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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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가을, 등단한 지 십 년 이상이 된 작가들의 단편 소설에 주어지는 김승옥문학상이 발표되었다. 봄에 발표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과 가을에 발표되는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국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꼭 챙겨봐야할 작품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상은 최은미의 「김춘영」에게 돌아갔다. 내게는 어느 하나 고를 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남는 작품이 많았다.

최은미의 「김춘영」•*¨*•.¸¸
“내가 완성할 텍스트의 주인은 김춘영이었다”
탄광촌의 여성들을 주체로 세워 생애사를 연구하는 정윤은 마지막 면담일, 4월의 설산에 갇혀 ‘김춘영‘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녀의 집에서 하루 머문다는 것은 기존의 면담과는 다른, 밀도 자체가 다른 일이 되어 ’김춘영‘이라는 사람을 우리가 더 잘 알게되는 시간이 될 것이란 기대에 차게 한다. 그러나 그 시간은 갑작스런 인물들의 등장으로 인해 방해 받게 된다. 그리고 ’말을 잘하는 귀한 자원‘을 가졌다는 이 인물이 사실은 탄광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며 매춘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나를 편견 속에 가둔다. 설산이라는 공간과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길 꺼리는 김춘영의 모습, 그녀와의 시간을 싹둑 잘라내듯 등장하는 인물들에 이 글을 읽는 동안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한 인간이 가진 여러 면과 그것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강화길의 「거푸집의 형태」•*¨*•.¸¸
나와 닮은, 자매라고 종종 오해받았던 이모의 죽음 이후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만난 젊은 여자. 그녀로 인해 드러나는 이모를 향한 애증의 여성서사. 마지막까지도 서로를 닮은 모습으로 만난 두 사람의 모습과 다시금 곱씹게 되는 제목의 ’거푸집‘이라는 단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소름이 돋게 하던. (역시 강화길...)

김혜진의 「빈티지 엽서」•*¨*•.¸¸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며 낭만이라곤 일절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현실적인 성향을 가진 남편과 함께 살던 중 만나게 된 헬스장의 남자. 그와 빈티지 엽서를 번역하는 일을 하며 느끼게 된 ’진짜 내 모습‘. 그러나 예의보다 오해가 앞서는 현실 속 나의 선택. (글의 전반에 흐르는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그녀의 문체가 너무 좋다 ㅠㅠ)

최진영의 「돌아오는 밤」•*¨*•.¸¸
친한 친구의 죽음을 기점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인물이 12.3 계엄으로 인해 마주한 인간의 폭력적인 면과 그 사이에서도 비집고 나오는 생을 향한 마음.

작품집을 읽으며 인간의 다층적인 면과 정상적인 척, 괜찮은 척 하는 모습 한꺼풀 아래 숨겨진 욕망, 편견, 경계심, 혼란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이번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 모두가 각각의 개성을 품은 채 존재감을 뚜렷이 뿜어내고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익숙한 문체들이 주는 안정감을 찾는 재미도 있었다. 내게 단편소설의 묘미는 짧지만 깊은 뜻을 함축하고 있어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두번, 세번 읽게 된다는 것인데, 역시 이번 수상작품집도 텍스트를 하나하나 씹어 삼키며 깊어지는 가을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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