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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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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의 필력의 힘을 세삼 느꼈다고 할까.  정말 글을 잘 썼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작가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졌다고 할까. 소설을 읽어 나가는 중에 몇몇 구절들을 읽으면서는 그 문장 자체에 감동이 되었다. "눈이 나를 대신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같은 글을 창작해 내는 것이 작가의 힘이리라.

  촐라체 정상, 그 너머에는 무었이 있었을까? 정산까지 등산 해본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되는 나로써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신기한 것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무한한 동경이 있었다. 목숨을 걸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제물로 바쳐가면서 그 신의 영역에 올라가는 산악인들에 대한 마음을 이해한다거나 공감한고는 할 수 없다. 난 그 비슷한 경지도 겪어 본적이 없을 뿐더러 모험을 하는 것은 더욱 체질에 안맞는 사람이다. 그러나, 목숨을 건다는 말에는 일정부분 공감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도전을 앞에 두고 목숨을 거는 생사의 기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 속에 있었다.

  상민, 영교 형제는 산을 내려오면서 까지 아직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글 속의 화자인 "캠프지기"도 마찬가지다. 산으로 들어간 아들을 끝내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촐라체 그 신의 영역을 체험한 사람들은 다 그렇듯이, 앞을 보면서도 뒤에 있는 촐라체를 느낀다. 산 정에서 어떤 미지의 풍광을 본 것이 아니라 하얗게, 온통 하얀 설맹이 된 것 같은 풍광을 봤을 뿐이지만 그들이 허무해 하지 않는 것은 극한의 영역에서 죽음의 찰나를 공유하는 경험이 그 어떤 대화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탐험가들과 산악인들이 목숨을 걸고 산을 찾는 것이리라. 그 신의 영역에서의 신비체험을 위해서.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빨려 들어가듯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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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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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간만에 읽은 소설.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공중그네"에서는 남성 작가의 느낌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서는 여성의 내면 심리를 정말 재미있게 그렸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은 30대 중반 직장인들의 소소한 일상인데, 짧은 단편의 길이 속에서 기승전결이 정말 숨가쁘게 진행된다. 그 마지막에 "뽕~" 하고 터지는 카타르시스가 숨어있다. 이건 정말 잘 된 소설이다.

  소설 속에 "여성을 위한 아파트 구입 가이드" 처럼, 30대 중반 여성을 위한 사회생활 및 심리 가이드라 불릴 만한 소실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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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 거야 - 사용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쾌한 통찰
데이비드 플랫 지음, 윤성준 옮김 / 인사이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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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읽은 책 중에 꽤 괜찮은 책에 속한다. 무엇보다, UI를 만드는 사람으로써, 내용의 상당부분에 공감을 한다. 한 개발자의 무성의한 기능이 전 세계인의 쓸데없는 시간낭비로 환산하면 24명의 인생이라는 첫 일갈이 마음에 와닿았다. MS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지만, 그 외에도 프로그래머라면 마땅히 고민해 봐야 하는 내용이 많았다.

  현업에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형태로 업무가 진행된다.

  상품기획 : 경쟁업체 혹은 후발업체가 괜찮은 기능을 내놓았다. 우리도 똑같이 해달라. (아주 가끔, 이런 기능을 추가해 달라 내지는 이 특허, 실제로 구현해서 폰에 넣어달라)

  UX : 이렇게 저렇게 구현을 하도록 하겠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요것도 되게 하자.

  GUI : 이 아이콘 쓰시고, 여기는 이렇게 보여주고 저기는 이렇게 보여주고... UX 해달라는거 다 보여주세요
 
  개발 : 이건 이러면 메모리가 부족하고, 이걸 지원하려면 화면에 공간이 부족하고, 이걸 저렇게 하면 기존 컨셉과 통일성이 깨지고... (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코드를 수정하기 싫어서 일지도 모른다. 수정하면 사이드 나고, 사이드 나면 문제 등록되고, 문제 등록되면 그날은 집에 못가니까... )

 UX & GUI VS 개발 간의 Big deal? 혹은 적당한 타협이 이루어지고... 테스트와 출시..

 검증팀 or 영업팀 or 현채인 or 시장불만 or 왠 멍청한 해외거주 한국인 (마지막의 파괴력이 의외로 세다. 왜? 블로그에 한글로 올려서 모든 사람이 다 보거든...)

 "이런 기능 왜 쓰는지 모르겠다. " , "이거 문제 많다", "이거 빼달라" 혹은 경쟁사에서 기능 삭제.

  다시 상품기획 : 이거 빼주세요...

 
  웃기는 것 처럼 보이지만 현실이다. 개인적 의견(혹은 개발자 의견) 으로는, 상품기획은 항상 옳고, UX는 주로 기능 과다이며, GUI는 자기가 만든거 확인하기 싫어하고 개발은 신규구현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는 점점 더 개떡같아 지는 걸지도 모른다.

 해결책 있냐고? 있다. UX는 폰을 좀 더 많이 써본 사람을 뽑아야 하고, GUI는 좀 더 권한을 갖고 일할 필요가 있으며, 개발은 격무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좀 더 창의적으로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새로운 컨셉제안이나 기능구현 요청을 아주아주 즐겁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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