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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최근 들어 이만큼 시원하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책을 읽는 내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어떤 부분은 보충자료를 넣어주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공감 댓글을 달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나름의 반박을 해보고 싶었다. 일주일 내내 읽는 동안 보는 사람마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다녔다.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고, 우리 식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책의 한마디 한마디, 한장면 한장면이 그냥 넘겨지지가 않았다. 그래, 그렇지, 그래 이건 아니야. 책을 읽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공감과 감탄이 있었던지. 이 책은 최고다.

 

  한국 근현대사를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현재 20대 세대가 비정규직의 대표명사인 88만원 세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원일을 세대간 경쟁으로 결론 내리며 그 해결책으로 윗 세대의 양보 - 와 그를 포함한 아주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제목 위에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고 과격한 문구로 시작하고, 책의 첫 장은 섹스 문제를 화두로 삼는 등 다소 혁명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내용은 단순하다. 현재의 20대 세대는 바리케이드도, 짱돌을 들 힘도 없기 때문에, 최종적인 해결책은 결국 부모세대의 양보와 합의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만큼 무기력하고 멍청하다는 것이 이 20대들의 최대 약점일 것이다.

 

 책 전체를 다 읽기 전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거나, 근거가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서, 전반부를 공감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경제 학자의 글이기 때문에, 그냥 쉽게 쓸 수 밖에는 없었기 때문일텐데, 한번 읽고 쓰는 것이지만,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이 쪽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할말이 너무너무 많은데, 어떻게 정리가 될지 모르겠다.

 

 책의 주제를 내 관점에서 요약하면, "내가 올해 30이 되었는데 왜 아직 장가를 못갔는가? 그것은 내가 경제적으로 결혼할 만큼 충분히 자립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결혼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이유는 1.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고, 2. 자녀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감당할 만큼 수입이 없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20대가 세대간 경쟁에서 아버지 세대와 386세대에 밀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윗 세대의 양보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을 세대별로 나누면 대략 다음과 같다. 일제시대와 전쟁 경험한 할아버지 세대, 그 이후 유신 시대와 개발독재 시대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유신세대 (40~50대), 전두환 정권 때 독재 타도를 외치며 화염병을 들었던, 개혁세대라 불리는 386세대 (30-40대) 그리고 그 이후 IMF 시대에 대학을 다닌 20대 88만원 세대, 마지막으로 더 어린, 사교육에 인질로 잡혀있는 10대들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실망스러운 것이 386세대 인데, 자신들은 사교육을 받지 았은 유일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식들은 사교육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첫번째 세대이고, 개혁적이라고 스스로 자임하면서도 정권을 잡은 지난 10년동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이 땅의 20대를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으로 끝없는 경쟁 속으로 밀어넣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순적인 행동과 위선적인 정책 - 노무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난 5년이 이 땅의 젊은이들을 더욱 살기 어렵게 만들었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릴 수 밖에없게 되었다.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땅의 10대들, 다음 세대를 인질로 잡히는 최악의 인질극이다. 부모 세대는 교육비라는 막대한 몸값에 저장잡히고, 20대는 그 자녀들의 교육비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계속 해서 결혼을 늦춘다. 사교육을 받는 본인들은 독서를 하지 않아서 점점더 멍청해 지고, 무기력해져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능력도 없고,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칠 의지도, 분노도 없다. 그냥 윗세대의 노예로 무기력하게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20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순종적이다. 정치권에서도 그들을 향한 배려를 전혀 안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멍청해서) 그 아버지들과 같이 지역정당에 투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몇십만명의 젊은이들이 매달려있고, 국가의 역동성은 사라져 버렸다. 

 

 세대간의 경쟁이 벌어지면 20대는 이길 수 없다. 윗 세대들은 연공서열과 안정된 직장을 다녔지만 그 자녀들에게는 이러한 것을 마련해 주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버지가 아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결책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버지의 수입을 나눠주는 방식, 일자리를 나눠주고, 독립할 수 있도록 자금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를 위한 정책들은 구체적이고 여러가지 방법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아니면, 이 땅을 떠나는 방법도 분명한 대안이 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많이 하고 있고.

 

 내 구체적인 경험들과 사례들을 추가하고 싶다면,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무엇부터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20대 젊은이들과 대학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생각이 깨어나고 변했으면 좋겠다. 어른들도,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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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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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의 필력의 힘을 세삼 느꼈다고 할까.  정말 글을 잘 썼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작가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졌다고 할까. 소설을 읽어 나가는 중에 몇몇 구절들을 읽으면서는 그 문장 자체에 감동이 되었다. "눈이 나를 대신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같은 글을 창작해 내는 것이 작가의 힘이리라.

