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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이야기 이야기의 낮과 밤 1
알베르 카뮈 외 지음, 이재경 외 옮김 / 유선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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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이야기』는 카뮈, 버지니아 울프, 헤르만 헤세, 프루스트, 나쓰메 소세키, 콜레트, 릴케, 차페크 등 여러 작가의 소설과 시, 에세이를 ‘정원’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묶은 앤솔러지다. ‘이야기의 낮과 밤’ 시리즈의 첫 권이기도 하다.
1부 ‘정원은 빛으로 열린다’, 2부 ‘계절을 지나온 자리’, 3부 ‘나의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책의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에 놓여 각 부를 이어준다.
처음에는 낮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정원이니까. 빛, 꽃, 초록.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 세계와 결혼하는 사람이 정원의 문을 열고, 누군가는 흙을 만진다. 뜨겁고, 조금 우스꽝스럽고, 생에 대한 확신이 있다.
“나는 숨을 쉬는 법을 배우고 나 자신과 하나가 되었으며 마침내 스스로를 완성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낮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러나 『정원 이야기』의 정원에는 밝은 것만 머물지 않는다. 피어나는 것 곁에는 사라지는 것이 있고, 새 계절 곁에는 지나간 시간이 있다. 화창한 정원에는 죽음과 상실이 함께 놓이고,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 사라진 풍경도 다시 돌아온다. 이 책의 밤은 낮이 끝난 뒤에 오지 않는다. 낮 사이사이에 이미 섞여 있다.
“모든 것이 힘껏 나아가는데 나만 제자리에 머문다.”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이다. 작약은 꽃대를 밀어 올리고 새들은 소란한데, 한 사람은 지나간 봄을 돌아본다. 새로 찾아온 봄보다 지나간 봄을 더 오래 바라보는 마음. 남의 이야기처럼 읽히지 않는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숲에서 옛 아름다움이 사라진 것을 본 사람은, 아름다움이 숲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믿음에도 있었다고 말한다. 풍경만 변한 것이 아니다. 그 풍경을 바라보던 사람도 달라졌다.
우리가 정원에서 잃는 것은 꽃이 아니다. 꽃을 바라보던 마음과 그때의 나다.
책의 마지막에서 에밀리 디킨슨의 풀은 참으로 한가하다. 무엇을 이루려 애쓰지 않고, 제자리에서 자신의 계절을 살아간다.
『정원 이야기』는 아름다운 정원을 모은 책이 아니다. 정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과 기억, 상실과 시간을 모은 책에 가깝다. 낮에서는 정원을 읽고, 밤에서는 사람의 시간을 읽는다.

나의 정원에는 지금 몇 시쯤의 빛이 들고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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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이건 더 베스트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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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드창을 이긴 책이라고 해서 너무너무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어요. 흥미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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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개
엘리자베스 매켄지 지음, 김진희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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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개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북쪽의 개’는 격자무늬 커튼이 달린 낡은 밴의 이름이다. 물론 진짜 개도 등장한다. 엘리자베스 매켄지는 제목부터 엉뚱한 웃음을 건넨다. 웃고 나면 방금 읽은 장면이 사실은 꽤 슬펐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방식이다.
주인공 페니 러시의 삶은 여러 곳에서 무너져 있다. 결혼은 끝났고 직장은 그만뒀으며, 어머니와 새아버지는 오 년 전 호주의 오지에서 사라졌다. 그런 페니에게 돌봐야 할 존재들이 하나씩 밀려든다. 총을 든 할머니, 집에서 쫓겨난 할아버지, 주인을 잃은 개. 어느 것도 페니가 선택한 일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모두가 그녀의 몫이 된다. 정작 자기 자신은 늘 마지막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어린 페니와 말하는 물고기가 서로의 불완전함을 알아보는 순간이다. 자기 존재가 실수처럼 느껴지는 이들이 설명 없이도 서로를 이해한다. 괜찮다고 말하거나 잘될 거라고 위로하지 않는다. 그저 그 마음을 안다고 인정한다. 이 소설의 위로는 그렇게 조용하고 이상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북쪽의 개』는 무너진 삶을 유머로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스꽝스러움은 절망의 반대말이 아니다. 절망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작가는 힘든 일을 가볍게 말하는 태도를 회피라고 나무라지 않는다. 그것 역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익힌 기술이라고 바라본다.
