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 지음, 우달임 옮김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적 모순 중 하나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보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결국은 훨씬 더 잘해주게 된다는 사실이다. (p.42-43)

 

누군가와 작정하고 싸우려면 먼저 그에게 아주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상대에게 욕을 하고 그 사람의 물건을 창밖으로 던져버릴 마음을 먹으려면 먼저 깊고 유별난, 진정한 애정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p.43)

 

우리가 사랑에서 기대하는 것은 행복이라기보단 친밀함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단순하게 그 자체로 좋은 것보다는 평범한 것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우리들 대부분은 이상적인 방식으로 양육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p.56)

 

벤이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아빠를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아빠가 엄청 대단하지도 지독히 끔찍하지도 않은 사람임을 알게 되고, 언젠가는 아빠를 한쪽으로 말끔히 치워놓고 자기들의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 (p.87)

 

어른의 사랑은 아이일 때 어떻게 사랑받았는지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상상해보는 것이어야 한다. (p.157)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_연인들을 단숨에 읽어냈을 때, 공감하는 부분들은 많았으나 너무도 현실적이고 지금 세대 날 것 그대로를 드러낸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평소에도 사랑에 관해서라면 미화하는 부분들, 의미를 부여하는 속성을 지닌 나로써는 그것이 그리 유쾌하지가 않았다. 어떤 극적인 것도, 운명적인 것도 없이 아주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가 밋밋하게 끝나 버리는 사랑. 불타오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그 사랑이 난 참 싫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_ 한 남자 편을 읽었을 때는 읽으면서 좀더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결혼을 한 상황이기도 하고, 생각해야 할 철학적인 부분들이 꽤나 많았다고 여겨진다. 난 대부분 밑줄을 그었다.

 

연애를 할 때는 늘 더 좋은 사람이, 지금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내 모든 마음을 주지 않았다. 줄 필요도 없었다. 내겐 크나큰 무기 하나가 있었으니까! 그건 '헤어지자' 라는 강력한 무기. 이제까지 쌓여왔던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애를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마음이 설레 날아오를 것 같을 때는 자연스럽게 표현했지만 아닐 때는 무책임하게 상대방의 마음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결혼은 달랐다. 결혼을 하고 나니 내 '무기'가 사라졌다. 결코 '헤어짐'의 다른 말인 '이혼'은 무기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한 남자 편이 내 상황에 더 와닿았을 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우리는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유혹이 찾아올 수 있다. 언제 찾아오게 될 지 모른다. 여기서 벤이라는 남편은 가장 친밀한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누구보다도 자신의 아이를 아끼면서도 유혹이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포착한다. 자신을 합리화시키면서. 또한 아이에 잘 키우고 싶다는 욕심도 대단해서 아이가 불쑥 커버려 자신의 모든 단점들을, 뒤틀린 성격들을 알아차릴까 두려워하는 내면을 가지기도 했고, 자신보다 어리면서 잘 나가는 데다가 성격까지 좋으면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알랭 드 보통은 늘 여성의 편에 서 있었다는 평을 받아서 이번엔 남자의 시선으로 글을 썼다고 인터뷰에 나와 있었는데, 내가 느끼기엔 여기 나오는 주인공인 벤은 완전 내 마음과 같았다! 남자지만 여성의 마음과 흡사했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은 결국 여자가 아닌가 느낄 정도로 여자의 마음을 남자라는 육체에 입혀 표현한 것만 같았다.

 

우리는 가정의 그 안락함과 지루해지면 찾아오는 신선한 유혹을 함께 가질 수 없다. 또한 사소한 듯 보이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잘 하는 것 하나 없지만 꿋꿋이 오늘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용기를 가진 것이라고 보통은 나에게 소리쳐 말하고 있었다.

 

알랭 드 보통씨, 고마워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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