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김수현 작가의 4년 만의 신작이다. 나는 이 책의 '사전 독자단'에 참여했었다. 약 두 달전 그때는 제목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법>이라는 가제를 달고 스프링 제본의 모습으로 나에게 왔었다. 이전에도 정식 출판 전의 도서를 받아 본 적이 있었지만 출판 전후라는 시기나 책의 정식여부의 차이만 있었지만 이 책에는 다른 것이 있었다.



사전 서평의 독자가 책을 읽으며 자유롭게 첨삭이 가능했다. 나는 단순한 오탈자에서부터 어색하게 느껴지는 표현, 문장, 그에 대한 대안에 대해 첨삭했다. 그런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해당 페이지를 읽고 느껴지는 감정이나 거기에서 나오는 표현과 관련된 내용을 덧붙였다. 마음이 동하는 부분은 색연필로 줄도 그었다. 돌아보면 혼자서 작가 코스프레나 편집자 놀이를 했다.



그렇게 첨삭한 페이지가 약 40페이지 정도 되었다. A4 용지 한 면에 다단이 되어 정식 책 두 면이 인쇄되었기에 실제 첨삭은 40군데를 훨씬 넘을 것이다. 이렇게 내가 남겨 놓은 흔적은 고스란히 출판사 측에 전해져 참고자료로 쓰기로 되어 있었다. 김수현 작가를 포함한 출판 관계자들이 첨삭을 찾기 어려울까봐 해당 페이지에는 포스트잇 플래그를 달아 학창시절에도 안하던 짓(?)까지 했다.



그 스프링 제본이 얼마전 완성된 책과 함께 나에게 돌아왔다. 정식 제목은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였다. 그리고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 예쁜 파스텔 칼라의 모나미펜 5자루와 김수현 작가의 편지가 동봉되어 있었다. 이미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나는 지금 자랑을 하고 있다. 단순히 일방적으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나의 첨삭, 제안이 전달된 책이기에(설령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남다르게 느껴졌다. 책의 탄생 '목도'했다는 '특별함', 살짝은 '관계자'에 발가락, 아니 발톱이라도 걸친(발톱도 안되겠습니까...) 사람으로써의 '뿌듯함'같은 것들이 어우려져 만들어내는 애착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그러한 특별함과 뿌듯함은 책 내부와 겉표지에 실린 '사전 독자단'이란 이름으로 '공인'(이정도면 발톱은...)되어있다.



앞서 언급한 책과의 인연과 내 이름 석자와 단 몇자의 내 한줄평이 실렸을 뿐인데도 이렇게 책에 색다른 애정이 생기는데, 작가뿐 아니라 책의 제일 뒷쪽 출판관계자로 명기된 분들의 책에 대한 애착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아무튼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었음은 틀림없다.



본래 이 책의 서평을 4월 초에 썼었지만 출판사 측에서 정식 발매 후에 글을 올려주길 요청하였기에 이제야 올린다. 사실 서평이라기 보다는 사전 독자단으로 책을 다 읽고 마지막 빈 공백에 손으로 몇 자 적은 글을 옮긴 것이다. 평소 주저리주저리 쓸데없이 길게 글을 쓰는 평소의 내 서평과는 달리, 펜으로는 글쓰기도 느리고 손도 빨리 아파오는 나의 신체적 결함덕에 글이 짧다. 말이 새는데, 앞으로 서평을 너무 길게 안써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사람들은 긴 글 싫어한다... 아래는 그때 올리려 했던 글이다.