  촐라체 정상, 그 너머에는 무었이 있었을까? 정산까지 등산 해본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되는 나로써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신기한 것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무한한 동경이 있었다. 목숨을 걸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제물로 바쳐가면서 그 신의 영역에 올라가는 산악인들에 대한 마음을 이해한다거나 공감한고는 할 수 없다. 난 그 비슷한 경지도 겪어 본적이 없을 뿐더러 모험을 하는 것은 더욱 체질에 안맞는 사람이다. 그러나, 목숨을 건다는 말에는 일정부분 공감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도전을 앞에 두고 목숨을 거는 생사의 기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 속에 있었다.

  상민, 영교 형제는 산을 내려오면서 까지 아직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글 속의 화자인 "캠프지기"도 마찬가지다. 산으로 들어간 아들을 끝내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촐라체 그 신의 영역을 체험한 사람들은 다 그렇듯이, 앞을 보면서도 뒤에 있는 촐라체를 느낀다. 산 정에서 어떤 미지의 풍광을 본 것이 아니라 하얗게, 온통 하얀 설맹이 된 것 같은 풍광을 봤을 뿐이지만 그들이 허무해 하지 않는 것은 극한의 영역에서 죽음의 찰나를 공유하는 경험이 그 어떤 대화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탐험가들과 산악인들이 목숨을 걸고 산을 찾는 것이리라. 그 신의 영역에서의 신비체험을 위해서.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빨려 들어가듯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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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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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읽은 소설.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공중그네"에서는 남성 작가의 느낌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서는 여성의 내면 심리를 정말 재미있게 그렸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은 30대 중반 직장인들의 소소한 일상인데, 짧은 단편의 길이 속에서 기승전결이 정말 숨가쁘게 진행된다. 그 마지막에 "뽕~" 하고 터지는 카타르시스가 숨어있다. 이건 정말 잘 된 소설이다.

  소설 속에 "여성을 위한 아파트 구입 가이드" 처럼, 30대 중반 여성을 위한 사회생활 및 심리 가이드라 불릴 만한 소실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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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 거야 - 사용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쾌한 통찰
데이비드 플랫 지음, 윤성준 옮김 / 인사이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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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읽은 책 중에 꽤 괜찮은 책에 속한다. 무엇보다, UI를 만드는 사람으로써, 내용의 상당부분에 공감을 한다. 한 개발자의 무성의한 기능이 전 세계인의 쓸데없는 시간낭비로 환산하면 24명의 인생이라는 첫 일갈이 마음에 와닿았다. MS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지만, 그 외에도 프로그래머라면 마땅히 고민해 봐야 하는 내용이 많았다.

  현업에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형태로 업무가 진행된다.

  상품기획 : 경쟁업체 혹은 후발업체가 괜찮은 기능을 내놓았다. 우리도 똑같이 해달라. (아주 가끔, 이런 기능을 추가해 달라 내지는 이 특허, 실제로 구현해서 폰에 넣어달라)

  UX : 이렇게 저렇게 구현을 하도록 하겠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요것도 되게 하자.

  GUI : 이 아이콘 쓰시고, 여기는 이렇게 보여주고 저기는 이렇게 보여주고... UX 해달라는거 다 보여주세요
 
  개발 : 이건 이러면 메모리가 부족하고, 이걸 지원하려면 화면에 공간이 부족하고, 이걸 저렇게 하면 기존 컨셉과 통일성이 깨지고... (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코드를 수정하기 싫어서 일지도 모른다. 수정하면 사이드 나고, 사이드 나면 문제 등록되고, 문제 등록되면 그날은 집에 못가니까... )

 UX & GUI VS 개발 간의 Big deal? 혹은 적당한 타협이 이루어지고... 테스트와 출시..

 검증팀 or 영업팀 or 현채인 or 시장불만 or 왠 멍청한 해외거주 한국인 (마지막의 파괴력이 의외로 세다. 왜? 블로그에 한글로 올려서 모든 사람이 다 보거든...)

 "이런 기능 왜 쓰는지 모르겠다. " , "이거 문제 많다", "이거 빼달라" 혹은 경쟁사에서 기능 삭제.

  다시 상품기획 : 이거 빼주세요...

 
  웃기는 것 처럼 보이지만 현실이다. 개인적 의견(혹은 개발자 의견) 으로는, 상품기획은 항상 옳고, UX는 주로 기능 과다이며, GUI는 자기가 만든거 확인하기 싫어하고 개발은 신규구현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는 점점 더 개떡같아 지는 걸지도 모른다.

 해결책 있냐고? 있다. UX는 폰을 좀 더 많이 써본 사람을 뽑아야 하고, GUI는 좀 더 권한을 갖고 일할 필요가 있으며, 개발은 격무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좀 더 창의적으로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새로운 컨셉제안이나 기능구현 요청을 아주아주 즐겁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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