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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물건에 진심 - 오래된 것들을 고치는 동안, 나도 조금씩 고쳐졌다 진심 시리즈 1
박찬용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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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물건에 진심>은 오래된 물건을 고쳐 쓰고, 다시 바라보고, 곁에 두는 일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쓰였던 물건을 사 오고, 먼지 쌓인 중고품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며, 깨진 부분을 갈아내고 자개를 떼었다가 다시 붙인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따른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는 저자에게 또 하나의 보물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물건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대체로 새것을 산다. 매끈한 것을 좋아하고, 고장 나면 고쳐 쓰기보다 새로 사는 쪽에 익숙하다. 그래서 저자의 세계는 나와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바로 그 거리감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오래된 물건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물건을 소비해왔는지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새것과 헌것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새것의 표면은 대체로 비슷하게 매끈하지만, 헌것의 흠집은 저마다 다르다. 저자는 그 정형화되지 않은 흔적을 좋아한다. 그 대목을 읽으며 내가 좋아해온 것은 어쩌면 흠집 없는 상태, 더 정확히는 정돈되고 예측 가능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독자를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래된 물건을 고쳐 쓰는 삶을 권하거나, 새것을 소비하는 태도를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버려지고 싸게 팔리는 것들 중 몇 개가 자신에게 흘러올 것이고, 자신은 그것들 곁에 있겠다고 말한다. 열 개 중 세 개만 훌륭해도 충분하다는 태도에서 오래된 물건을 대하는 담담한 애정이 느껴진다.
<오래된 물건에 진심>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의 매력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물건을 고르고, 고치고, 오래 곁에 두는 일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떤 결로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물건들을 돌아보게 된다. 내 주변의 매끈한 물건들, 아직 고칠 일이 없는 물건들, 그리고 그 안에 담기지 못한 시간들을 생각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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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건축 여행 - 이탈리아 건축가와 함께 걷는 도시 산책
조항준 지음 / 여가도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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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건축 여행』은 이탈리아 밀라노를 건축의 관점에서 안내하는 도시 산책서다. 이 책은 밀라노를 단순히 패션과 쇼핑, 두오모의 도시로만 보지 않는다.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밀라노에 오랫동안 머물며 도시와 건축을 연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밀라노의 역사와 현대 건축, 도시 재생의 흐름을 여섯 개의 도보 코스로 정리한다.
이탈리아 여행을 떠올릴 때 보통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가 먼저 떠오른다. 밀라노 역시 유명한 도시지만, 여행지로는 명품, 두오모, 축구 정도의 이미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익숙한 인식을 바꾸어준다. 밀라노가 단순한 소비와 관광의 도시가 아니라, 오래된 역사와 현대적 변화가 함께 축적된 건축의 도시임을 보여준다.
책의 구성은 명확하다. 두오모 대성당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에서 시작해, 수로와 공장에서 디자인 지구로 변화한 서남부 지역, 시티라이프와 포르타 누오바, 보스코 베르티칼레, 프라다 재단, 비코카 지구 등으로 이어진다. 역사 도심 지구에서 외곽 산업 지대까지, 밀라노의 여러 층위를 실제로 걸을 수 있는 동선 안에 배치한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건축물을 단순히 이름난 작품이나 양식으로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물이 놓인 자리, 그 건물이 등장하게 된 시대적 배경, 그리고 도시가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건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함께 설명한다. 따라서 이 책은 건축물을 ‘보는’ 책이라기보다, 건축을 통해 도시를 ‘읽는’ 책에 가깝다.
건축은 건물만 따로 떼어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의 산사를 볼 때 처마의 선이 뒤편의 산 능선과 이어질 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건축은 언제나 주변의 지형과 풍경, 역사와 함께 놓인다. 밀라노의 건축 역시 이 책 안에서는 그런 맥락 속에서 읽힌다. 오래된 도시가 새 건축을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새 건축이 다시 도시의 풍경이 되는 시간이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밀라노 건축 여행』은 여행 안내서이면서 동시에 도시와 건축을 이해하는 입문서로도 읽을 수 있다. 밀라노를 처음 방문하려는 사람은 물론, 이미 다녀온 사람에게도 이 도시는 다른 방식으로 보일 것이다. 당장 여행 계획이 없더라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한 도시를 천천히 걷고 있다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
두오모는 여전히 밀라노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너머에 있는 밀라노의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밀라노를 건축과 도시의 시간으로 다시 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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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겉들 - 이옥토 사진산문
이옥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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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토의 <사랑하는 겉들>은 사랑을 뜨겁게 고백하는 책이라기보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를 조용히 바라보는 책에 가깝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문장이라서일까. 이 책은 사랑을 붙잡기보다, 이미 사라졌거나 언젠가 사라질 것들의 흔적에 더 오래 머문다. 짧은 산문들이 번호로 이어지는 구성이라, 한 편씩 천천히 호흡을 두고 읽기에 좋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랑과 외로움을 분리하지 않는 시선이었다. 사랑은 누군가와 함께 있음으로써 외로움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 때문에 더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모순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바라본다.
