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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야기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06/pimg_7188771283436504.jpg)
엘리자베스 인치볼드의 작품 <단순한 이야기>는 결코 단순한 결말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이 책이 발표된 시기는 18세기 후반 영국의 여러 악습과 불평등한 제도적 여건 속에서 여성, 소수자, 약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일상인 때였던 만큼 인치볼드처럼 여성이 문학을 통해서 권리를 조성하고 여성의 등용문을 넓히는 일들이 쉽지 않았다.
그런 시대적 배경을 고스란히 드러낸 <단순한 이야기, 1부>에서 밀너양을 내세워 깜찍한 도발을 시도한다. 밀너양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은 설정은 필요에 의해서였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포부와 주체를 드러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너양은 관습적인 시선과 보수적 전통방식을 내세우는 기득권 계층의 귀족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자유의지를 방출한다.
하지만 그녀의 독자적 길을 거침없이 막아서는 거대 인물구도가 설정되어 있다.
카톨릭 사제로서 밀너양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하는 후견인 도리포스 신부와 도리포스의 사수격 스승인 샌퍼드 신부의 정통 교리로 무장한 기존 질서의 상징 인물이 특히 그렇다.
밀너양의 감정선에 변화가 생기면서 후견인인 도리포스 사제를 연모하게 되었으니 작가가 그려낸 밀너양과 도리포스 사제의 서로를 향한 내용의 서사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밀너양의 톡톡 튀는 재기발랄한 모습 이면에 신중하고 강한 내면의 아름다움도 함께 빛났으니 도리포스는 그녀의 꼿꼿한 당당함과 예우를 갖춘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렁에 빠졌다.
문제는 도리포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어떤 상황이 와도 외골수적 엄격함과 자존심 쎈 원칙을 고수하는 엘름우드 경으로 돌아왔을 때 밀너양의 비극은 최고조를 맞았다.
결국 밀너양은 엘름우드 경과 결혼을 하게 되지만, 글쎄...... 서로 떨어져 지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그녀의 바보같고 어리석었던 불륜행각은 영원히 사랑하고 사랑받았어야 할 관계를 파탄내고야 만다. 3부로 가기까지는 십칠년이란 잔혹한 세월이 흘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쫓겨난 밀너양은 죽고, 밀너양의 마지막 임종은 샌퍼드 신부님이 지켜본다. 그리고 우들리양과 그녀의 어린 딸 레이디 머틸다가 이어진 후반부의 주요 권력 관계와 가부장적 제도의 관습에 억눌려 엘름우드 경이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를 은둔하며 비참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려준다.
사실 엘름우드 경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전반부와 후반부를 사이에 두고, 그의 성격이 너무 극과 극으로 틀어져 그의 본성과 본질을 포용하는 데 어려움이 수반되었기 때문이다. 엘름우드 경의 섬세하고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모습은 최고의 지성과 이성을 겸비한 귀족사제라 칭송받을 수 있었겠다. 다만, 후반부의 권위적이고, 사실주위 원칙에 입각한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이 섬세하기 보다는 거친 괴물처럼 묘사되어 아쉽기도 했다.
어찌보면 밀러양의 부모 세대로부터 3대, 곧 부모님, 밀너양, 그리고 머틸다에 이르러 여성 삶에 절대적으로 부합된 교육의 필요성과 자유독립의지 확립의 필요성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 여겨질 만큼 간절하고 소중한 것임을 다시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06/pimg_718877128343650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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