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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음을 위한 미술관 - 불완전한 삶을 품어주는 그림들
정희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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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의 <흔들리는 마음을 위한 미술관>은 단순히 화가와 작품을 설명하는 미술 교양서가 아니다. 미술 심리상담사이자 도슨트인 저자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삶을 바라본다.

얼굴, 욕망, 불안, 외로움, 애도, 자유, 사랑. 각각의 화가와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을 감상하는 일이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로 이어진다. 작품에 대한 해설과 함께 저자 자신의 경험과 감정이 더해지면서, 미술은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

앙리 루소의 결핍은 자신만의 방식이 되고,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에서는 외로움과 고독을 마주한다. 고흐에게서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태도를, 고야에게서는 인간 내면의 어둠과 권력 앞에서 드러나는 위선과 잔혹함을 본다. 모딜리아니의 눈동자를 생략한 초상은 타인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바라보는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그림에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그림 앞에서도 누군가는 불안을 보고, 누군가는 외로움을 보고, 또 누군가는 욕망을 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가만이 아니라, 내가 그 작품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왜 어떤 작품 앞에서는 오래 머물고, 어떤 그림에서는 불편함을 느끼는지 생각하다 보면 그림 속 화가보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흔들리는 마음을 위한 미술관>은 흔들리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불안과 외로움, 고독과 욕망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게 한다.

그림 속 인간을 바라보다 결국 나 자신을 만나게 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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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건축레시피 1 : 태도 이원재의 건축레시피 1
이원재 지음 / 에피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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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의 건축레시피>는 건축물 자체보다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과 조직의 문화를 보여주는 책이다. 건축에도 재료가 있고, 건축가마다 그것을 다루는 자신만의 레시피가 있다. 저자는 여러 건축가에게 무엇을 지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묻는다.

누군가는 철학을, 누군가는 재료의 물성을 이야기한다. 주변과의 어우러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이나 협업을 더 중요한 재료로 삼는 사람도 있다. 같은 건축을 하면서도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모두 다르다.

서울로 7017 스카이가든에 놓인 화분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오래된 고가도로는 하중에 제한이 있었고, 그 위에 나무를 심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화분이었다. MVRDV의 이교석 건축가는 건축이 단순히 “예쁘다”는 평가보다 “이런 문제를 이렇게 해결했구나”라고 읽히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화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주어진 제약 안에서 찾아낸 하나의 해답이었다.

읽을수록 ‘레시피’라는 제목의 의미도 선명해진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셰프마다 맛이 달라지듯, 건축가에게도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그것은 기술 하나가 아니라 그 사람이 쌓아온 경험과 철학,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끝까지 놓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태도다.

결국 건축의 레시피는 건축가의 태도다.

특히 존 홍 교수의 이야기도 오래 남는다. 한국에서 더 창의적인 건축이 나오기 위해서는 젊은 건축가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윗세대가 자리를 내어주고 도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다.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이러한 순환은 건축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조직과 산업, 그리고 사회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건축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결국 사람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태도로 자신의 일을 대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그래서 <건축레시피>는 건축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자신의 일을 오래 고민해온 사람에게도 흥미롭게 읽힐 만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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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성희 지음, 권용철 옮김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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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운 한국 근현대사를 떠올리면 고종, 김구, 이승만, 박정희, 전태일, 박종철 그리고 노무현 같은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내 기억 속 여성은 유관순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동안 나머지 여성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는 역사에 없던 여성을 새로 끼워 넣는 책이 아니다. 이미 그곳에 있었지만 중심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여성의 자리로 독자를 옮겨놓는다.

시선이 바뀌자 익숙한 역사도 달라 보였다. 갑오개혁의 조혼·인신매매 금지와 과부의 재혼 허용, 여성 교육의 시작, 자기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신여성, 영혜의원을 연 허영숙, 첫 여성 국회의원 임영신, 산업화를 떠받친 여성 노동자들의 삶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특히 좋았던 것은 여성을 새 영웅으로만 세우지 않는 태도였다. 3장 제목부터 ‘동원, 협력, 피해’다. 앞에서는 병원을 연 신여성으로 등장한 허영숙이 뒤에서는 내선일체에 협력한 인물로 다시 나오고,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문예봉은 〈춘향전〉의 춘향에서 선전 영화 〈지원병〉의 분옥으로 이동한다. 한 사람의 삶을 저항과 협력, 선과 악 중 하나로 쉽게 정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역사답다.

