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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 드로잉 - 그림으로 시작하는 명상
김명선(환희지) 지음 / 미디어샘 / 2020년 4월
평점 :
만약 만다라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불교, 명상, 인도, 요가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본 사람일 것이다. 만다라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범어)로 '본질'이라는 뜻인 '만다'와 '소유'라는 뜻인 '라'의 합성어로 '본질을 얻는다',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불교의 한 갈래인 밀교에서 주로 볼수 있는 동그란 모양의 탱화(불화)를 말한다. 혹시 종교적인 성격 때문에 불편해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만다라의 출발이 밀교라는 것일 뿐 책에서도 밝히듯 저자는 기존 만다라의 종교적인 느낌을 빼고 양식만 빌려 독창적으로 그려냈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힌두교 영향을 많이 받은 요가를 종교로서가 아닌 운동삼아 하는 타종교인들이 적지 않듯 효과가 유용하다면 종교에 관계 없이 좋은 것은 취할 수 있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만다라를 알게 된 것은 인도에 여행갔을 때였다. 밀교는 주로 티벳을 중심으로 전해지기에 내가 만다라를 만났던 상점도 주인이 티벳사람이었다. 동축을 중심으로 여러 원과 사각, 그리고 여러 무늬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모양은 흡사 웅장한 궁전의 지도를 연상하게 했다. 그리고 사용하는 색깔의 종류도 다양하고 금색, 은색 도료까지 더해져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티벳이나 인도에서는 만다라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대학전공도 있다고 했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만다라를 사지는 못하고 구경만했다. 상점에서는 단기로 만나라 클래스도 열고 있다고 해서 한번 해볼까 잠깐 생각했지만 그림에 재주가 없는 내가 하루 이틀 배워서 되겠나 하는 생각에 엄두도 못내고 지나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해볼껄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런 차에 이 책을 보게되어 만다라를 한번 배워 볼 기회구나 싶었다.
책에서는 만다라를 현재를 마주하고 과거를 치유하는 명상 도구로 소개한다. 흔히 사람들은 명상은 가부좌를 틀고 가만히 눈을 감고 오래도록 앉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명상이란 마음의 고요, 평안을 유지하는 것이다. 불가에서도 '행주좌와 어묵동정'이라는 말이 있다. 가고 서고 앉고 눕고 말할 때나 말하지 않을 때나 움직일 때나 멈춰있을 때나 늘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명상이고 수행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시중선이라는 말도 있다. 시끄러운 시장 바닥 한 가운데서도 명상을 하듯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명상이라는 것은 반드시 가만히 앉아서만 할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만다라를 그리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이 순간에 깨어있고 마음을 고요히 할수 있도록 했다.
책의 사용법은 각 장마다 저자가 상세히 언급한 명상 지침을 읽고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 이때 명상은 좌선이다. 그 후 차분해진 마음을 잘 유지하면서 만다라를 따라 그리는 식이다. 책에는 31가지의 만다라 도안이 담겨 있다. 만다라를 혼자서 그리지 못해도 괜찮다. 이미 저자가 그려놓은 만다라 위를 덧대어 그리거나 색칠하면 된다. 그러다가 자신이 생긴다면 스스로 처음부터 그려 볼 수도 있다. 만다라의 단계가 넘어갈수록 저자의 도안 스케치의 빈공간이 많아지고 마지막 만다라에서는 하얀 백지가 있어 독자들이 단계적으로 도전해 볼수 있도록 하였다. 필기구로 저자는 스테들러의 피그먼트라이너 세트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나는 모나미의 삼색 플러스펜을 사용했다.
기본적으로 만다라 드로잉을 위한 책이지만 명상 지침이 잘 설명되어 있어 명상입문서로도 부족하지 않게 느껴진다. 호흡, 생각, 존재, 용기, 마음, 습관, 행복, 평화, 용서와 같은 주제를 제시하고 명상 시 몸의 자세나 마음가짐에 관한 설명까지 상세히 수록되어 있어 마치 템플스테이의 명상 클래스에 온듯한 기분이 든다. '멈추는 연습', '그냥 하기 법칙' 같은 감정 컨트롤 테크닉이나 '감정은 내가 아니다', '바라는 것이 없으면 괴로울 일이 없다', '지금, 여기', '삶의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와 같은 울림있는 문구들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책에는 한가지 장치가 더 있는데 만다라 마다 상단에 QR코드가 있다. 핸드폰을 사용해서 QR코드를 따라가보면 명상음악이 나온다. 명상음악은 집중력을 끌어 올리고 지친 마음을 효과적으로 힐링하도록 돕는다. 책 뒷 부분에서는 앞에서 다룬 만다라가 어떤 마음에서 더 효과적인지 분류해 두었다. '욕망을 관찰하게 돕는 만다라', '좌절 극복을 돕는 만다라', '용서하는 마음을 품는 만다라', '자존감을 회복하는 만다라' 등 여러 상황에 대해 적절한 만다라를 소개해 두었다. 명상음악의 느낌과 만다라의 의미가 서로 잘 매칭되어 선곡되어있다.
문득 만다라를 그리는 티벳승려 이야기가 생각난다. 만다라가 명상의 좋은 도구가 될수 있는 이유를 시사하고 있어 잠깐 이야기 해본다. 한번은 달라이라마가 티벳스님들이 있는 한 건물을 방문하게 되었다. 티벳불교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만다라를 만들어 환영과 축복을 표현하는 문화가 있다. 건물 바닥을 가득 채울 만큼 엄청난 크기의 만다라를 승려들은 수일을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 꼭 그리는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모래, 꽃, 밧줄 같은 다양한 사물들을 배치하여서도 만든다. 만다라가 다 완성되고 얼마 후 정서장애가 있는 한 사람이 그걸 헤집고 다니며 산산히 망쳐놓는 일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경악을 했지만 티벳승려들은 평온한 모습으로 다시 만다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에 만다라는 하나의 예술작품이었지만 라마승들에게는 매 순간 깨었음으로 마음을 편안히하고 무상의 교리를 자각하는 하나의 수행 과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아직은 만다라에 대해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공부나 명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혹, 명상과 만다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예쁜 책이 새로운 도전을 위한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