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
이수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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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선택한
평범하고 소박한 삶에서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길어낸
'한국 최고 수준의 에세이'

🌺시리즈 플라뇌르 Flaneur
산책자를 위한 푸르른 영혼의 성체

필자 이수태님의 에세이는 절대 초라하지 않다. 제목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지극히 소박한 일상생활의 평정과 균형을 얻고자 알뜰살뜰 사는 삶이 초라하다 한다면 어느 누가 온전한 모습으로 삶을 반추하고 반성하며 정갈한 기록으로 부끄러움이 없다할 수 있을까.
필자의 눈과 귀를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고요한 삶의 자취를 따라 나의 행적과 언행들을 돌아보고 있음을 깨닫고 만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말들과 체험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소중한 기억들을 차분히 감상할 수 있을까. 지나온 시간만큼 변화된 그의 삶의 중심적 관계, 사랑, 일 그리고 꿈.....격동의 세월을 거쳐온 그의 이야기들은 정작 특별해서라기 보다는 지극히 소소하고 일상적이라는 담백함 속에 모두의 아련한 옛기억과 그 시절의 의미를 회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돌이켜 추억하고 반추하는 문학에 대한 집념, 고뇌, 포기, 이런 말들은 겪어보지 않고는 그 심정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오랜 시간동안 공 들여온 논어 새로 쓰기의 완성은 감격스러움 그 자체였다.
한 가지의 사물을 보더라도 정체되지 않으며 지루하지 않게 끊임없이 새로운 피조물로 승화시키는 필자만의 작법은 오랜 습작이 일궈낸 내공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야기를 연결지을 수 있는 힘, 연결된 사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주체성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 논리적이지 않고도 이치에 닿을 수 있고, 수사학적이지 않고도 되새기게 만드는 그만의 수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요의 순간은 바깥에 쏠려 있던 우리의 의식이 온전히 회수되는 순간이며 의식이 일상적인 무언가로 치닫지 않고 그 발원지 근처에 무거운 안개처럼 머무는 순간, 그래서 제 자신을 좀 더 낯설게 의식하는 순간이다.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를 듣고 있다. 그것은 미세하게 가물거리면서 말을 걸어오는 존재의 소리다. 그래서 고요함 속에서 우리의 귀는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크게 열린다.
96쪽

고요한 순간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의 회상 중에서 크게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서제일 인상에 남는 글이다.
나는 무수한 일상 속에서 아무리 반복해도 깨닫지 못했던 것을, 알아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을 이리도 간결하고 깔끔하게 들려준다. 말과 글의 곧고 부드러운 힘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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