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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0월
평점 :
‘예술은 죽었다’, 충격적인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책. 저자는 어떤 의미에서 예술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가 생각하는 예술의 죽음과 죽은 예술을 되살리기 위해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일까.
위의 질문을 대답하기 전에 먼저 나는 예술이 어렵다, 라고 느끼던 사람이다. 미술관을 가면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 보단 뒷사람들에 치여 도슨트만을 허겁지겁 삼킨 채 앞으로, 앞으로 밀려만 가다 미술관을 나오곤 했다.
이 책의 장점은 이런 나같은, 예술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예술이 왜 죽었는지를 쉽게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자본주의의 발달로 예술은 단순한 투자 대상, 장식품으로 전락했다. 또한 순수한 미적 경험을 내세운다며 창작된 예술은 기준의 부재로 혼란을 낳으며 소수의 엘리트가 정의하는대로 소위 우리가 말하는 ‘어려운’ 예술이 되었다. (이를 예술-종교의 평행선이라 비유하며 서술하는 저자의 방식은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본디 예술은 삶이었다. 예술은 이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대상이 아님을 저자는 여러 예시를 통해 강조한다. 예술은 우리의 감각을 활성화하여 작가의 경험과 감각을 전이시키고, 우리는 그 잠시동안 작가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경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이해는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예술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되어야한단 저자의 말에 고개를 마구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책의 제목대로 ‘예술은 죽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극단적인 표현에 오히려 예술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 글을 끝까지 읽는다면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예술은 죽지 않았다. 아직. 이렇게 예술이 사람들의 마음에 하나 둘 자리 잡아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예술은 죽을 수가 없다.
이 책을 통해 예술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알던 예술은 예술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예술의 싹이 다시 트고 있다. 앞으로 내가 마주할 진짜 예술이 기대된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나 더 많은 정보가 아니다. 다시 느끼고, 다시 연결되고, 다시 살아내는 감각이다. 그것이 바로 예술의 언어이며, 예술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이유다. 삶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우리는 다시 예술로부터 배워야 한다. 정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관점으로 말이다.”(p.223)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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