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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나트랑 & 호치민, 달랏, 무이네, 푸꾸옥 - 2020~2021 최신판 ㅣ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베트남 남부 여행에 관한 가이드북이다. 제목에 나오는 나트랑, 호치민, 달랏, 무이네, 푸꾸옥은 모두 베트남 남부에 위치한다. 하지만 실제로 안을 보면 호이안이 추가로 더 담겨있다. 호이안은 중부에 위치한다. 그래서 엄밀히 이 책은 베트남 중남부를 다룬다. 책 내용을 보지 않는한 호이안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수 없게 되어 있어 호이안에 들어간 정성이 빛을 보기 어렵지 않을까 괜한 걱정되기도 한다.
책의 3분의 1은 베트남과 베트남 여행의 전반적인 내용, 3분의 2는 개별지역 세부내용으로 구성된다. 아마도 나처럼 위 지역에 대해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은 지역 이름도 낯설고 뭐가 뭔지 감이 잘 안올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저 지역들이 눈에 훨씬 잘 들어온다.
가이드북이라는 책의 특성상 알맹이는 지도, 숙소, 음식, 명소 같은 지역 세부내용 부분이라고 생각했었다. 경험을 비추어 보면 해외 여행가서 가이드북을 볼 때 자기가 머무는 지역에 대한 내용 위주로 찾아 보지 않던가. 가이드북이라는 책은 일반책 독서하듯 처음부터 읽어나가기 보다 사전처럼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읽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평을 쓰기 위해 읽다보니 일반 책처럼 처음부터 한자 한자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전에는 못느꼈던 사실을 알게되었다.
일단은 앞 부분이 생각보다 너무 잘 읽혔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대표적으로 나는 베트남 전도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길쭉한 'S'자 처럼 생겼다고 소개된 베트남 땅은 나에게는 긴 '3'자 처럼 보인다. 나는 다낭과 호이안에 간 적이 있다. 그리고 하노이, 호아빈, 하롱베이, 호치민 이런 베트남 도시들의 이름도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오직 이름뿐, 그 도시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감을 못잡고 있었다. 다낭은 다녀왔는데도 다낭 시내지도만 봤기에 베트남 전도에서 다낭이 어디쯤에 있는지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순서대로 읽다보니 그런 감들이 확 잡힌다. 길다랗게 생긴 베트남은 북부, 중부, 남부로 나눠지고 하노이, 호아빈, 하롱베이 같은 도시는 북부, 내가 다녀온 다낭, 호이안은 중부, 이 책에 소개된 도시들은 남부에 있다. 이 점만 눈에 들어와도 훨씬 더 베트남이 가깝게 느껴진다.
베트남의 역사에 대해서도 나온다. 1200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고 900년은 독립국가로 잘 버텨냈지만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시기 즈음 베트남은 프랑스에 의해 식민지를 겪는다. 그리고 우리가 해방이 되지만 냉전에 의해 남북으로 나뉘듯 베트남도 남북으로 나뉘었고 우리가 잘아는 베트남 전쟁으로 사회주의인 북베트남을 중심으로 통일되어 현재의 베트남이 되었다. 그들 역사는 우리 역사와 많이 닮아 있었다.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워왔고 분단과 내전의 아픔을 겪은 그들의 이야기는 베트남에 대한 호기심을 더 자극했다.
그리고 베트남이 세계 원두생산량 2위 국가인 것도 처음 알았다. 그 배경에는 프랑스 식민지의 아픔이 있는 것도. 그래서 베트남 다녀온 사람들이 왜 그렇게 G7커피를 사왔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런 우리가 잘 모르는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들을 책은 잘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들어가 이 책에 나오는 남부의 여러 도시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책의 처음에 이런 글이 있다. '일상에서 조금 비켜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여행은 오감을 통해 여행기록(Travel Log)으로 남을 것입니다.'
트래블로그(Travel Log)라는 이름을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마치 블로그(weB log)글처럼 이 책의 중간중간에는 여행정보 뿐 아니라 저자의 생각과 감정이 잘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껴져 잘 읽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한 달 살기라는 것이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 책에도 그런 트렌드가 잘 반영되어 한 달 살기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저자가 한 달 살기에 대해 치중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인지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책정보란에서는 이 책의 제목이 '한 달 살기, 나트랑...'으로 되어있다.
저자는 한달살기에 대한 글에서 여행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내비치기도 한다. '현지인과의 교감은 없고 맛집 탐방과 SNS에 자랑하듯이 올리는 여행...'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못사는 나라에 가서 우리나라에서라면 그 돈으로 느낄 수 없는 하이클래스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나 이런 나라 가봤어요.' 사진찍어 올려 자랑하기 위해서 가는가?하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질문들이 어쩌면 '사진 빼곤 남는 게 별로 없더라'로 끝났을 여행을 우리 마음속에 오랜 의미로 남는 여행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한 달 살기는 삶의 미니멀리즘이다.'하는 글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여행이 아닌 생활이라고 하기엔 짧지만 그래도 한달 '거주'하면서 정말로 내가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에 둘러쌓여 산다. 과연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던가. 베란다 창고 물건들에서 부터 가까이 내 방안 어떤 물건들은 몇 년째 사용된 적도 없이 그냥 우리가 소유하고 있다. 이야기가 너무 멀리 가는지 모르겠지만 법정스님의 <무소유>로 많은 사람들이 필요치 않은 것들로 인해 삶이 잠식되고 있음을 깨닫고 삶을 가볍게 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던 것을 떠올린다. 한 달 살기 또한 새로운 곳에서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살며 스스로를 돌아 볼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이지만 여행블로거의 에세이를 읽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이 책의 전반부(책의 3분의 1)는 베트남에 대한 내용, 저자의 경험이 담겨있고 후반부(책의 3분의 2)는 지역별 명소, 숙소, 식당이 소개된다. 어쩌면 후반부는 정보에 대한 부분이라 다른 가이드북과 큰 차이가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반부가 참 좋았다. 덕분에 베트남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여행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최근 동향에 해당하는 베트남 국민영웅 '박항서'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지는데, 2020년 발행서적인 만큼 최신내용도 잘 반영이 되어 있었다. 전반부 장점에 대해 언급하다보니 후반부가 묻히는데, 이 역시 내용이 충실했다. 여행 가이드북이다 보니 칼라풀한 사진들이 많이 담겨있고 조금의 여백도 남겨두지 않고 사진으로 꽉꽉 채워져 있어 책을 펼치는 것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음식사진에 빠져 보다가 결국 가까운 베트남 음식점을 찾게되기도 했다. 당장 갈 계획 없는 지역에 대한 여행 가이드북을 읽는 것이 바보짓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됐다.
'아, 다음 휴가는 나트랑으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