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진인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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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욕망의 형태까지 그려 낸
프랑스 리얼리즘 문학의 정점

문장과 문장 사이에 치열하게 엿듣는 맘 속 언어가 있다.

마담 보바리는 고정 중 고전으로 완독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이미 읽은 것처럼 생각되는 유명한 문학작품이다. 작가의 이름은 낯설어도 책 제목인 마담 보바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샤를 보바리의 유년 시절의 모습을 묘사한 첫 문장으로 시작해 귀족과 서민층의 계급 서열이 존재한 시대적 사회 시스템을 거스르고 신분 상승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과 사랑을 그려낸 소설이다.
샤를도 어찌보면 부모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하여 자신에게 버거운 교육을 받으며 천성적으로 순종적이며 내성적인 성격 탓에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의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운명을 뛰어넘어 과분하다 믿었던 에마 바라기에 대한 사랑을 지키려 행복한 가정을 위해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모습에 동정이 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샤를의 우유부단한 사리판단력, 터무니없이 부족하기만 했던 직관력, 남자다운 매력이란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결격사유들로 인해 에마와의 불행한 말로를 걸어야 만했던 그의 굴곡진 전생애였다.
에마는 또 어떤가.
성에 대한 가치관이 가볍다고만 비난할 수 없는 그녀의 삶은 애석하게도 과하게 삐뚤어진 현실 부정과 과거에 대한 미련, 미래에 대한 왜곡된 환상이 온통 뒤죽박죽이던 것이었다. 어찌보면 조울증에 가까운 히스테리로 자신이 낳은 딸마저 멀리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마음으로 양육하기에 이른다. 참고로 그녀는 아들을 간절히 원하기도 했었다.

결혼하기 전에 그녀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랑에서 당연히 생겨나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자,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에마는 책에서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행복, 정열, 도취와 같은 말들이 실제 생활에서는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p.59

에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결혼생활은 무료하기 짝이 없는 감옥생활과 같은 것이었다. 차라리 지옥이 더 나을 정도라고 해야할까. 샤를과의 결혼은 그녀에게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한채 오히려 에마의 마음을 옥죄고 미쳐버리게 만드는 사악한 것들과 같았다.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고 귀족적 삶으로 상승하길 갈망하던 그녀의 욕망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가 없었다. 에마가 갈등하고 추구하던 이상적 삶들이 우리가 갖고 있는 로망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우리에겐 성별에 있어 더 평등하고 자유하므로 선택하고 개척하며 성취하는 기회와 결과물들이 광범위하다. 하지만 에마의 시대를 돌아보면, 그녀의 시대를 앞선 자유 사상과 여성으로 억압받고 한계적이었던 삶의 권태, 사랑의 장벽들은 에마 개인보다도 사회적 편견과 시대의 변화가 요구되던 그 당시의 부당한 처사들을 대변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샤를과 에마의 부부로서 가치관은 달라도 너무도 다른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 불행의 원천이 되었던 시점이다. 신중한 선택의지 없이 막연한 동경과 욕망 충족을 위해 치른 의미없는 결혼식은 이 둘에게 아무런 해결책도 될 수 없었다. 역시 극복해야만 할 한 가지 장애를 더하는꼴만 되어버렸다.
그래서, 에마는 샤를을 등지고 두 남자와 불륜을 저질렀고, 경제 개념이 무지했던 씀씀이로 인해 파산에 이르렀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만큼 긴박하고 아슬아슬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순식간에 넘나들었다.

에마는 잔디에 앉아 양산 끝으로 잔디를 콕콕 찌르면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맙소사, 내가 왜 결혼했을까?”
그녀는 다른 우연의 조합으로 다른 남자를 만날 방법이 없었을까 자문해 보았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그 사건들, 그 다른 생활, 알지 못하는 그 남편은 어땠을까 상상해 보려고 애썼다. 확실히 그 누구도 저 남자와 닮지는 않았다. 남편은 미남이고 재치 있고 기품 있고 매력적인 사람일 수도 있었다.
p.74

플로베르가 생각한 여성의 사랑과 기쁨, 그리고 행복은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길래 이렇게 섬세한 표현과 묘사가 가능했을까. 샤를은 막바지에 이른 자신의 삶을 앞두고 로돌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하는 말이 더 이상 그를 원망하지 않고, 이 모두를 운명탓이라 여긴다고 말한다.
샤를도 처음엔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했고 끝내는 에마를 만났고 최고의 가정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행복만은 지키리라 다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이 또한 운명이었고, 자신은 에마가 그토록 사랑했던 로돌프가 될 수없었음을 깨달았다.?
??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알아 버려 그 기쁨을 백배로 늘려 주는 소유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그가 그녀에게 싫증이 난 것만큼 그녀도 그가 지겨워졌다. 에마는 간통 속에서 결혼 생활의 모든 진부함을 다시 발견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녀는 그러한 행복의 저속함에 굴욕을 느꼈지만 그래도 소용없었다. 습관 때문에 혹은 타락했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큰 행복을 바라다 행복을 송두리째 고갈시켜 버리면서 날마다 더욱더 행복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레옹이 자신을 배반하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실망에 대해 그를 탓했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을 할 용기가 없어 그들의 이별을 초래할 파국이 일어나기를 바라기까지 했다.
p.447

마담 보바리는 프로베르가 공들인 만큼 역작이 아닐 수 없다.
단어 하나하나가 힘있게 문장 속에 살아있으며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전달하는데 그 생명을 다한다. 전혀 시간과 시대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세련된 문장과 상상들이 그려진다.
마담 보바리는 비극적이지만 참 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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