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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와 함께 갈 거야 ㅣ 꼬마도서관 6
라켈 디아스 레게라 지음, 정지완 옮김 / 썬더키즈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전 읽은 책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의 차이를 정의하는 데 기억에 오래 남는다.
'자신감'은 내가 뭔가를 잘 할 수 있을 거란 마음이고
'자존감'은 내가 뭔가를 잘 못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 들일 수 있는 마음이다.
사회는 끝없이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우리는 늘 경쟁하고 또 경쟁해야한다. 최근 읽은 책에서는 과거에는 중학생 때부터 시험으로 경쟁이 이뤄졌지만 사교육이 확산되고 선행학습이 너도나도 일반화 되어가면서 중학생에서 초등학생으로, 초등학생에서 유치원으로, 심지어는 유아들까지 선행학습이라는 이름으로 그 경쟁의 무대에 내몰려있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낙오자를 만든다. 낙오되지 않고 도태되지 않아야 한다는 불안감 속에서 늘 나를 채찍질 해야한다. 나의 행복, 나의 가치, 나만의 목표, 삶의 여유 같은 것을 돌아보기 힘들다. 늘 외부의 잣대에 나를 맞추고 적응해서 이겨야한다. 그러는 사이 나의 기준보다는 사회가, 타인이 원하는 기준을 자연스레 나의 가치로 삼게 된다. 그 가치에 부응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탓하고 스스로를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며 종국에는 '자기혐오'까지 전이되어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와 같은 정신적인 고통으로 이어지고 최악에는 자살로까지 연결되는 슬픈 일들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교육은 일반화 되었다. 평등교육이 실현되어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며 곧 고등학교까지 확대될 것이다. 과거 사람들에 비해 우리는 똑똑하다. 그리고 과학기술을 진보로 과거 사람들에 비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할 수있다. 스케치북이 없어 그리고 싶어도 그릴 수 없고, 공책이 없어 쓰고 싶어도 쓸수 없는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는 이제 없다. 더 비싼 것을 먹고 더 좋은 것을 먹고의 차원이지 못먹어 굶고 부족해서 배고픈 것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충분히 똑똑하고 충분히 가졌으며 충분히 능력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비교해야 할 것은 '엄마 친구 아들'이 아니라 '어제의 나'정도면 충분하다. 비교하고 경쟁하는 생활이 너무 일반화 되니 습관처럼 굳어져버려 스스로에 대한 바로 그 자. 존. 감. 이 너무 결여되어 있다.
정보화사회를 넘어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시대라는 요즘, 돈, 명예, 지식, 인기와 같은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의 대상 중 제일 강조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행복'의 든든한 지지대는 바로 '자존감'이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 들일 수 있는 그 마음 말이다.
동화책의 서평을 쓴다는 사람이 무슨 이런 딴소리를 하냐는 책망이 들리는 듯하다. <난 나와 함께 갈 거야>는 아이에게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 나온 책이다. 주인공이 누군가를 좋아한다. 그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을 하나 둘 씩 포기한다. 그러는 사이 늘 자기와 함께 있던 친구(새)들도 주인공을 떠난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한 친구의 충고는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것, 다음 친구의 충고는 안경을 벗는 것, 또 그 다음 친구의 충고는 너무 크게 웃는 게 보기 안좋으니 작은 미소정도로 웃으라는 것... 이렇게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남의 말들을 듣고 내 모습을 거기에 끼워 맞추다가 마지막엔 처음의 그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도, 자신과 늘 함께 해주던 새들도 없다.
다행히 주인공은 그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나다운 것'이 가장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게된다. 나는 '나'와 잘 어울린다. 나는 '나'일 때 가장 좋은 것이다. <난 나와 함께 갈 거야>는 아이들에게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가르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때 남도 사랑할 수 있다. 자존감은 '행복'과 '사랑'의 필수준비물인 것이다.
<난 나와 함께 갈 거야> "내 일부분만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날 보세요. 내 모습 그대로 온전하게."라는 글귀로 시작한다. <난 나와 함께 갈 거야>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 있나요? 그 사람이 당신의 마음을 모른다면 그에게 잘 보이려 애를 쓰겠죠. 그렇다고 그에게 맞춰 모든 걸 바꿀 건가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라는 글귀로 끝을 맺는다. <난 나와 함께 갈 거야> 전체에 걸쳐 관통하는 가치, 교육은 바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설사 부족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것' 바로, 자존감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다른 그 어떤 능력보다도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희망한다. 어떤 절망에 빠지더라도 자존감이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책에서 "난 마틴이 좋아"라는 말이 9번 연속해서 나오는 페이지가 있다. 책의 내용과는 조금 엇나가지만 '마틴'이라는 이름에 우리 아이 이름을 넣어 읽어줬다. 아이들은 반복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안녕"이라는 일상적인 말도 계속하면 재밌어한다. 그 반복되는 말이 자신이 좋다는 말이라면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지 더 말할 것도 없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아이는 그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자기 이름을 넣어 읽어달라 한다. 한글책도, 영어책도, 숫자책도 좋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의 자존감을 길러주는 <난 나와 함께 갈 거야>와 같은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나도. 살다보면 참 잘도 깜빡깜빡한다. 늘 잊지 말자. 지금 우리 모습 이대로도 충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