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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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목적이 흔들리거나 마음의 멍이 생긴 이들이라면 주의가 집중될 단어 ‘잠언’. 종교적인 이유로 내게 잠언(箴言)은 익숙한 단어다. 구약 성경 가운데 한 권으로 솔로몬왕의 경계와 교훈을 담은 내용이니 삶의 지혜를 구하고 싶을 때나 심정의 회복을 위해 자주 열어 보는 부분이기도 하다.

익숙하게 들어온 단어지만 글자가 가진 진짜 의미를 확인하고 싶어 한자를 찾았다. 사전을 찾아보니 "잠箴"은 ‘바늘 잠’ 혹은 ‘경계 잠’이라는 뜻이란다. 직역해 보면 ‘바늘로 찌르는 말’ 혹은 ‘경계하는 말’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지 싶다.

오늘 소개하려는 책,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에 흥미가 생긴 건 당연 제목에 자리 잡은 단어 때문이다. 과연 저자가 전하려는 ‘잠언’은 무엇일까. 대부분 긴 이야기나 비유를 통해서 전해 받는 깨달음과 교훈이 익숙한 잠언들인데 ‘짧고도’, ‘사소한’이란 반어적 표현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정신과 의사 토미가 전하고 싶은 인생 잠언은 독자에게 일침을 던질만한 마음 처방이 되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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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베스트셀러 정신과 의사 토미 시리즈 2탄,
40만부 돌파 히트작!!

📚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 리텍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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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안에 담긴 각 챕터의 제목들은 사람의 생애 동안 돌고 돌아 만나게 되는 단어들입니다. 물론 고민거리로 말이죠. 그러니 이 책은 한 번만 읽고 끝내는 책이 될 수 없을 듯합니다. 전문가의 의견이 담긴 치료제가 필요할 때라면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게 가까이 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손을 뻗어 닿는 곳에 있는 책이라면 가독성이 높은 것 또한 공통점일 텐데요. 정신과 의사 토미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언제든 찾아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이 책의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짧은 글이지만 분명 우리는 머무르게 된다는 것이죠. 문장을 통해 전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이해되었을 때, (더군다나 위트가 곁들여진 문장이라면 더욱) 내 상황의 대입은 좀 더 편안한 결론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삶의 자세 역시 변화의 계기를 만나게 될 수도 있겠고요.

일상적으로 상담한 진료들과 자기 경험 그리고 번뜩 떠오르는 내레이션에서 기원했다는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저자는 책의 처음에 “조금이라도 당신의 기분이 나아진다면, 저는 정말로 기쁠 거예요”라고 말했고, 책의 마지막엔 “조금이라도 기분이 밝아졌나요?”라고 묻고 있습니다. 이 책을 펼쳐 든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인생 가치를 높이길 바라는 그의 진심이 느껴지더군요.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더 쉽게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p.263)

어쩌면 내가 너무 깊게 고민하는 건 아닌지,
어쩌면 쉽게 극복할 일을
어렵게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저자의 문장을 통해 되돌아보았습니다.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이라는 부제가 있지만
아무래도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을 읽을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모르게 울음이 흘러내리는 당신에게, 편안히 읽을 책 하나 권해 봅니다.

정신과 의사 토미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자신의 인생 가치를 높이는 마음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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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싶고 상처받긴 싫은 너에게
미란다 지음 / 부크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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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戀愛)
: 남녀(男女) 사이에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사랑함


참 예쁜 말이다.
서로를 흠없이 대할 수만 있다면..
더불어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 있다면..

쉽지 않은 인간관계 중에서도 난이도 최상급 남녀간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수학 문제처럼 공식대로 풀이가 가능하다면 답을 찾지 못해 헤매는 영혼들은 적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각 인물의 특성에 맞게 조정해야 하고 그 후에도 수많은 변수가 작용할 애정 문제는 쉽게 결론 내릴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방법은 진정 없는 걸까.

:

p.61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연애, 사랑, 존중 모두 따라오게 된다. 끌려다니는 연애, 뭔가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연애 말고 당당하게 사랑받고 떳떳하게 사랑을 주는 연애를 하길 바란다.

📚사랑하고 싶고 상처받긴 싫은 너에게
📚미란다
📚부크럼

Mnet [커플 팰리스]의 스타 연애 코치 미란다가 전하는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랑법. <사랑하고 싶고 상처받긴 싫은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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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중인 연애중인 친구를 불러 내는 대신에, 혼술 먹고 꽐라 되는 대신에, 답없는 방구석 고민하다 입을 닫는 대신에, 기어이 떠난 사람 SNS 훔쳐 보는 대신에 스타 연애 코치 미란다의 전략을 들어 보면 어떨까.
(주위에 이런 지인 있다면 큰 맘 먹고 책 선물을 해 주자)



46
중요한 것은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최선의 상태 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나의 최대치를 끌어내 보자.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누구를 만나도 상황은 동일하게 돌아갈 일이다. 그러니 당신, 저자의 말대로 자기 삶을 사는 여우같은 여자(p.52) 혹은 남자로 살길 바란다. 상대의 물음에 ‘아무거나’(p.56)로 대답하지 않기로 하자. 내가 나를 모르는데 누가 나를 알아주겠는가.



