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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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20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김희숙 역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25일



'죄와 벌' 다음으로 집필된 백치1,2편의 소설은 1867년부터 스위스에 머물면서 완성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2년간 '러시아 보도'지에 연재되기도 했다.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1,2가 문학동네에서 번역, 출간되어 그의 5대 장편소설 중 두 번째 작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우리들은 이제서야 퍼즐의 중요한 조각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백치에 관한 사전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도스토옙스키 덕후들의 다양한 견해와 전문 관계자들의 깊이 있는 식견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백치'라는 제목 자체가 소설의 성공 여부를 떠나 당대 러시아 문학과 사회 풍토, 그리고 자신의 작품 활동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문학에도 '백치 아다다'란 작품이 있는데, 러시아의 '백치'도 역시 그런 인물일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의미로 백치를 작품의 전면으로 내세운 의도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보같을 정도로 순수하고 선함에 막힘이 없는 사람으로 백치는 다른 사람들이 감추는 은밀한 것이든, 의도적 뜻을 품은 계획된 것이든, 받들고 드러내는 일에 계산이 없다.  그리스도교의 영겁을 쓴 '흠이 없는 어린양 바보'로 백치가 탄생한다.
주인공 므이쉬킨 공작이 바로 백치 그 작자다. 바보스럽기도 하고 순결해 보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영혼에게만 보이는 세상 이치들이 주변의 타락한 인물들에게는 경이로운 시선으로 영향을 끼친다.
백치는 죄와벌에서 까라마조프가 형제들로 가는 중간 단계의 변모한 인물로 도스토옙스키가 반드시 세상에 내놓아야만 했던 성화된 인간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러시아의 1860년대를 열심히 살펴봤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 있었고, 이념 갈등은 얼마나 혼란스웠는지, 사회 계층의 불평등과 경제적 대립 구조는 어떠했는지 등등 그의 작품에서 문제제기가 될 만한 요소들은 모조리 찾아봤다.

그리고 수많은 등장 인물들...
이들 등장인물의 관계도만 제대로 성립해도 작품 이해의 절반을 성공하지 않았다 싶다.
#등장인물 _ 그래서 이참에 완독서평과 함께 인물들의 서사 구조를 잘 정리하며 마무리 하고 싶다.

므이쉬킨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백치라 불리는 사나이로 젊은 귀족이다. 백치 작품에서 드러나는 주제는 '사랑'이다. 이 사랑은 다양한 텃밭에서 발화를 하는데 게중 가장 여리고도 강인한 정신의 그것은 므이쉬킨의 나스타시야를 향한 연민에서 싹튼다. 나스타시야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인이지만, 가시가 돋친 말린 장미같은 여자. 
그녀의 변덕스럽고 이해타산적인 행동과 불안한 정서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상처받기도 한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은 므이쉬킨 공작 뿐만이 아니라 로고진도 있다. 로고진은 동시에 공작과 친구 관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랑 놀이의 마지막 주인공 아글라야가 등장한다. 므이쉬킨과 정략 결혼담이 오가는 사이로 그녀의 총명함은 단연 최고다. 이 네 명의 갈등 서사가 결국 빈곤으로부터 가진 자의 허세로까지 우리가 숱하게 겪는 문제와 갈등을 보여준다. 
므이쉬킨은 간질병을 앓고 있기에 국외, 스위스로 나가 상당 기간 치료를 받고, 다시 고향인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로 귀향하는 도중이다. 그 기차안에서 바로 로고진을 만나는데 로고진은 부유층 상인의 아들로 이미 막대한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 받았다. 로고진은 이미 아버지의 돈을 몰래 가져다가 나스타시야에게 보석 반지를 선물했던 것이 들통나 외국에서 도망다니고 있던 몸이었다. 아버지의 부고로 귀국길에 올랐던 그였다. 로고진은 기차 안에서 나눈 대화들로 공작에게 호감을 가진다.  공작은 자신의 유일한 혈족으로 남은 예판친 장군의 아내, 리자베타 부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의 세 딸인 알렉산드라, 아젤라이다, 그리고 중요한인물 아글라야를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대화가 작품 가운데 공작의 성격을 잘 드러내 준다. 때 묻지 않고 스스럼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었던 신선한 인물처럼 보였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공작의 바보같았던 모습이 거침없이 자신의 발언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보여지게 된것이다. 
예판친 장군의 토츠키도 갈등의 원인이 되는 주요 인물 중 하나였다. 토츠키는 고아였던 나스타시야를 후견인으로서 돌봐주던 인물이었다.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그는 나스타시야를 과거 유린한 것으로 나오는데 이를 자의식 속에 억누르고 살았던 나스타시야는 토츠키의 업을 만천하에 공표하겠다고 하니 예판친은 친구인 그를 도울 방편으로 자신의 비서 가브릴라를 나스타시야와 정략결혼을 시켜 아 어두운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가브릴라 또한 요주의 인물이다. 사실 작품을 읽다보면 종종 그가 백치 작품의 주인공처럼 보이기도 한다. 므이쉬킨 공작은 예판친 장군의 집에서 그녀의 사진을 보게 되었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미모에 연모하게 된다. 결국 가브릴라 집에 머물던 공작과 가브릴라, 거길 찾아온 로고진과 나스타시야가 모두 한 공간에서 맞딱드리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나스타샤는 자신의 생일파티 때 결혼상대를 발표하겠다고 말한다. 
공작은 나스타시야가 사랑없는 결혼을 택하려 하자 그녀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으로 프로포즈를 하게 되었고, 그녀는 그의 마음을 알았지만 오히려 로고진을 선택하고 떠나버리고 만다. 그리고 로고진으로부터도 떠나버린다. 이 사건 이후 공작과 로고진을 나스타시야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지만, 십자가 목걸이를 교환하며 우정을 다지기도 한다. 공작은 다시 발작을 일으켰고 극도로 쇠약해지는 몸을 이끌고 사태를 되돌리려 하지만, 아글라야와 교감을 나눈 그들은 약혼을 하기로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재회한 공작과 아글라야, 나스타시야와 로고진. 여자들은 공작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자신들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강요하기에 이른다. 이 때 므이쉬킨 공작의 주저하는 모습에 실망한 아글라야는 화가 나서 뛰쳐나가고 뒤따르던 공작을 나스타시야가 말리면서 모두의 관계가 황망하게 끝이 난다. 그리고 로고진은 나스타시야를...... 

백치의 갈등구조를 보면 우리가 어디에서 화가 나고, 어디에서 고구마 같고, 어디에서 사이다 같은지 모든 격정의 시간을 들여다 볼 연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므이쉬킨 공작의 모습은 인간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유형의 모델이다. 도스토옙스키는 므이쉬킨 공작의 롤모델로 돈키호테를 연상하며 인물의 뼈대를 완성했다고 한다. 백치에서 보여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종류는 열렬한 사랑이 아니더라도 연민과 자기애, 질투, 동정, 가난한 자들의 교감 등 우리가 살면서 치이는 관계들의 사욕과 시시비비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진실되고 포용하는 유기적 사회를 유토피아로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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