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5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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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205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김희숙 역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25일 

'종교예술가'라고 불릴만큼 신앙과 문학을 한 편에 몰아넣고 인간의 당찬 질문에 답을 주려 평생을 고민했던 도스토옙스키의 <백치1>를 읽었다. 
누구보다 죽음 가까이 가서 그리스도의 은혜와 자비를 경험했던 그의 종말적 신비체험이 러시아 문학을 진리 위에 설 수 있게 이끌어 온 그만의 저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가 추구했던 그리스도를 닮은 인간의 형상화는 므이쉬킨 공작의 재현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가장 강하고 으뜸가는 고통은 아마도 상처에서 느끼는 고통이 아니라, 이제 한 시간 뒤면, 그다음엔 십 분 뒤면, 그다음엔 삼십 초 뒤면, 그다음엔 이제, 지금 당장―영혼이 육체에서 날아가버리고 자기는 이미 인간이길 멈추게 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안다는 점, 이것이 이미 확실하다는 점 바로 그것입니다. -42쪽 

'사랑'. 그것은 순애보적인 것일 수도 있고, 맹목적인 것일 수도 있고, 헌신적인 것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집착과 욕망의 발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것일 수도 있겠다. 사랑이라는 진리는 한 길이나 그것의 이름을 찾아가는 고행길은 각 사람이 처한 환경과 본질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도스토옙스키는 백치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므이쉬킨 공작과 로고진, 나스타시야와 아글라야의 어긋나는 관계와 동경을 보면서 도스토옙스키가 갈망하는 정형화된 사랑의 이상추구가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봐야 했다. 
<헛점없는 고결하고 아름다운 인간>.

- 이런 아름다움은 힘이에요. 아젤라이다가 열광하며 말했다.
- 이런 아름다움이라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있어!
146쪽


므이쉬킨이 평생을 고질처럼 앓고 있는 간질병은, 그래서 우리 인간이 가슴 속에 하나씩 품고 있는 마음의 병을 상징한다고 생각된다. 언제고 나의 선천적 약점을 생각하며 낮아지거나 내려놓을 수 있는 삶의 가치, 그것이지 않았을까. 
로고진은 나스타시야에 집착한다. 로고진의 나스타시야를 향한 마음 전하기는 물질과 동일시된다. 보상과 정비하는 방법으로 그녀와의 사랑 관계를 셈한다. 그래서 그녀가 뿌리치면 뿌리칠 수록 더 분노가 치미는 손해보기 싫은 사랑이다. 자신의 신념이 관철되어야만 하는 야만적인 사랑. 가브릴라는 또 다른 사랑의 방법이다. 오히려 그녀의 지참금을 사업자금으로 받아먹을 생각에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엎드리는 사랑이다. 그런다고 그런 작자를 일으켜 세워줄 나스타시야가 아니다.

주인공 므이쉬킨 공작에 대해 말하자면, 오랜 고질병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순수청년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세속적인 교육보다 훨씬 나은 탁월한 직관적 교육을 받아온 셈이다. 그에겐 욕심없고 왜곡되지 않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너른 마음이 생긴거다. 사람들은 그를 ‘백치’라고 부르곤 한다. 그리고 그의 그런 사랑을 우리는 연민이라고 말한다. 딱 잘라 말하기 참 편한 정의. 연민. 나스타시야는 고아로 부모를 여의고 토츠키의 후견을 받다가 그의 정부가 되었다. 그런 그녀의 지극히 사적인 고통과 외로움을 므이쉬킨은 직관적으로 꿰뚫어본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연모한다. 이런 그의 감정은 모호하다.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무것도 없는 그의 광활한 우주. 그런 와중에 예판친 장군의 막내딸 아글라야는 백치 므이쉬킨 공작을 마음에 둔다. 세속적인 상류층의 유희에 환멸을 느낀 그녀와 공작의 미묘한 감정 떨림이 시작되고 그들은 어떤 소용돌이 속에 파문의 연속이 될 발화점을 공통으로 갖게 된다. 

가슴은 있고 머리가 없는 바보는 머리가 있고 가슴은 없는 바보만큼이나 불행한 바보란다.
이건 만고의 진리야.
147쪽

백치에 나오는 관계된 모든 인물들의 구심점에 므이쉬킨 공작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허망한 눈동자 속에 갈구하는 사랑이 있다. 결국 넘쳐 흐르는 과한 것들 사이에서 정결하게 숨겨져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구도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깨닫는 바가 컸다. 백치1편의 도스토옙스키 시선들은 공작을 따라 로고진을 따라 가브릴라를 따라, 그리고 나스타시야와 아글라야를 따라 진짜 백치의 진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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