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소설이다.일단 느낌대로 책을 쭉 읽은 뒤, 덮자마자 코멘터리 북을 찾았다. 초반부터 작가님 왈 ‘더 힘들고 복잡한 얘기를 써볼까?’예, 성공하셨습니다. 음기가 강한 옥녀산이 자리 잡고 있는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딸기 농사를 짓는 ‘을주’의 시점에서 첫 장면이 시작된다. 상큼한 딸기향을 연상하고 있는데, 그러자마자 나온 것은 ‘욕받이 라이브 한 시간 전’. 롸? 그때부터 이 책에 대한 이미지는 반전되며 현실적인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의 노골적인 언어들을 마구 뿜어낸다. 그리고 그 인터넷 방송을 연출하는 ‘둘희’가 등장한다. 둘희는 영화감독 ’한기연‘의 골수팬으로 그의 모든 발자취를 아카이빙한 페이지를 운영하다가 불륜 스캔들, 표절 시비,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던 그녀를 직접 만나게 된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둘은 그렇게 연인이 된다. 영화감독의 연인은 왜 이런 시골에서 사람들에게 욕을 먹이는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일까. 책은 처음부터 친절하게 인물들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 시간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딸기와 물의 이미지가 합쳐진 상큼한 표지를 보고 가벼운 이야기를 상상했다가 큰코 다칠 수도 있다. 대신 각 인물들이 가진 과거와 욕망, 비밀과 상처들이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마지막 장에 다다르며 마주하게 되는 반전에 ‘오호~?‘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땅과 멀리 떨어진 ‘난바다’, 땅과 가까워지는 ‘든바다’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느낀 이 책은 결국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는 든바다 같은 사랑 이야기이자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생각하면 (아직은) 난바다 같은 이야기로 읽혔다. 아직 파도 속에 허우적대고 있을지 몰라도 언젠간 하늘의 무지개로 뜨겠지. 작가님의 부끄러운 특기라는 ‘진지하고 느끼한 말들’을 읽으며 ’사랑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이렇게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사랑할 수 있구나‘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을 만나 즐거웠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