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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ㅣ 아이노리 세계 그림책 6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이정연 옮김 / 아이노리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이 <네!>다. 내가 본 책 제목 중 가장 짧은 것이 아닌가 싶다. <네!>는 영아를 위한 그림책이다. 네이버에 '영아'를 찾아보니 생후 만 2년까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보통 돌 전에 아이를 부르면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정도로 반응을 하지만 돌을 지나면 뇌와 신체가 발달하면서 좀 더 큰 리액션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작가는 이 점에 착안하여 부모가 아이를 호명하면 손을 들어 반응하는 놀이를 이 책으로 해볼수 있도록 해서 아이도 재밌고 부모도 기쁜 장면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어른에게는 너무나 시시하고 재미없는 부분에서도 아이들은 즐거움과 기쁨을 잘 찾아낸다. 대표적인 게 '까꿍'이다.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가 손을 치워 얼굴을 내미는 것에서도 아이는 신기함을 느끼고 재밌어한다. 세상에 온지 얼마되지 않은 아이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한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사실 고개도 가누지 못하던 아이가 뒤집고 기고 서는 것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아이의 처음을 알기에. 아이의 원초적인 소리와 사소한 표정을 매개로 소통했던 부모로서는 아이가 보편적 소통수단인 '언어'를 이해하고 반응을 보이니 이는 어른에게도 신비로운 일이다.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하다'는 표현은 어른의 표현임을 기억하자. 처음에 등장하는 고양이를 비롯해 강아지, 꽃게, 코끼리, 달팽이, 유령, 아이 순으로 등장한다. 앞장에서 이들을 부르면 뒷장에서 웃으며 '네!'하고 반응하는 그림이 나온다. 아직은 '언어'보다는 '소리'에 친숙한 아이들을 위해 '야옹야옹', '멍멍', '뿌우' 같은 의성어나 '싹뚝싹뚝', '꼬물꼬물'같은 의태어로써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반응할 때 단순히 손만 들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각 그들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표현했다. 처음 등장하는 고양이는 앞발로 다음 개는 긴 귀로, 꽃게는 집게로, 코끼리는 코로, 달팽이는 쭉 뻩어나온 눈으로, 유령은 기다란 목으로, 그리고 마지막 아이는 손을 들어 대답한다.
5살이 된 우리 아이에게는 어쩌면 이 책은 쉬운 책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당연한 말이겠지만 책에 나이를 매기는 것은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것을 느낀다. 특히 어릴수록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를 보면서 책에 매겨진 나이와 아이의 나이를 바로 매칭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다르기에 아이들은 '연령'보다 '월령'을 따지지 않던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24개월로 정의된 영아책이라고 해서 유아가 못보는 게 아니더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유아인 우리아이는 이 영아책을 옆에 있던 다른 유아책보다 좋아했다. 위에서 언급한 주인공들을 부를 때마다 아이를 처다보면서 불러줬고 주인공들이 반응을 할 때마다 우리 아이도 손을 들어 '네!'하고 반응했다. 이름을 부르고, 대답하며 몸으로 반응하는 이 당연한 행위에서 아이는 재미를 느꼈다. 특히나 그 상대가 늘 바빠 잘 시간을 내어주지 못하는 아빠여서 그랬다고 생각한다면 나의 자뻑인가.
우리 아이가 좋아했던 캐릭터는 꽃게와 유령이다. 나는 특히 유령에 주목한다. 이 나이 때 아이들은 공룡, 괴물, 유령에 환장한다. 엄청나게 크고 힘세고 무서운 존재들에 겁을 먹으면서도 또 좋아하니 참 묘한 심리다. 이러한 현상의 증거가 바로 아이들 만화에 그렇게나 공룡이 많이 등장하고 괴물들이 나오며 최근에는 '신비아파트'같은 귀신이 등장하는 만화가 인기를 끄는 것이라 하겠다. 작가는 일본사람인데 일본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작가는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기에 분명 '유령'을 등장시켰을 것이다. 유령을 불렀을 때 유령은 목을 길게 잡아 빼면서 대답을 한다. 아이 책인 것을 감안해 귀엽게 그려놓았음에도 아이에게 가까기 책을 가까이 대니 움찔하는 모습이 귀엽다.
그리고 책은 손을 드는 것에 상응하는 그림을 담아내다보니 보통 책들은 좌우로 넘기는 구조인 반면 이 책은 상하로 넘기는 구조다. 좌우로 넘기는 책에 익숙하고 상하로 넘기는 것은 스케치북에서나 경험해 봤을 아이들에게는 이런 사소한 부분 또한 재미로 느껴질 것이다. 그림들은 대체로 귀엽고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선의 굵기도 두껍게 되어 있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영아는 영아대로 유아는 유아대로 부모의 적극적인 놀이 의지에 따라 충분히 아이들에게 재밌게 다가갈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매번 느끼지만 그림책은 아이들에게는 책의 형태를 빌린 장난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