이번에 서평할 책은 아직 출간이 안되었다.(이 글은 출간 전인 20년 4월에 쓰였고, 현재는 정식 출간되어있다.) 사전 독자 평가단에 선정되어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쓴 김수현 작가의 신작이다. 제목도 확실히 정해지지 않아 가칭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법>이라고 했다. 가칭처럼 관계에 대한 글이다. 관계하면 타인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에는 나와의 관계 또한 다루고 있다. 타인의 관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나와의 관계이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라던 노래 처럼 우리 안엔 우리가 너무 많고 그 여러 우리들과 우리는 함께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마음과 관계에 대한 통찰력에 여러번 놀랬다. 이 책에서 작가가 하는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가 한번 씩은 생각했거나 경험해 본 평범한 것들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경험은 순간의 스쳐지나가는 것으로 사라지기 쉽다. 작가는 그런 사라질뻔한 것들을 붙잡아 거기서 한 걸음 더 깊이 고민했고 성찰해 보면서 평범한 것들을 특별한 깨달음으로 승화시켜 놓았다. 당연한 현실의 이야기를 뒤집어 생각해보면서 "으레 그렇겠거니" 하고 지나쳤을 것들을 작가의 눈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글에서 작가 내면의 깊이와 단단함이 전해져 나이가 있는 분일거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발동해 검색을 해보았다. 그런데 젊은 여성분의 사진이 나와 놀랐다.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 놓을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사연이 있었을까. 중간중간 마다 인용되는 적재적소의 문구들도 관계와 심리에 대해 작가가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오래 연구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돌아봄'이라는 표현이 유독 눈에 띄인다. 종교수행을 했거나 마음공부를 해온 사람에게서 느낄수 있는 분위기를 감지했었는데 마음공부명상을 했다는 이야기에서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마음을 돌아보고", "현재에 머무르며", "세상에 다정하자"는 작가의 이야기에서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는 밖이 아닌 내면을 살피는 것에서 얻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앞서 관계에 대한 책으로 소개했는데 더 자세히는 '관계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조언이 담긴 책'이다. 작가의 관계에 대한 지혜롭고 유용한 충고 만큼이나 따뜻하고 포근한 위로가 빛나는 책이다. 당장 다친 사람에게 앞으로 조심하라는 충고보다는 괜찮냐는 위로가 더 필요한 법이니까. 주변에 지금 힘들거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글을 읽으며 작가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어 다 읽고 난 지금 작가와 묘한 친밀감을 느낀다. 김수현 작가의 이번 책이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관계의 통찰을 길러주기를 기대해 본다.


아래는 좋았던 구절들을 모아보았다.

1-1) 그걸 꼭 말로 해야 압니다.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냐고 묻고 싶지만 그걸 꼭 말로 해야 할 때가 있다.

1-2) 표현에도 준비운동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걸 나도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느끼고 바라는 모든 것이 바람직한 건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 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그 마음을 다룰 수 있는 것이다.

1-3) 상대의 마음에 머무르는 것.

타인의 고통을 들을 때는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 것.

공감이 필요한 상대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이야기는 "괜찮아? 지금 마음 어때?"하고 그 마음을 물어주는 일이다.

위로나 조언이 필요할지라도 우선은 상대가 충분히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물어야 한다.

만약 힘든 누군가의 곁에 있다면 상대가 충분히 말 할 수 있도록 그 마음을 물어 주자.

"네 마음이 그랬다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상대의 마음을 수용해야 한다.

우리 삶에 가장 필요했던 위로는 존재의 무게를 담아 그 마음에 머무르는 일이다.

1-4) 아주 작게라도 표현합시다.

삶을 파괴하는 무력감은 고통의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 생겨난다.

매번 싸울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삶을 지켜내고 무력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쉬운 단어가 있다.

그건 바로, "네?"이다.

요즘 세상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순수한 놀라움을 담아 아주 짧게 "네?"라고 말하며 놀라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인간에 대한 예의는 필요하다는 것.

종종 후회로 남는 자기 표현은 표현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중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무례한 상대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지만, 같이 무례해질 필요도 없다.

정중하게 내가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조금씩 알려주는 거다.

1-5) 나만의 언어를 찾을 것.

화법은 천성이 아닌 기술이다.

저절로 완성되지 않고 타고난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여겨서도 안된다.

조금 더 매끄럽게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고 나를 지킬 수 있는 언어를 발견하며

연습하고 수정하고 시도해 나가자.

나의 언어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1-7) 일단 표현해야 상대의 진가를 안다.

갈등을 만들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며

갈등을 이야기하고 해결할 수 있을 때 이 정도에는 깨지지 않는다는 안심이 생길 수 있다.

1-9) 사람은 고쳐 쓸 수 없어요.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아무리 삶이 고단하더라도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관계, 진심과 사랑이 있는 관계였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말은 변하지 않는 상대에 대한 자조적 체념이 아닌 타인을 원하는 식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겸손의 깨달음이어야 한다.

