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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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어올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흐름출판

 

🌟 그곳에서는 태어나서도 안 되고 죽어서도 안 돼.

그런 섬이 있다는 거 알아?

 

건물 유리창을 닦는 직업을 가진 쇼타, 대학 졸업 후 실패를 크게 겪어보지 못한 그가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고 무작정 찾아들어간 일이다. 잘만하면 수습 뒤엔 현장보다 사무직쪽으로 발령을 받을지도 모른다.

독백이 귀에 쏙 들어온다. 독백은 같은 일을 하던 전 선배, 죽은 이의 소리다.

 

구름 낀 날부터 날 궂은 날씨 날까지.

아무렇게나 강하다 소멸하는 바람이 살짝살짝 불어주는 높은 공간에서 동료 미사키와

뜻밖의 일탈 행각이 벌어지지만, 개의치 않는 듯...

유리창 밖에서 있는 일상이란 이렇다.

흔들리고, 변수도 많고, 의미가 없어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다.

뚜렷한 자기 의지도, 자기 소리도 아주 중요한 것은 아니다.

괜한 자격지심, 타인의 눈치 볼 필요없지..

유리를 사이에 두고 이편, 저편 다른 세상처럼.

어차피 급이 다르니까. 격차는 있게 마련이니까.

위아래만 다른게 아니고 같은 높이에도 있다는... 세로, 세로, 가로, 세로, 세로, 가로.

이렇게 유리를 닦는 패턴대로 살아가면 된다.

그러면 다 닦인다. 투명하게 계속 격차가 보이면 된다.

 

쇼타는 어느 날, 계층이 다른 노부인의 집으로 들어가 그녀의 삶도 완벽하게 안정된 격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간다.

 

🌟 도쿄는 유리의 도시 잖아.

어디를 가도 유리로 넘치고 있어.

가끔 마루노우치를 걷다가 사방이 온통 유리로 가득 차 있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랄 때가 있어.

저 유리를 모두 다 닦으려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사람과 시간과 돈이 필요할까?

그러면서 생각하지.

창을 닦는다 한들 창밖을 내다보기는 할까하고.

 

창문 유리를 사이에 두고 두 세계가 맞대어 있다.

서로 섞이지는 않으나 관망하는 거리로 적당하달까...

격차가 생기는 간극을 굳이 수치와 통계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지만 문학적으로는 상상하게 된다.

어느 쪽이 더 흔들리고, 어둡고, 기우는지...

유리창을 통해 깨닫는,

삶이 저무는 무게는 젊음에게도 늚음에게도

분명 같은 질량일거다...

쇼타는 깨닫는다.

자신이 택한 세계가 그렇게 나쁜게 아니란 것을.

다시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그 선택에 대한 자신과의 화해인 것임을.

 

🌟 204.

- 미사키씨, 지구가 둥근 건 어째서인지 알아요?

- 갑자기 무슨 소리?

- 우리가 너무 멀리 보지 않게 하려고 그런 거래요.

- 멀리까지 보고 싶으면 직접 어딘가로 갈 수밖에 없단 얘기네.

 

그러므로 쇼타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 한다.

 

중년의 여인과 쇼타의 몽환적인 만남은 끝난듯 보인다.

하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느낌적인 추측은 나의 마음에 남아 있다.

언제든 우리는 누구든 다시 만난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맺어졌던 우연한 인연은 무명씨로 시작해서 의미있던 빛들을 통과해 마침내 자멸하며 새로운 도약을 마련한다.

직접 갈 수밖에 없는 세상은 존재하고,

그 존재는 가로 막혀있는듯 해도 결국은 열려있는 유리창에 불과하다.

밀리면 밀린다.

깨뜨리면 깨진다.

보려면 보인다.

 

각자가 깨고 만나러 가는 세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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