한국전쟁의 간호병과 통신병, 남편을 잃고도 재혼을 쉽게 선택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빈곤, 민주화 이후에도 남은 성평등의 문제까지 책의 시선은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여성사를 본다는 것이 잊힌 여성 위인 몇 명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발전과 민주화라고 배운 역사가 누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찾아왔는지를 다시 묻는 일이었다.

역사는 사실의 집합이다. 그러나 무엇을 가운데 두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된다. 내가 배운 역사는 누구를 중심에 두고 쓰였는지 돌아보게 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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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영원한 고전, 철저한 고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호메로스 지음, 김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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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교수가 22년에 걸쳐 완역한 을유문화사 <오뒷세이아>는 작품 자체만큼이나 번역의 방향이 인상적인 판본이다.

가장 큰 특징은 호메로스의 문장을 오늘날의 매끄러운 한국어로 정리하기보다, 원문의 어순과 반복, 낭송의 리듬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는 점이다. 첫 문장인 “남자를 내게 말하라, 무사여”처럼 목적어가 앞에 놓이고 동사가 뒤따르는 낯선 어순도 그대로 남겨두었다. 처음에는 다소 걸리지만, 읽다 보면 그 걸림이 오히려 서사시의 박자처럼 느껴진다. 글로 읽는 동시에 누군가의 낭송을 듣는 듯한 경험을 준다.

‘횡격막’이라는 번역어 역시 이 판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기존에 지혜, 정신, 마음 등으로 옮겨지던 그리스어 ‘프레네스’를 김헌 교수는 ‘횡격막’으로 번역했다. 호메로스 시대의 인간은 횡격막을 생각과 감정, 판단과 연민이 일어나는 장소로 여겼기 때문이다. 익숙한 현대어로 바꾸면 읽기는 편해지지만, 그 과정에서 고대 그리스인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던 방식은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번역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바꾸기보다, 낯선 세계를 가능한 한 낯선 채로 독자에게 건넨다.

‘오디세이아’가 아니라 <오뒷세이아>라는 제목부터 문장의 어순, 반복되는 표현, ‘횡격막’ 같은 단어까지. 김헌 번역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메로스가 노래하던 언어의 리듬과 3천 년 전 인간의 세계관까지 함께 옮기려 한다.

<오뒷세이아>를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가능한 한 원전에 가까운 감각으로 만나고 싶은 독자라면 이 판본만의 매력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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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읽는 40가지 이야기 - 중동으로의 첫 발걸음
박현도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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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동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전쟁, 유가, 종교 갈등, 검은 베일 같은 몇 개의 이미지로만 중동을 기억하고 있었다. 위험한 곳이라는 한마디로 지도의 넓은 부분을 접어둔 셈이다.

<중동으로의 첫 발걸음>은 그 접힌 지도를 40개의 이야기로 천천히 펼쳐 보인다. 중동의 모든 나라가 아랍 국가는 아니라는 기본적인 구분부터 이슬람과 무슬림의 차이, 오늘날의 국경에 남은 서구 열강의 이해관계, 종교와 권력이 얽혀온 역사까지 어렵지 않게 설명한다.

특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중동의 역사가 여러 문명과 민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비잔티움과 사산조 페르시아, 이슬람 문명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아랍인, 페르시아인, 튀르크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명을 만들고 이어왔다. 책을 읽으며 문명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어지는 릴레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뿐 아니라 여행서처럼 읽히는 부분도 즐겁다. 카이로와 룩소르, 카르타고의 흔적이 남은 튀니지, 모로코, 이란의 알보르즈산맥, 시리아의 마알룰라와 크락 데 슈발리에까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보고 싶은 장소가 늘어난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처럼 이미 다녀온 장소도 새로운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다시 보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중동 관련 뉴스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화와 이란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더 이상 멀리 떨어진 지역의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 뒤에 놓인 역사와 종교, 민족과 권력의 관계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제목처럼 이 책은 중동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그 세계로 들어가는 ‘첫 발걸음’에 가깝다. 그러나 첫걸음으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책을 덮고도 아직 중동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제는 중동을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단어로 부르지 않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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