놓고 보자면 다른 육아 책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일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의 특별함은 진솔함에 있다. 작가에게는 3명의 자식이 있다. 본인이 아이를 키우며 잘한 부분들도 있지만 잘못하고 실수하고 아쉬었고 후회되는 일들에 대해서 진솔하게 고백한다. 육아일기, 가족일지 같은 느낌도 드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때론 내 모습도 보였다.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같이 후회하고 같이 반성했다. 그때 저자 본인은 어떻게 했었는지 경험을 공유해주고 나도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재밌게 여겨지던 부분이 있었다. 저자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이렇게 자주 언급하는 분이 또 있을까. 몇번 나오고 부터는 세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마도 5번 아니면 6번일 것이다. 모두 '아이 키우는데 잘 안되거든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그만큼 독자에게 진실하고 가깝게 다가가고 싶던 거였겠지. 무엇보다도 아이를 행복하게 잘 키우고 싶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아빠란 이름의 동지로써 성공적인 육아를 함께 고민하고 교류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내가 이 책에서 깊이 공감된 몇 가지를 소개해보면, 저자는 아이에게 칭찬을 할때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라고 충고한다. 우리는 안다. 결과가 늘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은 절대평가보다 상대평가가 더 많다. 누군가 높은 평가를 받으면 반드시 누군가는 낮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아이가 한 결과를 가지고 칭찬을 한다면 늘 결과가 좋을 수 없기에 늘 칭찬도 못한다. 하지만 과정은 다르다.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과정이 반드시 있기에 과정을 칭찬하면 칭찬해줄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게 아이에게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아이가 어떤 일을 할 때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자랄테니 말이다.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비단 여기서 처음 듣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살아가면서 어떤 좌절이나, 불안, 초조함을 느낄 때, 자기를 돌아보면 과정보다는 또 결과에 빠져 있었구나 하지 않던가. 아이에게도 칭찬을 통해서, 결과지향적인 세상에서 과정의 가치를 볼수 있는 눈을 길러주라는 메세지는 우리가 놓치자 말아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혼 낼때는 존재와 행위를 구분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던진다. 아이가 분명 몇번을 말했음에도, 그리고 안된다고 그렇게 했음에도 어디 아이가 그 말을 척하고 듣던가. 아이는 아이니까. 그렇지만 불가피하게 잘못을 지적해주던지 다른 사람에게 더 피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따끔하게 안된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는 때에 봉착한다. 우리가 늘 마음이 평안하고 여유가 있으면 좋으련만, 아이의 반복되는 행동으로 짜증나고 기분나쁠 때 '너는 어찌 된 애가...' 이런 투의 말이 툭 나와버린다.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이렇게 아이의 존재를 순간적인 감정에 함부로 규정짓는 '너는 어떤 애'라고 해버리는 말. 저자는 이것을 경계하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아이 존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위에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하면 찌그러져서 다른 사람이 못 사게 되잖아.' 이렇게 행위를 지적하고 왜 그러면 안되는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책을 읽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그러지 못했던 순간들에 반성이 된다.
이 외에도 아빠가 해주고 싶은 사랑보다는 아이가 받고 싶은 사랑을 해주라던가, 아이가 사소한 내게 해 줄 때 그것을 당연하고 가볍게 넘기지 말고 꼭 진심을 담아서 고맙다고 응답해주라는 것들은 아이를 키우며 놓치기 쉬운 부분이라 좋았다. 그리고 아빠 뿐만이 아니라 엄마들도 알면 육아에 충분히 좋을 내용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 방법들이 비단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가 권하는 방법에서 아이라고 말하는 자리에 다른 사람을 넣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는 데가 많다. 좋은 말과 긍정적인 태도가 어디 아이에게만 좋을까, 남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아이한테 하는 행동은 우리 습관에서 나오고 그 습관은 아이에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언제든 툭툭 튀어나올 것이다. 좋은 아빠, 아이가 상처받지 않는 대화법을 아이를 위해 익히면, 그러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좋은 습관은 내가 마주하는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드러난다. 그래서 표면은 육아서이지만 동시에 자기계발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지금 당장 사소한 것부터 실천하자는 말로 끝을 맺는다. 아무리 좋은 육아 방법이라도 거창하고 어려우면 실천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출근할 때 아이에게 사랑한다 말해주고, 퇴근 후 피곤하지만 나에게 말걸어 오는아이에게 짧은 시간이라도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을 들어주고 반응하는 것. 일상 속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자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좋은 아빠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말해준다. 그리고 아빠들이 바뀌는 것이 아이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저자가 자주 언급하는 말로 글을 마친다. 양육에 아빠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다름 아닌 내 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