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는 곳곳마다 식물은 존재한다. 두꺼운 콘크리트도 뚫고 자라나는 이 연약하고도 강한 존재들. 뿌리를 내리는 것 자체가 씨앗에겐 어마어마한 도박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두꺼운 콘크리트를 뚫었다는 사실에만 기특해했던 나는 식물에 대해 무지한 채 이 책을 접했다. 식물에게도 각자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한 나같은 ‘식물맹’들은 이 책, 『빛을 먹는 존재들』을 읽으면 이들의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에 완전히 매료될 것이다. 식물은 지구의 모든 생물 질량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한다.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식물이 여러 형태의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이를 통해 결정까지 내릴 수 있다는 많은 예시들이 밝혀졌다. 화학물질을 공기 중에 분비해 서로 소통하고, 소리를 듣기도 하며, 주변 식물의 모양에 따라 자신의 형태를 바꾸기도 하는 식물들의 이야기는 매우 신비롭다. 또한 식물의 시간과 그들이 느끼는 것은 인간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 책은 그 연구와 실험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식물 지능의 존재 가능성을 따라간다. 그러나 식물 행동 분야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가는데 반해, 식물의 ’지능, 의식‘이라는 단어에 대한 학계의 경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식물의 지능에 대해 언급한 학자들이 학계 내에서 무시당해왔단 사실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 책을 통해 ‘희귀 식물학자’의 존재를 처음 인지하게 되었다. 멸종 직전의 희귀 식물을 구출하려고 분투하는 이들은 자신이 오래 알고 지낸 식물이 멸종할 때는 항우울제를 먹거나 우울감을 떨칠 만한 자신만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매우 놀랐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잃는 느낌이 아닐까, 생각하며 멸종을 맞는 모든 식물은 각각의 수백만 년짜리 진화 프로젝트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란 비유에 가슴이 아팠다. 오로지 소수의 사람만이 그들의 멸종에 신경 쓰고 있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식물이 없었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그들에 대해 알고자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이상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자원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새로운 ‘앎‘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는 그들의 언어를 듣는 법을 알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식물을 어떻게 생각하기로 결정하는지는 우리의 모든 걸 바꿔놓을 것이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