이 소설에서 모든 일은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어떤 일은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낡은 밴에 싣고, 덜컹거리면서도 계속 함께 가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북쪽의 개』는 고치지 못한 것들을 안고도 삶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웃기고 슬프고 다정한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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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요, 투우사여 암실문고
페드로 레메벨 지음, 임도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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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요, 투우사여』는 사랑과 혁명, 욕망과 권력을 함께 다루는 소설이다. 배경은 피노체트 독재 시기의 칠레. 그러나 이 책은 정치의 언어보다 사랑의 언어로 그 시대를 통과한다. 거대한 역사 한가운데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제목은 옛 노래의 한 구절이다. “두려워요, 투우사여.” 사랑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처럼 들리는 이 문장은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는 암호처럼 쓰인다. 그래서 제목은 단순한 노래 가사가 아니라, 사랑의 떨림과 정치적 위험을 동시에 품은 문장이 된다.
주인공 ‘로카’는 늙어가는 몸으로, 가진 것 없이, 응답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는 사랑을 한다. 그는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곁을 내주고, 거절당할 줄 알면서도 식탁을 차린다. 자수 놓던 손이 위험한 상자를 만지는 이유도 거창한 신념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사랑이 있다.
페드로 레메벨은 이 위태로운 이야기를 멜로드라마의 문법으로 풀어낸다. 볼레로, 싸구려 자수, 화장,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말투. 자칫 가볍고 천박해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이 이 소설 안에서는 오히려 가장 날카로운 감정이 된다. 사랑은 우습고, 그래서 더 처연하다. 그 우스움이 자꾸 마음을 찌른다.
소설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을 나란히 놓는다. 한쪽에는 가진 것 없이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모든 권력을 가졌으나 아무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대비를 통해 책은 조용히 묻는다.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가.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더 인간적인 것은 아니라고.
이 사랑은 처음부터 비대칭이다. 한쪽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동안, 다른 쪽은 그를 도구로 쓴다. 응답받지 못하는 사랑이고, 상처받을 것이 분명한 사랑이다. 그런데도 책은 그 사랑을 쉽게 조롱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끝까지 내어주는 마음 안에서 혁명의 가능성을 본다.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는 일, 그것이 곧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두려워요, 투우사여』는 페드로 레메벨이 남긴 단 한 편의 장편소설이다. 한 편뿐이지만, 충분히 강렬하다. 독재와 혁명이라는 무거운 배경 속에서도 이 소설이 끝내 붙드는 것은 한 사람의 떨림이다. 다칠 줄 알면서도 다가서는 마음, 응답 없는 자리에 끝까지 식탁을 차리는 마음. 그게 사랑이라면, 우리도 한 번쯤은 로카였다.
두려워요, 투우사여.
그 떨림 하나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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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물건에 진심 - 오래된 것들을 고치는 동안, 나도 조금씩 고쳐졌다 진심 시리즈 1
박찬용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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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물건에 진심>은 오래된 물건을 고쳐 쓰고, 다시 바라보고, 곁에 두는 일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쓰였던 물건을 사 오고, 먼지 쌓인 중고품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며, 깨진 부분을 갈아내고 자개를 떼었다가 다시 붙인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따른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는 저자에게 또 하나의 보물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물건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대체로 새것을 산다. 매끈한 것을 좋아하고, 고장 나면 고쳐 쓰기보다 새로 사는 쪽에 익숙하다. 그래서 저자의 세계는 나와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바로 그 거리감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오래된 물건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물건을 소비해왔는지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새것과 헌것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새것의 표면은 대체로 비슷하게 매끈하지만, 헌것의 흠집은 저마다 다르다. 저자는 그 정형화되지 않은 흔적을 좋아한다. 그 대목을 읽으며 내가 좋아해온 것은 어쩌면 흠집 없는 상태, 더 정확히는 정돈되고 예측 가능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독자를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래된 물건을 고쳐 쓰는 삶을 권하거나, 새것을 소비하는 태도를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버려지고 싸게 팔리는 것들 중 몇 개가 자신에게 흘러올 것이고, 자신은 그것들 곁에 있겠다고 말한다. 열 개 중 세 개만 훌륭해도 충분하다는 태도에서 오래된 물건을 대하는 담담한 애정이 느껴진다.
<오래된 물건에 진심>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의 매력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물건을 고르고, 고치고, 오래 곁에 두는 일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떤 결로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물건들을 돌아보게 된다. 내 주변의 매끈한 물건들, 아직 고칠 일이 없는 물건들, 그리고 그 안에 담기지 못한 시간들을 생각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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