2-1) 테이커(taker)와는 상종하지 말 것.

착하다고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아무에게나 착했기에 손해를 본 거다.

세상은 착한 사람들만 사는 디즈니 월드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당들이 넘치는 고담 시티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나친 경계심이나 분별없는 이타심이 아닌 세상의 양면을 함께 바라보는 힘이자 테이커를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일 뿐이다.

내가 가진 걸 뺏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닌 마음껏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착취적인 관계가 지속된다면 거리를 두자.

기꺼이 당신을 만난 것을 행운으로 여기게 하라.

단, 그럴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만.

2-5) 피할 수 있는 건 피해 보자.

타인을 자신의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들이 타인을 조종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전술은 종잡을 수 없는 칭찬과 비난 또는 침묵인데 이들의 행동에 일일이 반응하게 되면 그들의 비위를 맞추려 쩔쩔매게 되고 그들의 조종 대상이 된다.

이런 경우엔 말려들지 않는 게 최선이다.

그들의 칭찬을 기다려서도 안 되고 그들의 비난을 진실이라 여겨서도 안되며 그들의 침묵의 이유를 추측하려 애써서도 안된다.

칭찬과 비난, 침묵 모두에 거리를 두고 그들로부터 관심 없는 사람의 지위를 차지하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좋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상대를 우리 삶에 주연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니 한 걸음 물러나자.

모두에게 정중하되 누구에게도 쩔쩔매지 말자.

2-7) 헤이터의 기본값.

아무리 좋은 식당도 아무리 좋은 영화도 아무리 좋은 음악도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듯이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누군가 당신을 미워한다 해도 그 사실이 당신의 존재를 훼손할 수 없고 여전히 당신에게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당신을 상처 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아닌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그게 그들의 애정에 대한 우리의 보답이다.

2-10) 아무 말 대잔치에 흔들리지 마세요.

야, 넌 살 좀 빼.

널 빼는 게 더 쉽겠어.

2-11) 둔감함이라는 위로.

우리는 나 혼자 상처받았다는 생각에 자기연민과 분노에 빠지지만 우리가 받은 상처를 상대가 전부 알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

상처에 대한 너그러움 없이는 우리 모두는 상처투성이가 된다.

상대의 실수에 조금은 눈감아주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상대의 행동에 의도를 찾지 않는 둔감함이 필요하다.

3-2) 좋아 보이려 애쓰지 말자.

좋아 보이는 건 쉽지만 진짜 좋을지는 별개의 문제였고 좋아 보이는 사진 속 모습이 행복까지 인증하지는 못한다.

가중 중요한 건 당신에게 좋은가, 당신의 마음은 어떠한가.

남들에게 좋아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에게 좋은 것을 찾고 당신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3-3) 돌아올 힘을 남겨두자.

지금 당장은 너무 즐겁고 조금 더 갈 수 있어도 돌아갈 시간과 힘을 남겨두는 것이다.

자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어야 좋았던 순간을 망치지 않는다.

이건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만날 사람이라면 전력을 다해도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인 관계에선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3-4) 인싸가 아니라도 괜찮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만족스러운 관계의 열쇠는 관계의 양이 아닌 관계의 질에 있다.

3-5) 호의는 돼지고기까지, 이유 없는 소고기는 없다.

호의는 돼지고기까지, 이유 없는 소고기는 없다는 말처럼 희생을 동반하는 지나친 호의에는 반드시 이유가 붙는다.

3-10) 기초 믿음의 회복.

곁에 머무는 이들은 변하겠지만 우리는 늘 누군가와 함께한다.

세상은 그렇게 가까이 보면 늘 변하지만 멀리서 보면 늘 그대로다.

그러니 관계가 영원하지 않았음에 너무 오래 서글퍼하거나 너무 이르게 겁낼 필요는 없다.

계절 내낸 나무는 모습을 달리하지만, 늘 그 나무인 것처럼 강물은 늘 흐르지만 강은 여전히 강인 것처럼 누군가는 떠날 것이고 누군가는 올 것이며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4-3) 예쁜 것만 보세요.

