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자는 아이 - 스스로 잠자는 아이를 만드는 건강한 수면 교육법
알렉시스 더비프 지음, 김진주 옮김 / 지식너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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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우연히 아기를 보게 되면 눈을 뗄 수 없었다. 호기심 가득한 맑은 눈망울과 순백색 뽀얀 피부를 보고 있노라면 홀린 듯 계속 보게 되곤 했다. 결혼하고 내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보니 과거 나처럼 우리 애 얼굴에서 눈을 못 떼는 젊은 커플들을 본다. 그럴 때면 그 귀여움 뒤에 무시무시한 대가가 숨어있는 줄 꿈에도 모를 거다하는 생각을 한다. 아마 내가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아기의 엄마도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돌이켜보면 아기 씻기려 드는데도 손이 떨려 안절부절하고, 기저기 채우는 게 서툴러서 걱정인 시절이 있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육아 끝판왕은 아이 재우기라는 것을 아이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영유아 잠재우는 방법에 대한 책이 나왔겠나. <꿀잠 자는 아이>는 잠 못 들어 엄마아빠를 힘들게 하는 영유아들을 위한 수면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재정학 석사와 MBA 학위를 가지고 있다. 그 스펙이 육아서적과 썩 어울리진 않는다. 저자도 결혼 전에는 육아가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 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육아문외한이었다. 끝없이 울어대며 안자는 아이에 온 집안은 난리통이 되고 부부는 만성피로와 수면부족으로 피폐해져간다. 이런 육아비상사태로 부부는 교대로 자면서까지 버텨보지만 남편은 직장으로 피신해버리고 홀로 남은 저자는 멘붕이 된다. 살기위해 영육아 수면 방법에 대한 자료들을 모조리 섭렵하다가 전문가의 반열에까지 오르게 된다. 자신과 같은 이유로 고생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전세계 수백만명이 찾는다 한다.

 


책의 구성은 크게 꿀잠의 기초’, ‘도구’, ‘전략’, ‘보충으로 나뉜다. 전쟁에 임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구성 흐름이 명쾌하게 이해된다. 우선 적과 싸워 이기려면 먼저 적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기초에서는 수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특히 중요한 부분이 아이가 잠에 빠지는 4가지 원리이다. 수면주기, 생체리듬, 대상영속성, 수면연상에 대해 설명한다. 렘수면, 비렘수면 같은 생소한 용어들도 나오지만 잘 설명되어 있다. 일단 알아야 싸운다!

 

적을 알았으니 이젠 싸울 무기들이 있어야 한다. 무기에 해당하는 것이 도구. 도구로는 백색소음, 속싸개, 공갈젖꼭지, 바운서, 수면시간관리가 있다. 여기서는 도구에 대한 설명과 사용법에 대해 나온다. 나도 아이를 키울 때 어디서는 공갈젖꼭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데서는 부정교합이 생겨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해서 혼란스러웠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답도 있었다. 나라와 나이는 달라도 아이 키우며 마주하는 고민들을 다 비슷한가보다.

 

그리고 나면 상대도 알았고 무기도 있으니 싸워야하는데, 그냥 무턱대고 싸우면 안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전략이다. 여기서는 크게 두 가지 전략이 있다. 부모가 주도적으로 개입하여 재우는 스왑(Sleep With Assistance Plan, SWAP)과 부모가 뒤로 빠지는 슬립(Sleep Learning Independence Plan, SLIP)이다. 영육아 적정 수면시간은 개월 수(월령)에 따라 달라지는데, 전략도 아이 개월 수에 따라 적용이 달라진다. 추천은 생후 6개월을 기준으로 이전은 스왑, 이후는 슬립으로 나뉜다.

 


그리고 보충에서는 앞에서 다루지 못한 설명이 담긴다. 가령 여행을 가거나 형제자매가 생긴다면 수면환경이 바뀐다.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충고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낮에 잠을 자면 밤에 숙면을 취하는 데 불리하지만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낮잠을 잘 자면 밤잠도 잘 자고 오히려 낮잠을 못자면 밤잠도 못 잔다. 그래서 성공적인 밤잠을 위해 뒷받침 되어야하는 부분이 낮잠인데, 이에 관한 설명도 있다.

 

우리 아이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가관이었다. 아이를 겨우 재운다. 이젠 쉬어야지 바닥에 놓기만 하면 깨서 우는 것이다. 그래서 늘 들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더 힘들었던 것은 드는 것도 아기띠를 사용하면 울면서 안잔다. 오직 맨손으로 보듬어서 들어야 안 울고 잔다. 우리아이를 얼마나 오래 보듬고 있었는지 어느 날 허리가 아파서 병원엘 갔는데 디스크 초기진단을 받았다. 참고로 당시 나는 학생 때부터 아내 출산 전까지 유도를 계속 했던 사람이었다.

 

사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책 도움 없이도 아이 잘 키웠다고. 수면교육을 시키지 않아 대학생이 되서도 엄마 없이 못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저자도 말한다. 맞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은 된다.

 


하지만 그 사이 보내는 시간의 질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이런 책을 읽어 스킬을 익힌다면 저자가 말하는 즐거운 육아까지는 허풍이라 하더라도, ‘힘든육아에서 할 만한육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또 한 가지 나처럼 디스크 진단을 받을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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