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만 보고 무슨 영어 문법 교재인가? 싶었지만, SF 작가 배명훈 소설이다. 미래과거시제, 뭔가 시간과 관련된 SF인가 생각하면서 펼쳤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서론도 없이, 바로 차례에 나오는 아홉 단락의 소제목이 나오고 바로 이야기로 들어간다. 장편 소설인 줄 알고 누가 나오고 주인공은 누구인지 그릴 준비했지만, 웬걸 단편 아홉 편이다.


첫 단편은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다. 요즘 챗GPT가 한창 이슈인지라 호감 가는 주제다. 제목이 '수요곡선의 수호자'로 이상한 개념의 로봇이네 하면서, 생산자 중심의 로봇이 태반인 세상에 소비형 로봇이라니, 정말 쌈박한 아이템이다. 그렇지 않아도 작가 노트를 보면 저자가 정부의 혁신 부서 위원으로 일할 당시 소비 측면에서 활동하는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피력하면서, 소설의 주인공 마사로와 같은 인간의 편에 서고 진심으로 감탄할 줄 아는 용감한 인공지능 로봇을 그리고 있다. 자본가와 공급자의 소수보다 대다수의 일반인을 위한 로봇이라면 대환영이다. 거기에 마사로처럼 공포와 아픔을 알고 진지한 로봇 친구라면 더욱더 좋겠다.


그리고 책 제목의 '미래과거시제'는 시간 여행자 이야기의 작품이다. 이해되지 않는 곳에서 튀어나온 사람이 하는 혀가 꼬인 듯한 말투가 특이해서 꼼꼼하게 기억했던 주인공 은경은 튀르키예인 교수의 언어학 강연으로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했다. 그가 미래의 일을 마치 과거에 직접 겪은 것처럼 확신을 하고 말했던 것이다. 가령 '-았-/-었-'이라는 과거시제 선어말어미를 '-암-/-엄-'이라는 어미를 썼던 것이다.

"지난 번 엄마 생일 건너뛰엄다가 된통 혼남는데"(p107)

"전화라도 할 걸. 그램스면 좋았겠네"(p107)

"우리 거기서 만남지 .. 헤매고 있엄잖아"(p115)

신기하고 재미있다. 작가는 예리하게 어미 하나를 찾아 시제를 확인하면서 이런 '미래과거시제'를 끄집어 내어 시간여행자의 존재를 제시한 것이다.


다른 7편의 단편도 흥미진진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는 주제로 굳어있는 우리의 머리에 잔 파문을 일으켜준다. 다들 배명훈 작가를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주제를 던져주는 배명훈 표 SF 소설을 적극적으로 추천해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미래과거시제 #배명훈 #북하우스 #SF소설 #단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