74
당장 데이트하는 즐거움, 알콩달콩한 소꿉놀이하는 재미, 관계가 주는 안락함에 빠져 당신의 진짜 마음을 무시하지 말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와 함께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는 좋은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나 서로가 좋아서 하는 감정의 나눔이 어렵고 힘들어 마음에 상처까지 내면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미란다 연애 코치는 말한다. “그러니 부디 알아주기를,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자신의 가치를 깎아가면서 관계를 이어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어여쁜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라 여기자고.“



p. 200
성형을 권장하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러나 본인이 꼭 하고자 한다면 미루지 말고 20대에 시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략) 외모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자존감도 낮아질 뿐만 아니라 사회 생활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20대는 돈을 많이 모으는 것보다 외모에 투자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연애의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다 책이나 영상물을 찾아 보진 않는다. 앞집 언니는 잘 해도 뒷집 언니는 못하는 일이 있다. 못하는 사람은 도움을 받으면 될 일이다. 저자가 상담한 그와 그녀를 통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또다른 그와 그녀에게 전하는 현실적인 조언이 여기 있다. <사랑하고 싶고 상처받긴 싫은 너에게>


유명 저자의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는 이유는 좀더 나은 ‘나’를 완성해 보기 위함일 테다. 메마른 ‘정서’라면 시를 찾는 경우의 수가 높을 테고 부족한 ‘머니’를 위해서라면 성공한 사람이 적었다는 경제도서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책읽기 시간에 투자할 테다. 물론 이것들은 해결을 위한 정답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굳이 찾아 읽는 이유는 각자 갖고 있는 경중의 문제들을 풀기 위한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감성적인 이야기를 보탤 수 없는 책이지만 추천은 하고 싶은 책이 여기 있다. 현실적인 조언과 마음을 담은 미란다의 연애 코치서 <사랑하고 싶고 상처받긴 싫은 너에게>

완벽한 사랑은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 받고 더 나은 사람과 성숙한 사랑을 하면 좋겠다. 어쩌면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불리는 것이 더 맞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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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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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밝은 성격의 그녀는 사랑만 받고 살 것 같았습니다. 흔한 여자들 모임에서도 딱히 가정사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없어 고생 모르고 귀하게 자란 줄만 알았습니다. 마음을 터놓을 만큼 친해지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녀는 아픈 속을 내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첫 만남에서 각자의 아픔을 꺼내 놓습니다. 여자의 상처는 이미 아는 남자였지만, 남자의 생채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여자였습니다. 젊잖아 보이는 외모였지만 어딘지 슬퍼 보인다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단 몇 시간이지만 남자와 여자는 참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쉽게 꺼내지 못할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나누고 말 대신 포옹으로 서로를 토닥였습니다.

절대 누설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나, 남들이 몰랐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 우린 흔히 ‘비밀’이란 이름을 붙여 주곤 합니다. 특히나 이 이름을 붙인 이야기를 공유한 후라면 서로는 더욱 친밀해지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더욱 소중한 관계로 거듭나기도 합니다. 박준 작가와는 딱 한 번 대면한 사이(물론 사이라고 표현하긴 애매한 스침이었..)지만 작은 독자는 괜스레 작가와 가까워진 듯합니다. 그가 들려준 속 깊은 이야기를 읽고 나니 더욱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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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산문집
📚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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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행의 기억과 그 안에 담긴 연인의 이야기는 어딘지 아픕니다. 지인의 이야기 같다가도 내 얘기 같은 것이 조금 천천히 다시 읽게 만들더군요. 읽을수록 그의 표현이 좋습니다. ‘첫인사의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 말갛고 발개지던, 그해 닮았던 얼굴빛은 사랑으로 시작해 이별로 끝이 났을까요. 결론이야 무엇이든 ‘안녕’을 빌어 주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당신의 어제와 오늘이 ‘관계를 잘 죽이기 위한 과정’ 중이라면 그것은 절대 미련이 아닌, 잘 걷고 있는 안녕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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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자책과 후회로 스스로의 마음을 더 괴롭게 할 때, 속은 내가 속인 나를 용서할 때, 가난이나 모자람 같은 것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되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그제야 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인간관계의 여러 모습은 여느 에세이에서도 많이 다루는 주제이긴 합니다만, ‘나’를 더 깊게 의식하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앞서 이야기한 ‘비밀’과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 듯합니다. 숨긴 시절은 상대를 아프게 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가감없이 드러낸 후 부끄럼없이 만나는 자신을 그제서야 마음에 들어할 채비를 한다니. 읽는이는 가만히 제 속을 들여다봅니다.