어머니와 장례, 유품에 관한 대목도 오래 남았다. 사랑은 누군가가 떠난 뒤에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남겨진 사람의 삶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계속된다. 그리워할 장소와 남겨진 물건들이 필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것들은 떠난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계속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에 가깝다.
또한 ‘산다’는 말이 지닌 두 겹의 의미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무엇을 사는 일과 살아 있는 일이 겹쳐질 때,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로 다가온다. 누군가가 살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은 이 책이 남기는 가장 따뜻한 여운 중 하나다.
<사랑하는 겉들>은 겉에 관한 책이지만, 결코 표면적인 책은 아니다. 사진이 겉을 찍으면서도 한순간의 마음과 시간을 남기듯, 이 책도 사랑의 표면을 통해 그 안쪽의 쓸쓸함과 온기를 보여준다. 사랑의 아름다움보다, 사랑이 남긴 부재와 그리움에 더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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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겉들 - 이옥토 사진산문
이옥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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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토의 <사랑하는 겉들>은 사랑을 뜨겁게 고백하는 책이라기보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를 조용히 바라보는 책에 가깝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문장이라서일까. 이 책은 사랑을 붙잡기보다, 이미 사라졌거나 언젠가 사라질 것들의 흔적에 더 오래 머문다. 짧은 산문들이 번호로 이어지는 구성이라, 한 편씩 천천히 호흡을 두고 읽기에 좋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랑과 외로움을 분리하지 않는 시선이었다. 사랑은 누군가와 함께 있음으로써 외로움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 때문에 더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모순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바라본다.
어머니와 장례, 유품에 관한 대목도 오래 남았다. 사랑은 누군가가 떠난 뒤에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남겨진 사람의 삶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계속된다. 그리워할 장소와 남겨진 물건들이 필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것들은 떠난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계속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에 가깝다.
또한 ‘산다’는 말이 지닌 두 겹의 의미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무엇을 사는 일과 살아 있는 일이 겹쳐질 때,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로 다가온다. 누군가가 살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은 이 책이 남기는 가장 따뜻한 여운 중 하나다.
<사랑하는 겉들>은 겉에 관한 책이지만, 결코 표면적인 책은 아니다. 사진이 겉을 찍으면서도 한순간의 마음과 시간을 남기듯, 이 책도 사랑의 표면을 통해 그 안쪽의 쓸쓸함과 온기를 보여준다. 사랑의 아름다움보다, 사랑이 남긴 부재와 그리움에 더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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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준비하는 시간 - 세상을 바꾸는 위험한 생각은 어떻게 살아남고 확산되는가
갈 베커만 지음, 손성화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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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베커만의 『혁명을 준비하는 시간』은 혁명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속도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로 바라보는 책이다. 저자는 SNS 이전의 시대에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나누고, 신뢰를 만들고,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키워갔는지를 살핀다.
책에는 17세기 유럽의 편지 네트워크, 1960년대 소련의 사미즈다트, 청원서와 선언문, 잡지와 같은 여러 매체가 등장한다. 이들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느린 매체다. 그러나 바로 그 느림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천천히 알아갔고, 생각은 쉽게 흩어지지 않고 오래 머물 수 있었다.
저자는 현대의 빠른 매체가 분노를 빠르게 확산시키지만, 그 분노가 지속될 공간은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랍의 봄 역시 광장을 채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의 시간을 이어가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빠르게 모이는 것이 정말 변화를 만든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인상적이었던 점은 책이 단순히 느림을 낭만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느린 시간은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만은 아니었다. 사미즈다트를 베껴 쓰는 일에는 위험이 따랐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상을 나누는 일에도 정치적 판단과 생존의 감각이 필요했다. 조용한 시간은 단지 느린 시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걸고 견디는 시간에 가까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느린 매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하나의 생각에 오래 머무는 힘, 그리고 그 생각에 자기 삶의 일부를 걸어보려는 태도일 것이다.
『혁명을 준비하는 시간』은 변화가 시작되기 전의 시간을 다룬다. 광장의 함성보다 먼저 있었던 편지, 필사, 토론, 침묵의 시간을 보여준다. 빠른 분노와 빠른 망각에 익숙한 시대에, 어떤 생각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묻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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