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귀신 잡는 날 ㅣ 북멘토 가치동화 35
신은경 지음, 이수진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8월
평점 :
불귀신 잡는 날
북멘토 가치동화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

<불 귀신 잡는 날>은
신은경 작가님의 역사이야기 중 조선시대 배경으로 불 끄는 소방관 멸화군의 이야기가 소재로 등장합니다.멸화군이 언제 어떤 일을 했는지, 예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화재를
예방하고, 발생 시에는 어떻게 불길을 잡았었는지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생활모습은 또 어떠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다양한 군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양의 수성금화사 멸화군으로 군역을 간 아버지를 만나러 싸리골에서 한양까지 올라온 차돌이는
2층 누각에 매달려 있는 종루를 보고는 도깨비한테 홀린 기분으로 마냥 신기해 합니다.
종루 동편에 수성금화사가 있는데 이 곳은 조선 시대 세종 때 설치 된 기관으로 불을 끄는 소방관, 즉 멸화군이 속해 있는 곳이에요. 정식 군인도 있지만, 차돌이 아버지는 일 년에 두 달은 군인이 되어 ‘군역’을
치러야 해요.

차돌이는 아버지가 불을 끄러 갔다가 크게 다쳤다는 소문에 크게 놀라 한양길에 올랐지만, 소문과는 달리 아버지는 다행히 건강했지요.한양에 온 차돌이는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라 아버지의 조심하라는 충언도 잊은 채 한양 구경 삼매경에 빠졌지 뭐예요. 시전 구경을 한참 하다 문득 허기를
느낀 차돌이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구시렁거리다 또래 남자아이를 만나요. 진남이랍니다.
한양에서는 셈할 때 저화를 쓴다며 차돌이가 가진 무명 한필과 종이 돈 저화를 맞바꾸고 말지만 사실 저화는 이미 오래 전 통용되지 않고 있던 것이었어요.
결국 차돌이는 모든 것을
다 털리고 당분간 주막집 중노미로 심부름이나 잡일을 도맡아 해 주며 신세 지내기로 합니다.
아버지를
걱정시켜드릴 수는 없었거든요.

[차돌이는 저화를 차곡차곡 접어 봇짐 안에 넣었어요.
묵직했던 무명에 비하면 저화는 깃털만큼이나 가벼웠어요.
새삼 한양 사람들의 지혜가 느껴졌어요.]

차돌이는 중노미 생활에 잘 적응했어요.
어떤 손님들이 음식을
남기고,
어떤 손님들이 도움이 되는지를 눈치로 알아가고 있었지요.
물론 매번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초봄, 매번 불길을 진화하러 출동하는 아버지가 행여 다칠세라
걱정뿐인 차돌이는 아버지를 위한 생각이 점점 더 깊어져만 가요.

주막집 아주머니의 심부름으로 성균관 옆에 딸린 동네,
반촌으로
고기 파는 집 현방을 찾아 나섭니다.
그 길에 우연히 한양 깍쟁이 진남이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진남이는 한양살이가 녹녹치 않아서 병환중인 어머니를 모시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동생의 생계도 책임져야 하는 딱한 사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차돌이는 딱한 진남이를 용서하고 둘은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됩니다.

진남이도 천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기에 차돌이에게 진정으로 사과를 하지요.
그리고 무명 한 필과 바꿔서 먹고 남을 쌀을 차돌이에게 내밀지만, 서로 한사코
거절하며 서로를 챙기는 틈에 우락부락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쌀자루를 가로채려 했어요. 차돌이와
진남이는 작당을 하고
이 남자를 물고 늘어져 간신히 쌀을 지켜낼 수 있었지만,
이
남자는 불길하고 기분 나쁜 사람임에 틀림없어요.

차돌이의 아버지에 대한 걱정은 대단합니다.
아버지가 안전하게
불을 끌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던
중에 주막집 단골 정선달이 알려준 대나무 물쏘개를 만들어 보기로 작정을 합니다.

마침내 진남이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대나무를 구해 물쏘개를 만드는 데에 성공합니다.
우연찮게 썩은바위골에 불이 나면서 방화범이 진남이로 몰리는 누명을 쓰게 되고, 혼자 불장난하다 그런 거라며 죄를 짊어지는 진남이를 위해 차돌이는 차마 진실을 밝힐 용기를내지 못하고 맙니다.

차돌이는 진짜 방화범을 찾기 위해 직접
불이 난 기와집 조사를 시작하기 이르고, 차돌이의 번뜩이는 활약에 진남이의 누명을 벗겨줄 진짜
방화범을 잡게 됩니다.

차돌이와 진남이가 보여 주는 깊은 우정,
두려움 앞에 진실을 드러낼 용기의 힘, 가치!
차돌이와 진남이는 자신들의 처지를 서로 이해하며
사랑으로 모든 것을 포용할 줄 아는 힘과
지혜를 가진 빛나는 소년들이랍니다.
눈에 보이는 수많은 장애물과
처한 현실의 여러 가지 이유와
갈등들이 우리로 하여금 “용기”내어 정의를 지키고,
자신을 희생하고, 당당하게 옳은 일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아요.

차돌이와 진남이의 우정을 통해 우리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용기와 신념을 키워나가기를 생각해 봅니다.
저자소개
저자 : 신은경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산과 개울에서 놀며 신나게 보냈어요. 학교 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눈높이아동문학대전에서 상을 타면서 작가의 꿈을 이루었어요.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덕분에 지금은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과 동화 쓰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지은 책으로는 『도깨비 배달부 우 서방』, 『울랄라 가면 사용법』, 『꿈을 파는 요괴』, 『나도 몰래 체인지!』 등이 있습니다.
그림 : 이수진
한국적인 그림과 옛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마음에 소중한 씨앗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답니다. 『용궁의 검은 고양이』로 일본 고잔상을 받았으며, 그린 책으로는 『가시내』, 『재주 있는 처녀』, 『조마구』, 『꽃방귀』, 『꼭두랑 꽃상여랑』 등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