더불어 ‘미병未病’(p.44~46)으로 비유된 인간관계 역시 크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병이라 진단받을 만큼의 수치들이 높아지면서) 깊어지기 전 단계 있는 상태를 미병이라 부른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일들과 사소한 오해로 어긋나기 시작한 ‘관계의 미병’. 저 역시 이 사람, 저 사람, 그 사람과의 수치 점검을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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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산문집에서 고마운 점은 짧지만 굵게 만나는 그의 시입니다. 고급진 단어나 이해를 노력해야 하는 문장들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명치 끝과 심장 오른편 사이에 쿵 하고 떨어지는 무엇은 그의 글을 자꾸만 읽게 만드는 매력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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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그림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중인 화가 기드온 루빈의 작품이라 합니다. 무제라는 제목의 그림은 박준 작가의 책 제목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게 사실이지요. 알 수 없는 표정(이목구비)이나 어둡지 않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표정이나 이야기가 흐르는 듯합니다.

📖157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아버지와 특정 시절의 이야기는 누구라도 쉽지 않은 소재가 될 만합니다. 작가 역시 어려웠을 선택이지만 그의 글을 선택한 독자라면, 우린 같이 울고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될 거란 서툰 믿음을 가져도 좋겠습니다. 그 그림 속 여자와 남자처럼 말입니다. 화가 역시 자신의 그림에 제목을 달지 않은 건 보는 이들과 함께 의미를 채우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
📖26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를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삶의 방법도 살아갈 태도도 모르는 무지한 삶이라 할지라도 부디 사랑받는 일이 서운하지 않을 만큼 이어지며 사랑하는 일 역시 늦춰짐 없이 살아가길. 그래서 그 이야기 사이에 수많은 편지가 오가길 소망합니다. 작가도 당신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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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골목
변종모 지음 / 얼론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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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를 다녀오는 길에 얼론앤어라운드 뉴스레터를 신청했다. 이미 몇 출판사로부터 받는 중이니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첫 뉴스 레터는 최작가님. 역시ㅎㅎㅎㅎ 그다음 날 받은 뉴스레터가 변종모 작가의 <세상의 모든 골목>이었다. 출간을 앞두고 사전 연재를 시작한단다. 포르투에 관한 이야기다. 한 방송에 소개된 포르투의 모습을 보고 꼭 혼여를 가겠다고 다짐한 이후다. 변종모 작가의 첫 뉴스레터는 날 겨냥한 듯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이 책 끌린다. 그것도 아주 많이..

 


** 사실 여행은 시간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고,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여행일 것이다. 한 번쯤 그녀가 그런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그 골목에 있었으면 좋겠다. 숙소를 나와 골목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그녀는 이미 생과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므로.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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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마 자동차 라디오 주파수는 늘 클래식에 맞춰져 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곡이 흘러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실은 피아노를 전공한 언니와 미술을 전공한 오빠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듣고 자란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가장 애정하는 프로그램은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되는 [세상의 모든 음악]. 광고 몇 개가 지나고 여섯 시가 되면 익숙한 배경 음악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 Tiger in the Night가 편안하게 시작된다. 적당한 때에 진행자는 준비한 멘트를 하는데 한결같이 기억할 만하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그리고 포인트는 이거!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전하는 위로 혹은 격려 혹은 응원을 담은 인사다. 진행자의 목소리는 내 하루를 진심으로 토닥이는 것 같고 흐르는 곡들은 세심한 배려 같다. 그날의 컨디션과 음악이 딱 맞는 날이면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흥이 나 어깨를 흔들기도 한다. 장르 구분 없이 세상에 널린 음악을 마구 소개해 주니 이거야말로 작은 세계 여행이다.

 

변종모 작가의 <세상의 모든 골목>이 어딘지 익숙하게 보였던 이유는 이미 누리고 있던 세상의 모든 음악들 때문인가 보다. 이제 ‘세상의 모든 음악’에 ‘세상의 모든 골목’을 더할 생각이다. 하루의 마무리가 꽤 아름다울 것 같다. 당신에게 자랑할 만큼.

