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다 비슷하고 평범해 보이는 삶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애환과 깊은 사정이 촘촘히 녹아 있다.책 속에서 '두자'에서 시작해 '봉선'과 '수선' 쌍둥이를 거쳐 '은하'로 이어지는 여성 서사는 때로 비극과 불행의 대물림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지금과는 너무도 달랐던 과거 여성들의 삶과 위치에 답답함이 밀려오고 내가 대신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낸 그들에게 마침내 깊은 응원을 보내게 된다.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와 할머니의 꿈, 희망, 그리고 사랑을 몰래 엿보는 기분이었다. 지나온 시대의 삶을 묵묵히 증언해 주는 것만 같은 이 이야기가 참 고맙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끝내 희망의 가능성을 비추는 작가의 말까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책을 읽다 문득, 내가 엄마의 사랑과 꿈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일이면 명절이다. 이번에 본가에 내려가면 엄마의 젊은 날은 어땠는지, 엄마가 마음에 품었던 꿈과 희망은 무엇이었는지 슬그머니 물어보아야겠다.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삶에 조용히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참 매력적인 책.최진영 작가의 초기작이자 이후 다채롭게 펼쳐질 다른 작품들의 소중한 씨앗이 되어준 책. 작가의 세계관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망설임 없이 추천하고 싶다.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