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숲에서의 일 년 인생그림책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지오반니 만나 그림, 정회성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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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월든>은 한 엘리트 젊은이가 남들이 추구하는 삶이 아닌 오직 자신만의 삶을 살아보고자 물질문명을 등지고 호숫가 근처에 오두막을 지어 2년 2개월간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번 책 <월든>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이것은 원작이 있다. 저 '한 엘리트 젊은이'가 바로 그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이고 저기 나오는 '호수'가 미국 메사추세츠의 작은 마을 콩코드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수'다. 소로의 <월든>은 1854년 처음 세상에 나왔으며 당시에는 유명하지 않았으나, 두 차례 세계 대전을 거치며 참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중의 목마름 때문일까, 20세기 들어 폭발적으로 읽히면서 '19세기의 성서'라고도 불리는 책이다.


내가 처음 '소로'와 <월든>을 알게 된 것은 두 작가의 책에서였다. 한 사람은 '류시화' 시인이다. 그의 책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는 그가 소로를 생각하며 월든 호수를 찾아갔던 이야기가 나온다. <월든>의 월든 호수는 미사추세츠 주의 콩고드라는 작은 마을 근처에 있다. 하지만 류시화 시인은 뉴햄프셔 주의 콩고드 시로 잘못 찾아가게 된다. 결국 다시 '진짜' 콩고드를 갔지만 늦은 밤이되고, 우연히 거기서 소로에 영감을 받아 40년 동안 월든 호숫가에서 살고 있는 한 백인 남성과의 만남이 소개되어 있다. 이를 읽고 언젠가 '소로'의 <월든>을 읽어 봐야겠다고 적어 두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한 사람, '법정' 스님의 책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다시 '소로'의 <월든>을 만나게 된다. 법정 스님도 소로의 흔적을 찾아 월든을 찾아갔었다. 소로는 간소화한 삶, 최소화하는 삶을 살았고, 세속의 가치가 아닌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였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급자족하였으며 채식을 하고 독신으로 혼자 살았다 한다. 어떤가, 뭔가 수행승의 느낌이 나지 않는가. 특히 <무소유>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시대의 스승이었던 법정 스님의 삶과 소로의 삶은 보면 볼수록 어딘가 서로 많이 닮아있다. 그래서 법정 스님도 앞서 살았던 '서양의 현자'를 찾아 미국까지 가셨던 게 아니었을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하버드를 졸업하고 동기들이 모두 성공과 돈을 위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자신은 물질주의와 자신 아닌 삶을 등지고 자연속으로 들어와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그때 그의 나이 고작 28세였다. 그가 월든에 맨 몸으로 들어갈 때만 해도 그는 책 한권 저술한적 없었으며 지금처럼 저명한 철학가나 사상가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었다. 생태주의, 자연주의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그는 평생을 간소하고 소박하고 도덕적인 삶을 실천하였고 그 모든 철학과 영감의 바탕은 월든 호숫가에서 살던 시절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책을 펼쳐보면 책소개가 나오는데, 두 구절이 이 책의 모든 내용을 함의하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구절은 "많은 것을 줄이고 간소한 생활을 추구한 그의 철학"이라는 부분이다. 이것은 최근 유행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떠올린다. 집 안을 둘러보자. 우리는 얼마나 필요하지 않은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가. 견물생심이라, 홈쇼핑이나 핸드폰의 광고에서, 마트나 백화점의 물건을 보며 우리는 습관처럼 구매를 한다. 버리는 것은 어떤가. 부엌의 찬장, 방의 붙박이장에는 몇년째 손도 대지 않고 이사올 때부터 지금까지 고스란히 모셔져 있는 물건들이 상당히 쌓여있다. 남을 주려니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것 같고 버리자니 또 아깝게 느껴지는 먼지 뿌옇게 쌓인 물건들. 하지만 좀 솔직해져 볼까. 우리집의 그 많은 물건들 중 지난 일주일을 돌아봤을 때 우리가 실제로 사용한 물건이 얼마나 되는지.