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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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이번 17번째 시리즈는 추리소설이지만 인간 드라마로 진행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12세기 슈루즈베리 수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다른 수도원과 교환받은 '도공의 땅'에서 쟁기질 중 신원불명의 여성 시신이 발견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15년 결혼 생활을 끝내고 수도원에 들어간 도공 루알드와 버림받은 아내 제네리스의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전형적인 추리소설 구조를 따릅니다. 하지만 저자의 진짜 역량은 각 인물의 내면을 파헤치는 데 있습니다. 남편 루알드의 갑작스러운 출가, 부인 제네리스의 외로움과 절망, 그리고 최종적으로 진실을 고백하는 도나타까지, 모든 인물이 복잡하고 입체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치밀한 인물 묘사가 쌓여가면서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이 잘 짜여진 소설에 감탄하게 됩니다.


캐드펠 수사의 수사 방식 역시 매력적입니다. 물리적 증거보다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통해 진실에 도달하는 그의 모습은, 이 시리즈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줍니다. 범인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하려는 목자적 자세가 작품 전체에 따뜻한 톤을 부여합니다.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은 종교적 가치관과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하면서도, 그 안에서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보편적 감정들을 탁월하게 형상화합니다. 사랑과 배신, 외로움과 죄책감,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들은 12세기나 현재나 다르지 않은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욕망의 땅>은 추리소설의 재미와 문학적 깊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수작입니다. 범죄와 처벌이 아닌 상처와 치유의 이야기로 읽힐 때 이 작품은 진정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물론이고, 인간 내면의 복잡함과 아름다움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12세기 중세 영국이라는 낯선 배경이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놀랍도록 현대적이고 보편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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