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 푸르던 날에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김현희 지음 / 단비어린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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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그 푸르던 날에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 김현희 지음 / 단비어린이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존하세~~."

그 당시, 5월에 울려퍼졌을 애국가는 내 기억이 맞다면

장엄한 반주음향에 낮고 깊게 깔리는 진성 목소리의 성악가였던 것 같다.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역사를 배우면서 매순간 깨닫는 일이지만,

사랑, 평화, 박애, 공정, 평등, 자유, 정의와 같은 모두가 염원하는

소망들은 이루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먼 얘기인 것이다.

왜 그럴까. 인간이 가지는 본성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기에 그런걸까.

5월의 민주항쟁은 우리에게 있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가슴 아픈 현대사의 기억이다.

그 슬프고 아픈 나날들 안에 녹아있는 희생당한 사람들의 개인사를 들어보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정권의 변화에 따라 역사의 관점도 이리저리 뒤바뀌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올바르게 알아 객관적으로 평가해 봐야할 현대사의 과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는 그 날에 관한 이야기.

우리는 알고도 모르고도 지나가는 그 날의 이야기를 어린이들의 관점과 시각에서 어떻게 풀어냈을까...... <5월 그 푸르던 날에>의 커버지를 보며 궁금해지기도 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짐을 동시에 느낀다.

어린이들은 5월 민주항쟁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알고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너무 궁금해진다.

<5월, 푸르던 날에>는 서울에서 광주로 경찰 아빠의 발령을 따라 6학년 4반으로 전학 온 만성이와 학교 친구 대길이가 맞닥뜨린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의 이야기이다. 어른들의 일을 알 턱이 없는 아이들은 순수하기만 하다.

최루탄, 군인, 탱크, 통행금지, 도망, 폭력, 시위, 총성, 장갑차, ......, 경찰, 폭도, 죽음, 소문. 겁에 질리고 공포에 떨어도 왜...도대체 왜?......공포와 혼란 속에 5월은 순식간에 어두운 암흑같은 계절로 변해버리고, 만성이와 대길이는 무섭기만 하다.

뼈 속까지 고통스러운 5월의 그 푸르던 날에,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렸다.

 

'그러니까 선생님, '자유로운'은 좋은 것이지요?'

만성이가 알고 싶은 것은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게 바른 것인지를 확인하려 하던 것일게다. 

 

사흘이 흘렀다.

광주는 진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질질 끌려가고, 차에 태우고, 몽둥이질을 하고 ......

도청 앞 늘어선 가로수에 밀가루를 뿌린 듯 바삭바삭한

최루탄 가루가 내려앉았다.

도로가에 군인들이 두꺼운 검은 장막처럼 줄지어 서 있었다.

도청 건너편 상무관 앞에는 커다란 벽보가 줄줄이 나붙었다.

사망자와 행방불명된 자들의 이름이었다.

그 속에 만성이와 대길이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백만성 (13세) 행방불명.

장대길 (13세) 행방불명

 

5월, 하늘이 유난히 푸르던 날이었다.

- 224 p. 수수깡 열사

 

 

 

만성이와 대길이의 운명은 여기서 멈췄다.

이들처럼 운명이 멈춰진 어린 아이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분명하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처럼 아무개의 존재로 행방불명된

수많은 이들의 풀리지 못한 5월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슴으로 통감하며 만성이와 대길이의 우정 속에 싹 텄던 막연한 자유에 대한

그리움과 절절했던 그 시절의 추억을 새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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