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
염승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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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숙의 단편 6개가 담긴 이 소설집은 코로나 시국을 배경으로 ’대책 없는 낙관, 무방비한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감정을 서서히 따라가며 왜 결국 미래에 그 모든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책에서 작가는 ‘인간은 미래를 살 수 없어서 미래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무정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인물들이 곳곳에 심겨있는, 끝끝내 다정함을 잃지 않는 작가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은 더 도드라졌다고 해설은 말한다. 첫 번째 편의 제목인 ‘Free the whale, 차별을 멈춰라’는 구호가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반복하여 떠오르는 까닭도 각 편에서 존재하는 성별, 나이, 인종 등에 대한 여러 차별이 우리 일상 곳곳에 만연해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이야 그 시절이 다 흘러갔다 생각하지만, 다시 언제 예전과 같은 감염병의 시대가 도래할 진 알 수 없고, 그때가 되면 차별의 대상은 우리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고, 미래를 살 수 없기에.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을 덮고 나면 자신의 상처도, 타인의 상처도 방관하지 말고 외면하지 말라는 작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 。゚프리 더 웨일 * ・ 。゚
일과 육아 모두 다 잡기 어려운 싱글맘의 이야기. 진입할 수 없는 고래의 무리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

* ・ 。゚믿음의 도약 * ・ 。゚
영양제를 먹으면 더 건강해질 거란 믿음, 내 집 마련의 꿈만 이루면 남 눈치 볼 것 없이 편히 살 수 있을 거란 믿음은 아내의 영양제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나지만 부부는 ‘장누수증후군’ 진단을 받는다. 부부의 믿음은 과연 보답받을 수 있을까. 현실은 부부가 원하는 대로 쉽게 굴러가지 않는다.

* ・ 。゚구옥의 평화 * ・ 。゚
같은 아파트에서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유자(은자)의 인종차별적인 모습을 눈 감고 모른 채 했던 구옥은 본인이 버린 고무대야로 인해 시작된 사건을 알게 된다. 모든 걸 외면한 채 얻는 평화는 진짜 평화가 아님을.

* ・ 。゚진영의 논리 * ・ 。゚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던 진영의 어린 날과 현재. 헤어진 연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려 갔던 국밥집에서의 일이 동영상으로 유포되고 진영의 신상명세가 까발려 진다. 하지만 진영이 이를 해명할 기회는 없다. 진영은 그제야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게 된다. 무거운 짐을 들고도 자신이 들어올 때까지 문을 잡아주었던 택배 기사의 선의와 자신이 문을 잡아줄 때 들었던 길을 막지 말라던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 속 논리란 무엇일까?

* ・ 。゚북극성 찾기 * ・ 。゚
같은 건물로 이사 온 학창 시절 친구 유라. 그리고 떠오르는 죽은 이정. ’한때 격렬했으나 손쉽게 단절되어버린 관계‘는 다시 붙여질 수 있을까.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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