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장소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미셸 포르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 속으로의 하강, 글 속으로의 침수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니 에르노와의 인터뷰
“글쓰기는 나만의 진정한 장소다.”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의 탄생과 책에 대한 준비작업, 내가 글쓰기에 부여하는 사회적, 정치적, 신화적인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글의 상상적, 실제적 공간의 주변을 이토록 배회했던 적은 없었다.
10쪽


왜 나는 책을 읽고 기록하고 말하고 또 다시 읽을거리를 기다리고 읽고 기록하고 말하고 끝내는 버리기를 반복하는 것일까. 아니 에르노와 미셸 포르트의 인터뷰 모음집인 <진정한 장소>를 읽으며 민낯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래서 나는 책을 기다리고 읽는 것일 수 벆에 없던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 중 그녀의 작품 탄생 순서를 배제하고 랜덤으로 남자의 자리부터 읽었던 나는 처엄엔 낯설고, 프랑스 문학과 문화의 정서에 쉽게 빠져들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들을 읽는 동안 나는 적응이 됐고,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와 시각에 매료되어 버렸다.
뭐랄까. 아니 에르노는 자신만의 사물과 현상들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과 사유가 있다. 사실 문장 자체로는 굉장히 건조하고, 간결하여 쉽게 읽히기도 하지만 선택된 단어마다 그리고 그 선택된 단어들의 화성이 너무 잘 어울려 거대한 시대와 사상을 무겁게 받아도 결국 그 안에 홀로 버티는 여린 개인, 한 여자에게 줌 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서 묻어나는 나의 인생도 동시에 조망하게 된다.
프랑스라는 먼 나라의 이국적인 정서는 없고 진정한 장소로 거듭난 우리의 시간, 과거의 것과 현재의 것이 함께 뒤섞인 그런 기억의 저장 창고, 그리고 미래로 향하는 것들이 차례로 선택되어져 이유있는 그녀의 힘으로 글이 되는 자리. 아니 에르노의 소설들은 한땀 한땀 천조각을 이어붙여 퀼트를 완성하듯 그렇게 우리의 은근한 변화와 자조를 요구하는 것 같다.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물려받았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를 구성하는 내면의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을 모아야 해요.
59쪽

그녀는 소상공 자영업자의 슬하에서 태어나 깨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격이 다른 고등 교육을 받았으며, 교사를 거쳐 혁명적인 격동의 세월을 치열하게 뚫고 나아가 여성성을 벗어 던지는 성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파격의 행보를 거침없이 내지르고 진보적인 사상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자유롭고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에 보편성을 담는 것을 보며 이유있는 그녀만의 문학에 어느새 빠져들어 버린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나만의 협의의 정서만 담을 것이 아닌가 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이 왜 기록하고 읽고 쓰고 또 말하는지 생각하며 세대를 이어야할 공적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우리는 개인적인 체험을 하며 살아요. 누구도 당신을 대신해서 그 체험들을 할 수는 없죠. 그러나 그 체험들이 당신의 것에서만 머무는 방식으로 글을 써서는 안 돼요. 개인적인 것들을 넘어서야 하죠. 그래요. 그것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고 다르게 살게 하며, 또한 행복하게 해주죠. 문학으로 행복해질 수 있어요.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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