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
강혜은 지음 / 하영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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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난리다. 5살 우리 아들은 코로나로 인한 어린이집 휴원으로 벌써 한 달 넘도록 계속 집에만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는 너무 심심해 하고 아내는 아이와 놀아주느라 지쳐있다. 새로운 장난감을 사주는 것도 하루 이틀, 금새 질려버리고 그렇다고 매일 장난감을 새로 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심심한 아이는 계속 유튜브를 틀어 달라고 조르지만 우리는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와 일단 틀어주면 조용해진다는 달콤한 유혹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던 차에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를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에서는 일상속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품과 쉽게 구할수 있는 종이, 가위, 테이프와 같은 문구류를 이용해서 아이의 장난감을 만드는 방법이 담겨있다. 우리집 분리수거는 내가 한다. 매주 비닐, 플라스틱, 종이, 유리, 캔 같은 생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면서도 한번도 그것들을 가지고 아이와 놀아준다는 생각은 못했었다. 이 책으로 마치 내 머리속에서 전혀 관계 없던 두 단어 '분리수거'와 '장난감'을 이어주는 신경회로가 생성된 기분이다.


책에서는 총 50가지의 장난감을 만드는 방법이 나온다. 장난감마다 저자의 짧은 소개글이 실려있고 준비물과 완성된 모습, 단계별 설명과 친절한 사진이 수록되어 있으며 마지막에는 그 장난감으로 저자는 아이와 어떻게 놀았는지, 어떻게 놀면 좋을지 언급되어 있다. 단순히 만들면 끝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들면서 한번 놀고, 다 만든 장난감을 가지고 '이렇게 놀아요'에서 소개된 방식이나 또는 본인만의 방식으로 또 한번 놀수 있도록 되어 있다. 어렸을 때 TV유치원에서 김영만 아저씨가 나와서 색종이나 박스 같은 것들로 재밌는 장난감을 만들던 장면이 떠올랐다.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에서는 만들기 방법 외에도 저자가 아이를 키우며 고민해서 찾은 팁이 실려있다.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 가이드', '내 아이의 건강한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위한 Tip 10'이 그것이다. 엄마표 놀이 가이드에서는 '오직 놀이를 위한 놀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과 '아이가 잘 따라주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내 방식을 지우고 아이가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왠지 모르게 아이와 놀 때 조금이라도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 놀이를 하려고 하게 되는데, 사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재미가 없어서 잘 안 따라주곤 한다. 그럴 때 욕심을 버리고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해주라는 말에서 뜨끔했다. 그래, 주고 싶은 걸 주는 게 아니라 받고 싶은 걸 줘야하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나 책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아이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가르쳐 줄 것을 강조하며 만약 아이가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그것은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내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독후활동'이라는 것이다. 한번 씩 책을 읽어주긴 했는데 그게 다였다. 하지만 저자의 '독후활동'은 읽은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놀이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연장활동을 하는 것이다. 듣고보면 그런 걸 할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지만 듣기 전엔 전혀 그럴 생각을 못했었다. 육아로 피곤한데 굳이 만들기까지 할 여력이 없다하는 경우, 아이와 책을 읽고 나서 이면지 하나 준비해 사인펜으로 책에 나왔던 동물이나 주인공을 그려보는 것도 좋다. 실제로 그림을 그려봤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이것은 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요즘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신비아파트'에 나오는 캐릭터를 같이 그려보는 것도 반응이 좋았다. 이 책의 'Part 5'에서도 이런 독후활동을 적용하여 동화책을 소개하고 그 이야기와 관련된 만들기를 수록해 놓았다.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는 궁극적으로는 만들기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한 엄마의 아이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었다고 고백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놀이는 사랑'이라는 저자는 이 책의 곳곳에 아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묻혀 놓았다. 그녀가 얼마나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의 행복을 고민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이의 육아일기와 사진을 양장본 책으로 만들어 놓은 정성도 대단했다. 그래서 피곤하다며 아이와 놀아주는 것에 소홀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아이의 행복을 위해 더 분발해야겠다고 결심하게 해 준 책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5살 아이에게 이 책과 포스트잇 플래그를 주면서 만들고 싶은 걸 표시해 놓으면 같이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퇴근하고 나니 6개의 플래그가 붙어있었다. '신나는 풀숲 놀이터', 귀염둥이 버섯 인형', 페트병으로 장난감 컵 만들기', '뒤집개로 기린을 만들어요', '시끌벅적 동물농장', '트리케라톱스를 만들어요'가 아이에게 선택받아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타는 '배'도 하고 싶다 했다.


문득 '뗏목'이 생각나서 분리수거 바구니에 있던 페트병들을 가져와 테이프로 고정해 '뗏목' 바닥을 만들고 파이프 보온커버와 탁구채를 합쳐 '노'를 만들었다. 금방 만들었지만 만드는 동안 아이에게 페트병 잡아주기, 가위로 테이프 잘라주기 같은 임무를 주었는데 아이는 자신의 역할이 있어 너무 좋아했다. 사실 가위는 위험할까 걱정되어 안주려다 하고싶어하는 게 보여 큰 맘먹고 줬는데 너무 좋아하는 걸 보니, 너무 방어적으로 못하게만 하지 말고 되도록 아이에게 기회를 많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접한 뗏목이긴 했지만 집에 있던 물건들로 아이와 함께 만든 장난감으로 같이 놀았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아이에게는 장난감이 재활용품인지 기성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느낄 수 있고 엄마, 아빠와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계기로 독후활동이라는 것도 해보고 재활용품으로 집에서 만들기도 해볼 수 있어 좋았다.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왕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면 그 상황이라서 좋은 점에 집중하자는 뜻이다. 원래 저녁시간은 바빴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식 같은 바깥 활동이 제한되었고 아이도 어린이 집 안가고 집에 있다보니 코로나 덕분에 오히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늘었다. 이럴 때 그동안 아이에게 소홀했던 부분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아이와 뭘 하고 놀까가 고민인 부모님들이라면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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