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은 나비 - 존중 네 생각은 어때? 하브루타 생각 동화
브레멘+창작연구소 지음, 청운 그림, 전성수 감수 / 브레멘플러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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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데르센, 덴마크의 동화작가이자 소설가인 그는 우리에게 <성냥팔이 소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림책 <결혼하고 싶은 나비>는 바로 그 안데르센의 작품으로 명작으로 불리기에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다. 5분만에 다 읽을 수 있는 명작이 있다는 것이 반갑지 않은가.

5살인 우리 아들은 남자 아니랄까봐 벌써부터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최근 만화 <공룡메카드>에 나오는 '초신비'라는 예쁜 여자 캐릭터에 빠져 있었다. 엄마와 결혼하겠다던 굳은 약속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사라져 버렸고 어느새 초신비 바라기가 되어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며 가감없는 애정을 드러낸다. 결혼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쓰는 아이를 보며 저 단어의 무게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묘한 미소가 지어진다.

책 내용은 나비가 자신과 결혼할 꽃을 찾아다니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따뜻한 봄날 이제 막 성충이 되어 일생에서 가장 멋지고 탱탱한 시절을 맞이한 나비는 자신과 결혼할 아름다운 꽃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만나는 꽃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된 만남조차 시작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눈이 높다. 시간은 공평한지라 어느덧 청춘시절은 다 가버리고 가을이 되었다. 이제야서야 겨우 마음에 드는 박하꽃을 만나 청혼을 해보지만 애석하게도 다 늙어버린 나비가 한창인 박하꽃(7~9월 개화)의 눈에 들어올리 없다. 결국 짝도 없고 갈 곳도 없는 나비는 사람이 사는 집에 들어가 따뜻한 난로불을 쬐다 그만 잡혀 버리고 곤충수집상자에 갇힌채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한숨만 짓는다. 씁쓸하다.


책의 교훈은 존중과 타이밍이다. 모든 사람은 일장일단, 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나비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너무도 자만한 나머지 남의 장점 보다는 단점을 보고 쉽사리 상대를 판단해버린다. 이런 존중없는 태도가 결국 그를 외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타이밍,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곤충의 수명은 짧다. 화창한 봄날 그토록 기다리던 성충이 되지만 나비는 꽃다운 청춘을 자만으로 허송해버렸다. 그 많은 꽃 중에 완두콩 꽃의 경우는 잘 될뻔도 했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보인 단점에 나비는 미련없이 돌아선다. 

누군가를 만날 때 너무 따지면 만나기가 어렵다. 차라리 너무 따지지 말고 호감만 있다면 일단 만나보며 단점은 장점으로 극복하며 열린 마음으로 다가갔다면 나비의 말로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생각을 하다보니 이 책은 연애 지침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재되 있는 의미가 깊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역시 명작은 이래서 명작인가보다.

책을 보면서 나비의 기대수명에 대해 찾아 보았다. 나비가 가을까지 살수 있던가 하는 궁금함 때문이었다. 나비의 종마다 편차가 크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호랑나비가 성충인 상태에서 보름을 살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드물게 알에서부터 2년을 살수 있는 종도 있다고 하는데 동화책에 나온 나비도 그런 종일 것이다.


아무리 명작이라 하더라도 그림책이라는 범주에 속하기에 그림이 제 맛을 살리지 못 한다면 감동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림작가는 충분히 명작을 명작답게 잘 살려냈다. 책 페이지 마다 꽃으로 가득한 그림을 보면서 봄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냥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매우 사실적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데이지, 수선화, 붓꽃, 제비꽃, 튤립, 백합, 개나리, 사과꽃, 완두콩꽃, 박하꽃이 등장한다. 

나는 꽃이 등장할 때 마다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아이에게 해당 꽃의 실물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정말 사진 속에서 보이는 꽃의 특징이 그대로 그림에 묘사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단순히 '아 그런 꽃이 있는 갑다'하고 넘어가지 말고 '붓꽃은 이렇게 생겼고, 사과꽃은 이렇게 생겼네'하며 아이와 함께 꽃 이름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과꽃이 제일 예뻤다. 사과꽃은 벚꽃과도 많이 닮아 있는데 둘 다 같은 '장미목'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복숭아 나무에 열리는 복사꽃도 벚꽃과 비슷한데 복사꽃은 벚꽃에 비해 분봉빛이 짙다면 사과꽃은 순백색이 짙은 차이가 있다. 그림의 디테일은 계절에 따른 나비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봄에는 머리도 금발에 더듬이도 팔팔하지만 가을이 된 나비는 머리도 하얗게 세고 더듬이도 일그러저 있다.


책에는 하나의 장치가 있다. 책을 읽다보면 달팽이 표시를 볼수 있다. 거기서는 별책부록으로 포함된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카드 앞장에는 해당 페이지의 그림이 있고 뒷장에는 질문이 있다. 부모가 수록된 질문을 하면 아이는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를 '마따호쉐프'라고 소개하는데, 이는 히브리어(유대어)로서 '네 생각은 어때'라는 말이라고 한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를 키울 때 '마따호쉐프'라는 말을 많이 해주어 아이의 사고력을 길러준다고 한다. 이런 교육법에서 착안하여 그림책을 읽는 중간에 아이에게 질문을 할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아이가 중간에 달팽이 표시가 있으면 '달팽이다!'하고 흥분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아이들은 자기 역할을 갖고 싶어하는 것을 느낀다. 사소한 거라도 아이는 자기를 믿고 무언가를 맡겨 주는 것을 원한다. 가위를 다룰 때 부모들은 아이가 다칠까봐 못 미덥고 불안해서 대신 해준다. 하지만 그럴 때 조차도 가위는 부모가 다루되 아이에게 종이 끝부분을 잡아 달라든지 하는 식으로 그 역할이 사실상 효용이 없다고 할지라도 아이가 함께 자신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아이의 행복과 자존감 배양에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림책은 일방적으로 부모가 읽어주는 부분이지만 중간에 달팽이를 찾거나 생각을 말하게 하는 부분을 넣어서 아이가 참여할수 있도록 한 점이 마음에 든다.

<결혼하고 싶은 나비>는 재밌는 이야기와 의미있는 교훈도 있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도 배울 수 있는 예쁜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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