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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봄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233
케나드 박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봄이 왔다. 집 근처에 붉은 동백꽃이 커다랗게 피었고 출근길 길가에 분홍빛 매화와 노오란 산수유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벚꽃은 꽃봉오리가 맺혀 출발선 앞에 대기중인 달리기 선수처럼 만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로 어린이 집은 휴원하고 아이는 밖에도 잘 나오질 못하고 답답하게 집에만 있다. 아이에게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싶어도 함께 데리고 나가질 못하던 차에 <안녕, 봄>이라는 책이 보였다.
<안녕, 봄>은 제목 그대로 봄에 관한 동화책이다. 작가는 드림웍스와 월트디즈니에서 영상개발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런 영향에서인지 <안녕, 봄>는 그림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5살인 우리아이처럼 아직 글에 익숙치 않은 아이들에게는 글보다 그림이 중요하다. <안녕, 봄>의 그림은 정말 예뻐서 단번에 아이를 빠져들게 한다.
<안녕, 봄>의 시작은 겨울밤에서 시작한다. 밤이 긴 겨울은 춥고 어둡다. 주인공은 소년과 강아지인데 겨울밤에게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눈에게도 인사하고 얼어붙은 연못, 그 속의 물고기, 온실하우스, 시내, 나무, 둥지, 겨울 폭풍에게 인사하고, 인사를 받은 친구들은 자신들을 소개하며 인사를 받아준다.
<안녕, 봄>은 공간적으로 보면 소년이 집 밖에서 인사를 하며 점점 이동하고 종국에는 집안에 들어간다. 그리고 불이 꺼진 깜깜한 집, 밖은 아무도 없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도 없는 밖, 불 꺼진 집, 소년이 깰라 눈도 조용히 내리고, 겨울 폭풍도 잠잠 해졌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고요한 적막을 숨죽이고 쳐다보게 된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저 멀리서 발그레한 아침노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햇살이 비추고 눈들은 녹고 겨울잠 자던 다람쥐도 깨어나 초록 들판을 달린다. 새들과 여우도 봄 햇살을 맞으며 노닌다. 꽃도 피고 녹색 풀잎도 인사한다. 그리고 완전한 봄날의 아침을 맞이하며 소년은 겨울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안녕, 봄>에서 그림 전개가 순행적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계절의 변화를 색감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 마치 짧은 영상을 보는 느낌이 든다. 우리 아이는 불이 꺼진 어둠을 무서워해 잠을 재울 때도 늘 작은 불을 켜줘야 한다. 초반에 캄캄한 겨울밤이 나오는데 자기가 그 속에 있는 것을 상상했는지 무서워했다. 그래서 무서울 게 하나도 없다고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림을 너무 사실적으로 잘 그려도 이런 문제가 생길수 있구나.
책을 다 읽어주고 아이가 책 뒷면을 본다. 뒷 면에는 <안녕, 가을>, <안녕, 겨울>이 소개되어 있다. 아이는 책이 마음에 들었는지 '가을', '겨울'도 보고싶다고 한다. 이제 막 새 책이 와서 한번 읽어줬을 뿐인데 다음 책을 사달라는 말에 우리 부부는 살짝 당황하여 서로 눈빛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는 "지금은 봄이니까 <안녕, 봄>을 봤으니, 가을되면 <안녕, 가을>을 보여주고, 겨울되면 <안녕, 겨울>을 보여 줄게"라고 다음을 약속했다.
아이에게 물었다.
"<안녕, 봄> 재밌었어? 좋았어?"
"응, 좋았어."
"뭐가 좋았어?"
"계속 '안녕'해서 좋았어."
<안녕, 봄>에서는 계속 '안녕'이라는 말이 나온다. 생명이 있든 생명이 없든 등장하는 모든 존재에게 소년이 '안녕'인사를 한다. 그래서 '안녕'이라고 계속 읽게 되는데, 아이는 그게 좋았나보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보며 또 하나 배운다. 아이들은 반복을 좋아한다. 단순한 반복에 아이들은 재밌어 한다. 두 번째 읽어줄 때, '안녕'이 나올 때마다 아이 이름을 붙여 '안녕'을 읽어주었다. 아이가 참 좋아한다.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또 하나 배운다. 화창한 봄 날은 왔지만 코로나로 마냥 설레일 수 만은 없는 이 시기, <안녕, 봄>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소년이 겨울에게 해준 말을 코로나에게 해 줄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잘가, 코로나. 반가워,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