 

여행지를 하나의 포인트로 잡아 보여준다는 것은 견문이 적은 내겐 참 어려운 일이다. <세상의 모든 골목>의 첫 소개지는 모로코 골목. 다음 여행지를 어찌 표현하려고 이렇게도 많은 문장을 한 곳에 다 썼을까 걱정했는데.. 이럴 때 쓰는 말이 있지. 기우. 매 여행지에는 책여행을 떠난 이의 명치 끝부터 일렁이게 만드는 나름의 문장들이 새롭게 반겨 주고 있더란.

 

각 여행지의 사진은 겨우 두세 장 뿐이다. 흥미 유발을 목적으로 수를 줄였다면 성공인 거다. 글에 더 집중하게 되었으니까. 그의 문장은 읽는 이에게 쉴 새를 주지 않고 (읽는 중에도 읽은 후에도) 함께 여행지에 머물게 한다. 정보를 분명하게 전달하지만 건조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건 여느 여행에세이보다 세련된 표현들이 많다는 뜻으로 봐도 좋겠지. 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쉐프들 사이에도 별 세 개를 따내는 미슐랭이 존재하는 것처럼.

 

변종모 작가는 시공간을 가르지 않고 골목의 장면을 (한꺼번에, 통째로) 고스란히 전한다. 풍부한 묘사와 서사와 감성 중 어느 것 하나 치우침 없이 조화롭게 말이야. 일관되게 느껴지는 차분한 어조는 그의 시선을 따라 머물기에 충분했고, 보고 듣고 만져 볼 수 있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다시 말하자면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풍성하게 그려주는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하게 물든 사랑처럼 감동과 여운은 깊게 남는..

 

작가의 센스는 음악 선정에서 한 번 더 빛을 발한다.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 보지 않은(언젠가 가 볼) 여행지에 대한 몽롱한 상기는 이 노래로, 이 음악으로 더욱 구체화 될 듯싶다. 온갖 소음의 집합체인 미용실에서조차도 내 책읽기 시간은 문제 없지만 <세상의 모든 골목>은 소음 없는 곳에서, 아이들을 재운 시간 후에 작가의 추천 노래를 낮게 틀어 두고 읽기를 권해 본다. 깊은 몰입은 당신의 간접 여행에 근사한 만족감을 안겨줄 테니까.

 

작가의 말대로 모퉁이를 돌아 나 역시 행복을 만났다.

덕분입니다.

변종모, <세상의 모든 골목> 이제 당신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p.s.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행지의 보탬이 될 정보가 각 이야기의 마지막에 실려 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겐 유용할 테니 작가의 세심한 구성 또한 십분 활용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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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민화 일력 - 희망과 염원을 담아 민화(民畵)와 함께하는 하루
윤열수 지음 / 원더박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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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민화 일력!
세상에나 이렇게 예쁜 아이템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한 거지?
제품이 상할까 랩핑하고 속커버까지 만들어 보낸 정성은
진심 칭찬하고 싶다.

박물관을 다니며 전통 문화와 유물 보기를
좋아라 했던 나란 사람에게 이런 선물은 완전 고마우다~ : )

<희망과 염원을 담아 민화와 함께하는 하루>
365일 민화 일력은 내 블로그 카테고리에서
책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이유는 말이지..

민화계의 거목이라 불리는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님께서 엄선한 366점의 민화와 그에 대한 설명을 엮어내셨기 때문이다.

소망을 실현해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었던 민화! 누군가는 ‘마음의 그림’이라고 불렀다니 나도 하루 하나씩 기분 좋은 의미로 읽어야겠다. 그림만 보아도 이미 멋진 민화 일력이지만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제목을 알고 그 의미를 들여다 보면 더 재미있다는 거!

개인적으로 호피도가 아주 맘에 든다. 중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다는 호피도는 우리 그림에서만 나타나는 톡특한 소재라고 한다.

6월 30일 민화가 끝나면 뒤로 돌아! 😆
반대쪽에서 7월1일 민화가 시작된다.

관혼상제를 비롯해 액막이용 문배도(門排圖) 등 1년 365일 민중들의 삶에는 민화가 빠질 수 없는 품목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결혼식에는 으레 금슬을 상징하는 원앙 그림이 들어간 병풍이 있어야 했고, 신혼부부의 방에는 다산을 기원하는 포도나 수박, 오이, 참외가 들어간 그림을 두었으며, 회갑이나 칠순을 맞은 어른에게는 나비나 고양이 그림을 선물했고, 과거를 보는 선비는 물고기가 용으로 변하는 어변성룡(魚變成龍) 그림이나 게가 그려진 그림을 방에 걸어두고 꿈을 키웠다고 전해진다.

365일 민화 일력을 책상이나 책장에 두며
좋은 기운을 받아보는 거 괜찮지 않을까? ^^

혼자 보기 아까우면
다가오는 명절 선물로도 나름 의미 있을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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