어떻게 해야 마음에 새겨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불확신과 예민함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자꾸 불안과 우울에 빠져버리는 내 맘 안의 웅덩이가 있다면, 웅덩이를 메우는 것보다는 적당히 피해가며 마음의 무리를 주지 않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뉴스를 보며 불안을 늘려가고 있다면 실시간 이슈들을 확인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면 고개를 들고 진짜 눈앞의 삶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바라보는 것에 물드는 법이다.

4-4) 부당한 요구 들어주지 않기.

내 거절이 야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가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상대는 무리한 요구를 가능한 요구였다고 생각하게 되고 '지난번에 다른 사람은 해줬는데', '지난번에 다른 사람은 괜찮다고 했는데'라며 더 당당히 부당한 요구를 하게 된다.

때론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게 최선의 선의이자 우리의 연대일 수 있다.

4-6) 그냥 해보자.

라캉이 말하길 사람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만 살피다 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 자기 욕망에 대해서는 무뎌진다. 그래서 '그냥'이라는 감각은 소중하다. 누구의 욕망도 아닌, 온전한 나의 욕망, 나라는 사람의 가장 본질적인 욕구일 수 있기에 우리는 그냥이라는 감각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그리고 그냥 한번 해봐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망하지 않는 나름의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최소한 생계에 대한 대책은 세우는 게 좋다.

한 가지 꿈에 장렬히 전사할 필요는 없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퇴로는 열려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한다.

5-1) 화해의 기술.

친밀한 관계에서 싸움은 피할 수 없이 생겨나고 때론 숨겨둔 서로의 진심을 이야기하기 위해 싸움도 필요하다. 하지만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누가 더 옳은지 잘잘못을 논하며 불필요한 상처를 낸다면 뻔하고 식상한 전개와 소모적인 논쟁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싹둑 잘라버리는 게 답일 때가 있다. 상대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다면 뭐가 됐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감정의 일방적 억압이 아닌 덜 상처 주기 위한 화해의 기술이 필요한 거다. 어차피 화해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다면 사소한 논쟁보다 상대가 더 소중하다는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하자. "그대, 나에게 오라."

5-2) 엄마의 기본값.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는 말은 엄마를 초인적 존재로 여기게 했는데 기본값이 이렇게 높게 책정되면 일단은 엄마가 힘들다. 사람이기에 그럴 수도 있는 일도 '그래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일'이 되어 엄마는 자신의 모성을 의심하기도 하고 아이는 자신을 비운의 주인공처럼 느끼기도 한다. 결국 모성에 대한 상향평준화는 우리 모두를 죄책감과 상처에 취약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엄마도 '인간'임을 인정해야 한다. 엄마도 실수할 수 있고 엄마 자신 역시 상처가 있는 연약한 사람일 뿐이며 때로는 삶의 구렁텅이에서 버둥거릴 수 있는 한 개인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자식이고, 또 누군가의 부모이기에 같이 행복해져야 한다.

5-3) 번아웃 금지.

당신은, 당신을 아낄 수 있어야 한다.

5-5) 각자의 고독의 몫.

우리는 언제나 혼자인 순간이 있다. 지방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단백질이 채워지지는 않듯이 관계를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혼자의 영역이 존재한다. 개별적 인간이 되지 못한 허기와 결핍은 타인과의 관계로 결코 채워질 수 없고 그 공허에서 도망친다 해도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자기 스스로 기쁨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어차피 혼자라며 쓸쓸해 하지도 나만의 외로움일 거라 착각하지도 말자.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도 각자의 고독의 몫을 이겨내고 있다.

5-9) 다 같은 중생 아니겠습니까.

나는 행복의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건 마치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꾸준히 운동하세요'라는 건강 조언처럼 언제나 익숙했던 이야기였다. 감사하고, 명상하고, 남을 돕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 행복해 보이는 누군가를 향해 샘내고 억울해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마음과 싸우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 행복을 달성한다면 그건 그들의 것이다. 누구도 그 행복을 샘낼 자격은 없다. 그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마음을 돌봐야 한다. 감사하고, 현재에 머무르며, 세상에 다정하자.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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