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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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당신은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괴물을 창조해낸 인물이었죠. 당신의 비상한 두뇌와 과학도의 천재적인 지식물로 탄생한 괴물. 추악하고 험악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토악질을 일으키고 모든 이의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그 괴물. 그것은 당신의 소산물이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 나는 자주 친구들의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질 때마다 "뭐야, 프랑켄슈타인이야?" 하는 농담을 즐겨해왔습니다. 바로 당신이 괴물의 형상이라도 믿었던 거죠. 당신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창조물을 내 몰라라 했습니다. 혼자 팽겨쳐 놓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냥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즐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살인이 일어났을 때...... 당신은 잊고 있었던 당신의 창조물을 떠올렸지요.

 

그랬습니다. 그 괴물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축복 속에 휩싸여 환한 빛을 두르고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영문도 모른 채 버려지고 찢겨지는 자도 있습니다. 그 괴물은 후자에 속했죠. 자신이 어디에서 온 지도 모른 채, 순수한 마음 하나로 버텨내며 사랑을 갈구했습니다. 그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인가요? 진심을 다해 따뜻한 마음을 원했고 남몰래 가난한 사람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게 무엇이었나요? 사랑을 배워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는 이가 자신의 모든 걸 내걸고 도와주었을 때에 그가 바란 건 많은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 모든 파괴와 고통과 잔인한 살인은 응당 당신이 받아야 할 짐이었습니다. 아, 물론 알고 있습니다. 괴물이 자신과 같은 형상을 하나만 더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 그와 함께 멀리 멀리 도망가서 살아가겠다고 했을 때, 당신은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이익보다 인류의 미래를 생각했다는 것을요. 하지만 당신이라도 그 괴물을 품어 줄 수는 없었나요. 그 찢겨진 마음을 의심이 아닌 사랑으로 따스하게 감싸줄 수는 없었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앙상해진 채로 복수라는 하나의 감정만으로 버텨내며 앙 물며 생을 살아내고 있을 때, 나는 숨이 막히도록 힘겹고 당신의 여정이 아팠으나 그것보다 더 당신에게 쫓김을 당하면서도 관심 받고 싶어 하는, 마지막까지도 사랑을 바랐던 괴물 때문에 더 많이 아팠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펼쳐질까 궁금해 하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내가 읽고 있는 프랑켄슈타인 당신이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가 모든 게 환상은 아닐까 하며 치를 떨었습니다. 그 모든 살인은 괴물이 아닌 당신이 행한 건 아닌가 의심도 했습니다. 제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이 상처투성이만 여기저기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상처투성이가 어디엔가 뿌리를 내려 잘못 없는 누군가의 가슴에 생채기를 낼까 두려웠습니다. 괴물은 결국 당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의 자리 잡고 있던 당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아니 어쩌면 그 괴물은 나 자신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감싸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었습니다.

 

 

덧붙여 이 생에 함께 머무를 수 없었던 당신의 그림자였던 P에게 :

그래도 사랑해야 할, 내 어둠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너에게 - 한때는 괴물이라 불렸던 너-

다음 생엔 꼭 추함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찡그림이 아닌 환한 웃음으로, 따뜻한 포옹으로, 행복한 삶으로 다시 만나자. 안녕, 나의 그림자. 나의 괴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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