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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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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이 에세이 모음집은 문학과 예술, 사랑과 사회를 둘러싼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개별 글의 메시지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울프의 시선이다. 그는 작품 자체에만 머물지 않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시대적 조건과 계급, 젠더, 교육, 권력의 구조까지 함께 본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문학 에세이집이라기보다, 작품과 사회를 함께 읽는 비평집으로 다가온다.
특히 「내가 교양속물을 싫어하는 이유」와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 책의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글들이었다. 전자는 교양과 취향이 어떻게 허위와 과시에 기대는지 날카롭게 짚어내고, 후자는 계급과 교육의 특권이 문학의 시선 자체를 어떻게 형성해왔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울프의 비평은 재치 있고 우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하면서도, 늘 그 뒤에 있는 현실을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울프의 글이 단순한 해설이나 감상이 아니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장은 아름답고 지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날카롭다. 문학 비평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오래 남을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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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반대한다 - 희생된 진보의 새들은 연합할 수 있고, 우리는 소외를 거부할 수 있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우중몽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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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반대한다』는 제목만 보면 진보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보’라는 말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기능하는지를 끈질기게 되묻는 책에 가깝다. 이 책은 진보를 자명한 가치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흔들며, 그 언어가 때로는 사고를 밀어붙이기보다 안도와 정당화의 기능을 해왔다는 점을 드러낸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위험과 위기를 다루는 방식이다. 재난과 전쟁, 핵위협 같은 문제는 일상적으로 소비되면서 오히려 익숙한 배경처럼 받아들여진다. 지젝은 바로 그 무감각 자체를 중요한 문제로 본다. 파국은 예외적인 사건이라기보다, 끝나지 않은 채 지속되는 일상 속에서 이미 경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도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다. 지젝은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직선적으로 정리하는 역사관을 문제 삼는다. 과거는 지금의 현실을 향해 예정된 길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과 우연한 분기들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현재를 필연적 결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자연스럽게 의문을 던진다.
후반부에서 다루는 권위의 문제도 오래 남는다. 이 책은 권위를 단지 전통적 억압의 잔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의 자유와 선택의 언어 속에서도 더 미세하고 비가시적인 권위가 작동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선택의 자유가 강조될수록, 실제로는 이미 설정된 구조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이 책 전체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마지막 장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국 사회를 향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남한과 북한을 단순한 대립 구도로 보기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치적 공백을 재생산하는 극단으로 읽어내는 시선이 제시된다. 특히 남한의 이세계 전생 서사를 현실 변화의 상상력이 다른 세계로 밀려난 징후로 해석하는 부분은 다소 의외이면서도 인상적으로 남는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친절한 해설서나 명쾌한 결론을 제공하는 책은 아니다. 대신 너무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던 개념과 태도를 다시 검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보에 반대한다』는 진보를 폐기하자고 말하는 책이 아니라, 진보라는 익숙한 언어에 기대어 사고를 멈추지 말라고 요구하는 책으로 읽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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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인문학 - 투자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돈의 심리학, 부의 물리학
오형규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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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투자를 단순히 수익률이나 방법의 문제로 보지 않고, 인간의 심리와 과학적 이론 속에서 이해하려는 책이다.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를 몇 가지 공식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사람마다 다른 판단 오류와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변수들을 폭넓게 짚어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책에서 말하는 ‘투자를 망치는 일곱 가지 오류’는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판단과 선택 전반에도 적용될 만큼 보편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투자 입문서를 넘어, 돈을 대하는 태도와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장점은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서가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익숙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데 그치는 반면, 이 책은 훨씬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핵심을 전달한다. 초보 투자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 이미 투자에 익숙한 독자에게도 다시 기본을 점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속담과 격언 같은 오래된 지혜를 통해 투자의 방향과 함정을 설명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추상적인 이론을 생활의 언어로 풀어내기 때문에 훨씬 쉽게 읽히고, 내용도 오래 남는다. 또 물리학의 개념을 빌려 부와 시장을 설명하는 대목은 이 책만의 개성을 더해준다. 열역학, 카오스, 프랙탈 같은 개념을 활용해 시장을 해석하는 방식이 신선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또한 이 책은 지나친 낙관과 과도한 비관, 두 극단을 모두 경계하게 만든다. 신기술과 버블, 군중심리, 반복되는 시장의 과열을 설명하는 대목들은 오늘의 투자 환경과도 자연스럽게 겹쳐 읽힌다. 그래서 책의 메시지가 단순히 이론으로 머물지 않고, 지금의 시장을 바라보는 데에도 충분히 참고가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책은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모건 하우절 계열의 메시지를 좀 더 쉽고 친절하게 풀어낸 투자서라고 할 수 있다. 투자 기술보다 먼저 투자자의 마음과 판단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초보 투자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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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의 제2차 세계 대전사
권성욱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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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대개 사건과 주요 인물 중심으로 서술되고, 전쟁사에서 그 주요 인물은 자연스럽게 강대국이 된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도 강대국들의 충돌로 기억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전쟁에서 더 크게 부서지는 쪽은 약소국인 경우가 많고,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서사에서 쉽게 사라진다.
[약소국의 제2차 세계대전사]는 그 빈자리를 정면으로 채운다. 이 책은 전쟁을 승패나 전략의 관점에서만 정리하지 않고, 강대국의 팽창과 이해관계 속에서 약소국이 어떤 조건에 놓였고 어떤 선택을 강요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국제정치의 냉혹함, ‘중립’이 갖는 구조적 한계, 전쟁 이후까지 이어지는 후폭풍이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낯선 사례가 많아 새롭고 흡입력 있게 읽히며, 방대한 자료를 모아 설득력 있게 엮어낸 저자의 집요함도 인상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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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나는 오랫동안 현실과 거리가 있는 사상가로 생각해왔다. 그래서 소로의 살아있는 생각도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장이 낯설고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불편함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소로의 사유가 틀려서가 아니라,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가치들을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과 발전, 지식에 대한 확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온 나에게 소로는 묻는다.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들은 정말 확실한가. 혹시 그것은 ‘안다고 착각하는 오만’은 아닌가. 이 책은 소로의 핵심적인 생각을 선별해 엮은 책으로, 자연에 대한 성찰을 넘어 인간 존재 전반을 돌아보게 만든다. 문학과 과학, 종교와 사회를 가로지르는 그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책을 덮고 나니 소로를 평가하기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흔들릴 때마다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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