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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기쁨 -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프랭크 브루니 지음,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3월
평점 :
한 남자가 진단을 받았다. 죽음과 가까워졌다는 갑작스러운 선고다.
큰 병원에 가 다시 진료받기 전까지
그의 올곧았던 심성은 삐뚤어지고, 평생 따르던 신의 가르침은 금새 잊혀졌다.
잃을 것들이 떠오르고 안녕을 고할 것들이 떠올랐겠지.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상실의 기쁨> 출간 소식에
몇 해 전, 작은 병원의 오진단으로 마무리되었던 지인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작은 소견으론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내 지인과 같은 반응(부정적이지만 슬프면서 잔뜩 화가 섞인)이 대부분일 듯싶은데
어느 누가 상실을 경험하며 자신의 감정을 기쁨에 분류할 수 있단 말인가.
저자가 전하려는 바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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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에 조금도 통제력이 없다.
동시에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에 막대한 통제력이 있다. (p. 402)
글의 초반 저자는 자신의 한쪽 눈의 갑작스러운 이상 증상과 병명을 진단받은 후에 일어나는 삶의 변화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딱히 영감을 줄 내용은 아니지만 저널리스트답게 위트가 담긴 문장들이 많고 기억에 남을 만한 문장력 좋은 문장도 가득합니다. 혹여나 앞부분만 잃고 지루해하거나 책의 두께를 보고 포기하지 말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상실의 기쁨>은 시력을 잃어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폭넓게 적용될 만한 감동과 깨달음에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곧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겠다’고 조심히 예상해 봅니다.
직업상 그가 만난 인물들의 사회적 유형은 다양했습니다. 당연히 개인 상실의 종류도 달랐고요. 이들은 저자보다 먼저 상실을 겪었고 지금도 겪어내는 중이지만, 현재를 충분히 기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삶은 이런 상실을 만났기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에 따라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된 거라고요. 머리를 맞은 듯했습니다. 멀쩡한 육체로 살아가는 지금을 (부끄러워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도 나름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매우 몹시 감사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책 읽는 속도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결단이 필요한 갈림길에서 눈은 더욱 흐릿해지고 두려움이란 것이 몸과 머리를 우둔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당신 앞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체적 결함뿐 아니라 어떤 모양으로든 우린 삶의 숱한 구간에서 낭떠러지를 마주할 순간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 당신은 그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저자의 시력이 나빠질 즈음, 연인은 떠나고 여든을 넘긴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습니다. 30년 경력의 저널리스트의 일상을 이전과 같이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테고요. 하지만 그는 주저 않는 대신 주사기를 들었고 상실을 통해 일상에서 무심히 누렸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자 뿐 아니라 그가 만난 이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기쁨이란 것은 얻을 때뿐 아니라 잃었을 때도 가능하다는 걸 그들이 보여주었으니까요. (상실에 따른 절망감에 넘어진 이들도 분명 있겠지만) 여전히 걷고 뛰며 사는 이들이 저렇게 판례를 남기고 증언해 주고 있으니 우리는 한 번 더 용기 내 볼 만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모두 세상에 흔히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p.179) 등장 인물의 이야기처럼 삶에서 새로운 경계를 만난 사람은 당신뿐이 아닙니다. 상실의 기쁨은 분명.. 당신도 찾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내어 읽어볼 만한 책 <상실의 기쁨>
당신에게도 작은 용기와 힘을 내는 계기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