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있는 것은 줄이고 구매도 최소화하며 간소하고 소박하게 살자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우리에게 잘 알려지게 된 것도 그런 사회적 필요성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두 번째 구절은 "사람들이 자연을 비롯한 자기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게 되기를"이란 부분이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거리에서도, 모니터와 스마트폰에 시선을 빼앗겨 자연과 주변에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 또한 떳떳하지 못하다. 이 책을 읽히고 있을 아이들에게도 우리는 얼마나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푸른 자연의 식물들과 경이로운 곤충들을 관찰하며 호기심을 마음껏 분출할 아이들이 유튜브나 플라스틱 장난감에 사로잡혀 있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소로는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살고 싶어 숲에 들어갔다고 했다. 남들이 정해놓은 이정표에 나의 삶을 맡기지 않고 한 순간이라도 깊이 있게 살면서 삶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다. 그의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와 자신의 삶을 오롯히 신념에 따라 던져버릴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가 살았던 월든의 오두막은 가장 가까운 인적과도 1.6km 떨어져 있다. 스스로 지은 가로 3m, 세로 4.6m, 높이 2.4m의 4평 남짓한 오두막에서 2번의 무더운 여름과 혹독한 겨울을 보낸다. 식량도 자급자족 했기에 열심히 밭을 일구고 목욕은 호숫가에서 해결한다. 책에서 나오는 문구처럼 "빛나는 시간과 여름날을 마음껏 누렸"으니 비록 돈은 없었지만 그는 부자였다고 했다. 부자라는 말을 생각해보게 된다. 어느 글에서 많이 가진 것이 부자가 아니라 만족하는 것이 부자라고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에서도 '욕심'의 반댓말은 '무욕'이 아니라 '만족'이라 했다. 자린고비처럼 인색하고 나눌줄 모르는 삶은 물질은 있을지 모르나 마음은 늘 허전할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삶이 진정으로 마음의 곶간이 가득찬 부자의 삶일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문장 중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있다. '월든 호수가 외롭지 않듯이 나도 외롭지 않다.', '현삼, 민들레, 콩잎, 괭이밥, 말파리, 호박벌이 외롭지 않듯이 나도 외롭지 않다.'는 문장이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문장을 음미해보자.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형체도 없고 흔적도 없이 우리 삶에 잠식해 들어와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만든다. 스트레스를 야기하는가 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 외로움을 채워보려고 하지만 그것은 바깥의 어떤 것으로 채울수 있는 것은 아닌듯 하다. 왜냐하면 외로움은 홀로있을 때 뿐만 아니라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느끼기 때문이다. 나의 외로움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안에 있다. 외로움의 열쇠는 오직 내가 쥐고 있는 것이다. 다시 소로의 말로 돌아가서, 길가에 홀로 핀 민들레나 호박벌이 외로움에 괴로워 할까? 과거 법륜 스님이 다람쥐나 토끼가 괴롭지 않은데 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괴로워하냐고 하셨던 법문을 떠올려본다. 외로울 땐 소로처럼 호수와 나무와 꽃과 벌레와 다른 동물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이 외롭지 않듯, 나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때, 더 이상 외로움은 나를 괴롭힐 수 없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소로는 결핵으로 45세라는 짧은 생애를 끝으로 삶을 마감한다. 하지만 그가 평생을 살았던 고향 콩고드와 청춘시절 그가 2년 2개월을 보냈던 월든 호수는 매년 6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으며, 그의 철학과 사상은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있다. 나는 그림책 제목이 <월든>인 것을 발견했을 때 깜짝 놀랬다. 내가 알던 그 <월든>인 것을 확인했을 때는 기쁘기도 했다. 소로의 대표적인 저서 <월든>이 그림책 판으로 나와 꿈 많고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들도 읽어볼 수 있게 나온 것이 반갑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부모도, 아이도 <월든>을 통해 소박하면서도 충만히 누리며 사는 삶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특히 이전에 <월든>을 읽어본 적 없는 부모님이라면, 이 책을 인연으로 원본 <월든>을 만나 새로운 인생관을 경험하게 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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