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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ㅣ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묻다’를 주제로 다섯 명의 소설가가 쓴 앤솔러지.
모든 작품이 다 쉽지 않았다. 쉽다, 어렵다라는 납작한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다. 삶이란 끝없는 질문의 연속이고 인생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지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각자의 몫에 달렸다. 다섯 명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담긴 이 책, 『묻다』는 나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답은 나와있지 않다. 나는 계속 이 글을 읽어가며 그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간만에 다른 사람들의 감상이 궁금해졌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천천히 읽으며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을 만난 것 같다.
김솔의 「고도를 묻다」, 김홍의 「드래곤 세탁소」, 박지영의 「개와 꿀」, 오한기의 「방과 후 교실」, 윤해서의 「조건」. 다양한 삶의 물음을 던지고 있는 다섯 작품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작품 윤해서 작가의 「조건」.
“가난했던 사람들은 빼기를 먼저 생각해.
그러니까 자기한테 인색하지.
전전긍긍. 뭘 잃었나, 내가 뭘 줬나, 손해만 생각해.
태생이 다르면 아무리 많이 벌어도 달라지지 않아요.
뭘 얻었는지. 항상 그걸 생각하세요.
빼기가 아니라 곱하기.”
그리고 따라지는 저가의 레드와인.
줄곧 남들과 같아지려 노력한 사람이 있다. 그에게는 보호색이 필요했고 개성연기는 빠르게 시시해졌다. 작품은 주인공이 왜 이런 마음을 가졌는지 순순히 알려주지 않는다. 절제되고 툭툭 끊기는 이미지의 잔상 속에서 유추해볼 수 있을 뿐이다. 주인공이 삶에서 얻고, 잃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좋은 삶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이 작품을 여러 번 읽었지만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순 없고,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도 아리까리하다. 하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초연한 분위기랄까, 독특한 느낌이 마음 속에 남아 자꾸 나에게 말을 건다.
”그는 살아 있는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살았다.
묻는다.
나는 살았다.
묻는다.
나는 살았다.
묻는다.
한 번도 제대로 답할 수 없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